[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 호칭을 안 붙였다’ ‘야권 패널만 배치했다’ 등의 이유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방송사 노조 대표자들이 “최소한의 상식도 짓밟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양천구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방심의위·방통심의위가 대통령 경호처가 수시로 자행했던 ‘입틀막’을 이어받기라도 하듯 심의를 진행 중”이라며 “언론자유와 정치적 중립성 따위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홍위병 노릇과 엿 바꿔 먹었다”라고 비판했다.

4일 언론노조가  서울 양천구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선방심의위·방통심의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4일 언론노조가 서울 양천구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선방심의위·방통심의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 소속 방송사 대표자들은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선방심의위 제재 사례를 언급하며 해체를 촉구했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9일까지 총 45건의 심의에서 9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으며, 7건이 MBC 프로그램에 몰렸다. 선방심의위 역사상 2건 있었던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는 이번 선방심의위에서 6건을 기록했다.

이 중 5건은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 1건은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가 받았다.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는 패널 불균형을 이유로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으며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은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 ‘씨’ 등의 표현을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제재가 내려졌다.

또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긴급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영상 짜깁기 풍자 영상’ 20여 건에 대해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이날 김재경 언론노조 MBC 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선방심의위 출범 이후 2건밖에 없었던 ‘관계자 징계’가 두 달 동안 MBC에만 5건이 내려졌다”며 “법정제재는 재허가 심사 감점 사유인데, 선방심의위의 무차별 비논리적 징계로 MBC에만 벌써 22점의 감점이 쌓였다. 방통심의위의 법정제재까지 합하면 거의 100점에 육박한다”고 비판했다. 김 간사는 “이들이 내린 징계 논리는 좌파 패널이 너무 많다 등 그야말로 아전인수격”이라면서 “문제는 당장 다음 주 회의에서 MBC ‘일기예보’를 신속심의하겠다고 한다. 모든 언론사가 단합해 선방심의위의 폭주를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중호 언론노조 CBS 지부장은 “TV조선 출신 선방심의위원이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진중권 교수의 발언을 두고 ‘통일부를 폐지한 적 없는데 가짜뉴스’라고 노발대발했다”며 “은유적 표현도 모르고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달려드는 수준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보수진영 패널을 적극 수용하라고 하는데 보수 패널 자격은 누가 부여하는 것인가, 징계를 때리는 김에 여당 패널 목록이라도 함께 보내주라”고 따져 물었다.

김 지부장은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은 ‘기계적 균형’을 맞추라고 충고했는데, 그렇게 중요한 기계적 균형을 선방심의위에서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라”며 “류희림 위원장의 스승이자 방송탄압을 하고 있는 백 위원장은 자신이 지적한 기계적 균형에 맞나. 구성원들은 말도 안 되는 백선기 선방심의위와 이를 사주하고 있는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일 언론노조가  서울 양천구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선방심의위·방통심의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4일 언론노조가 서울 양천구 코바코 방송회관 앞에서 선방심의위·방통심의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김건희 특검법에 호칭을 붙이지 않아 행정지도 제재를 내린 것은 이 정부가 적어도 최소한의 상식은 있을 거라는 기대마저 무참히 짓밟는 결과”라면서 “해당 특검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김건희 특검’이라고 명명하는데, 이 불손함에는 왜 가만히 있나. 용산이 불편할 어떠한 표현도 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번 선방심의위의 편파 심의를 강력히 규탄하고 언론자유를 위한 싸움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오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YTN은 야당 원내대표단만 출연시켰다는 취지로 법정제재를 받았는데, 지속적으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출연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출연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어떻게 방송에 출연시키나”라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뉴스 앵커백 화면에 국민의힘 로고가 좀 오렌지색으로 나갔다는 민원이 접수됐는데, 기술적 미비점조차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선방심의위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심의위가 윤 대통령 풍자 영상을 접속차단한 것을 두고 과거 전두환과 닮았다는 이유로 정권 내내 출연정지 당했던 배우가 떠올랐다. 딱 그 모양 아니냐”라고 규탄했다. 윤 위원장은 “우선 반헌법적 선방심의위의 '입틀막 심의'를 전면 거부할 것이고, 이 말 같지도 않은 심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송사 경영진에 대해서도 타격할 것”이라면서 "풍자에 죽자고 덤벼드는 정치시위꾼들을 타격하기 위해 시민과 더 많이 풍자하고 조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페이스북을 통해 선방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게재하고 이를 시민들이 이모티콘 등으로 평가하는 ‘입심심’ 프로젝트(입틀막 심의 시민 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언론노조는 <대통령 풍자 영상콘텐츠 공모전>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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