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금까지 세 번의 심의를 통해 의결한 ‘관계자 징계’ 법정제재는 모두 3건으로 역대 선방심의위의 ‘관계자 징계’ 건수를 뛰어넘었다. ‘관계자 징계’보다 높은 징계는 과징금밖에 없다.
이번 선방심의위의 ‘관계자 징계’는 윤석열 정권을 비판한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집중됐다. 중징계 남발은 ‘후보자 검증’ 보도를 위축시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11일 출범한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세 차례 회의를 열고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지난해 12월 13일 방송분, 12월 27일 방송분, 12월 20일~26일 방송분에 대해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이 같은 중징계 남발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미디어스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부터 2023년 하반기 재·보궐선거까지 선방심의위 의결현황을 확인한 결과 이 기간 ‘관계자 징계’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20대 선방심의위는 MBN <MBN 뉴스 8>에 대해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당시 새누리당의 총선 주제곡 뮤직비디오 영상을 약 25초간 방송하고, 당시 앵커가 “공천 갈등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오늘은 웬일인지 흰색 티를 입고 모처럼 하나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선방심의위는 “특정 정당의 총선 주제곡 뮤직비디오 영상을 장시간 노출했다”며 “다른 정당의 홍보 영상이 공개된 후에도 해당 보도와 동일한 구성 및 분량으로 후속보도하지 않은 것은 특정 정당에 대한 편향적 내용 구성으로 선거방송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심대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선방심의위는 YTN <호준석의 뉴스 인>에 대해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당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가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모습을 스케치 보도하는 과정에서 가수 신승훈의 ‘I Belive’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 정 후보의 발언을 부각했다. 당시 선방심의위는 “해당 후보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주는 보도였다”며 “여타 후보자에 대해서는 동일한 형태의 영상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거방송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심대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의 중징계는 MBC 프로그램에 집중됐다. '관계자 징계'가 의결된 3개의 프로그램 모두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었다. 또 25일 열린 선방심의위에 상정된 심의 안건 14개 중 7개가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을 비롯한 MBC 프로그램이었으며 이들 프로그램 모두 법정제재가 예고됐다. 일부 위원은 상위 징계의 필요성을 언급해 선방심의위 역사상 최초로 ‘과징금’ 가능성도 제기된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의 운영 기간은 오는 5월 10일까지다. 최근 심의를 주 1회로 확대한 선방심의위는 이 기간 15번의 심의가 가능하다.
이 같은 선방심의위의 중징계 남발은 후보자 검증 보도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대 대통령선거, 8회 지방선거, 2023년 상반기 재·보궐 선거방송심의위원장을 지낸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는 2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선방심의위의 목적은 규제와 처벌뿐 아니라 선거 방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진흥도 있다”며 “선거법에 위반되는 내용은 규제해야지만, 남발되면 선거 방송의 활성화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권 명예교수는 “선거방송은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중간 매개 역할을 하는데, 중징계가 남발되면 이러한 방송의 역할이 위축된다. 결국 후보자들을 선별할 수 있는 양질의 근거자료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유권자가 되는 것”이라며 “선거방송이 위축되면 선거 관련 공론장이 축소돼 결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통심의위의 선방심의위 구성은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다. 여권 추천 위원들이 선방심의위원 추천 단체를 야권 추천 위원들과 논의·합의 없이 바꿨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한국YWCA연합회와 여성민우회 등이 추천하던 시민단체 몫 위원 추천은 보수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가 행사했으며 심의 공정성을 고려해 개별 방송사가 아닌 대표성을 갖는 방송협회, 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추천해왔던 관행을 깨고 방통심의위는 TV조선이 추천한 인물을 선방심의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들 단체가 추천한 선방심의위원은 ▲손형기 전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에디터(TV조선 추천) ▲권재홍 전 MBC 부사장(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이다. 또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원장은 백선기 성균관대 명예교수(방통심의위 추천)로 그는 류희림 위원장의 박사논문을 지도했다. 이들 위원은 MBC 프로그램에서 중징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손형기 위원은 2018년 류희림 위원장이 상임대표로 있던 미디어연대의 모니터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야권 추천 위원들은 TV조선 대표 등에게 ‘선거방송심의위 위촉일인 12월 11일 전 합의제 정신에 맞게 구성을 재논의할 수 있도록 추천인사를 철회해주시기를 요청한다’는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내부에서 중징계 남발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1일 열린 회의에서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다수의 위원들이 ‘관계자 징계’ 입장을 밝히자,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지난 대선·총선 선방심의위원회에서 법정제재가 2건과 3건에 불과했다면서 “지금 회의 첫날(부터) 법정제재를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위원은 “지금 이런 페이스대로 가혹한 징계를 한다면 엄청난 징계가 쌓일 것이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26일 성명을 내어 “선방심의위에 위촉된 위원의 면면을 보면 합의제 기구라는 말이 무색해진다”며 “보수 편향이며 방통심의위원장의 사적 인맥이 도드라진다. 이런 선방심의위가 존재할 이유가 있나. 즉각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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