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쇼츠 영상이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에서 삭제조치됐다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가 밝혔다. 

해외 플랫폼 기업들이 디지털성범죄 정보와 다르게 대통령 풍자 영상은 신속하게 삭제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는 '풍자할 권리'를 강조하며 <대통령 풍자 영상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시민의 풍자가 국가 검열과 플랫폼 기업의 자의적 결정으로 삭제될 조짐이다. 

지난해 11월 23일 틱톡에 게재된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44초짜리 쇼츠 영상(왼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SNS,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3일 틱톡에 게재된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44초짜리 쇼츠 영상(왼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SNS, 연합뉴스)

11일 연합뉴스는 "틱톡과 메타(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하는 짜깁기된 가짜영상들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방통심의위가 삭제 요청한 문제 영상 22건에 대해 해당 플랫폼사들이 모두 삭제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삭제 요청한 영상에 대해 글로벌 플랫폼사들이 이처럼 신속하게 삭제를 한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이는 문제의 영상이 명백하게 허위 조작된 영상인 데다가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이들 회사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해당 영상물 삭제·차단을 방통심의위에 요청했다. 방통심의위는 긴급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게재된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 영상물에 대해 틱톡·메타의 접속 차단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영상을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규정했다. 경찰은 해당 영상을 게재한 것으로 보이는 ID를 확보했다며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성범죄물 처리 상황과 대비된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방통심의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방통심의위가 심의한 디지털성범죄 정보는 18만 4722건이다. 유형별로 ▲성행위·성착취 등 불법 촬영물이 91.1%(16만8천290건) ▲딥페이크 등 성적 허위 영상 정보, 피해자 신원 공개 정보, 성 관련 초상권 정보 등 기타 성범죄 8.9%(1만6천432건)로 집계됐다. 그러나 5년 간의 심의 결과 '삭제' 조치가 이뤄진 것은 509건, 전체 심의 건수의 0.3%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의 '대통령 명예훼손' 고발로 시작된 이번 사태에 경찰은 공직선거법상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 검토 결과 해당 영상은 '딥페이크'가 아닌 단순 짜깁기 영상으로 판명됐다. 방통심의위 관계자가 말하는 "사안의 심각성"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진행 중인 '대통령 풍자 영상 공모전' 포스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진행 중인 '대통령 풍자 영상 공모전' 포스터

언론노조는 지난 6일부터 <대통령 풍자 영상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대통령·정부를 풍자하는 1분 이내의 영상을 오는 29일까지 공모해 '이 정도면 윤통도 웃었다 상'(100만 원), '입틀막 저격 상'(50만 원), '재기발랄 상'(25만 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언론노조는 영상 제작에 딥페이크를 사용은 불가하다는 조건을 걸었다. 윤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실제로 한 말들을 조합한 각양각색의 풍자 영상이 온라인에 게재될 전망이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 상의 짜깁기 영상을 방통심의위와 해외 플랫폼 기업이 모조리 삭제처리할지도 관심이다. 지난 4일 한국일보 박서강 기획영상부장은 칼럼 <'숏확행'과 '입틀막'>에서 틱톡에 방통심의위가 접속차단 결정을 내린 영상과 유사한 페이크 영상이 "차고 넘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물론 김건희 여사 기자회견 짜깁기 영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페이크 영상이 무수히 많다는 얘기다. 모두 실제 발언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없는 조악한 수준의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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