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의위, 위원장 백선기)가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관한 법무부의 보도자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CBS에 대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제작진 의견진술은 중징계를 전제로 진행되는 절차다.
당시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소환조차 못한 사건' '구체적 단서가 없던 사건'이라며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특검법을 '총선용 법안'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검찰수사기록 등을 통해 드러난 김건희 씨 모녀의 혐의, 김건희 씨에 대한 검찰수사 경과 등에 따르면, 해당 보도자료는 윤석열 정부 감사원 기준에는 '허위공문서'에 가깝다는 게 CBS 논설위원의 지적이다. CBS 논설위원은 선방심의위의 결정에 "방송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선방심의위는 최근 CBS에 '일부 매체들의 일방적 보도내용만을 근거로 법무부의 보도자료가 허위공문서라는 주장을 반복한 데 대해 의견을 진술하라'는 내용의 심의결정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선방심의위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좌파 매체들의 일방적 보도 내용만을 근거로 법무부의 보도자료가 허위공문서라는 악의적 주장을 반복했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16일 구용회 CBS 논설위원은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법무부의 보도자료 <야당 단독으로 강행한 위헌적인 특검 법안 2건에 대한 국회 재의요구, 국무회의 의결>(1월 5일자)을 비판했다.
구 논설위원은 법무부의 보도자료를 그동안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내려온 판단 기준에 비춰보면 "허위공문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구 논설위원은 "누가 고발을 해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소지의 보도자료"라고 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구체적 범죄 단서가 있던 사건이 전혀 아니다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이라 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에서 강도높게 수사했지만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못했다 ▲특검법은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쟁성 입법이다 ▲정치편향적 특검이 임명될 수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다 등의 주장을 폈다.
민주당이 법무부를 향해 "대통령 부인 개인 변호인으로 전락했다"(홍익표 원내대표), "대통령 부인 심부름센터를 자처하고 있다"(권칠승 수석대변인)는 비판을 이어가면서 논란이 일었다.
구 논설위원은 "구체적 범죄 단서가 없는 게 아니다. 이미 우리가 신문지상으로 다 봤지만, 김건희 여사 모녀가 주가조작 이익으로 23억 원을 봤다는 것도 검찰 증거자료로 있는 것 아니겠나. 블록딜 파일도 있다"며 "법무부가 대통령실도 아닌데 내각의 부서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상당히 놀랍다. 공직선거법상에 정치적 중립의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구 논설위원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 민주당 집권시절 이미 충분한 수사가 이뤄져 권력형 부정사건이라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사실은 (당시 검찰이)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달라고 소환장을 보냈는데 안 왔다. 충분한 수사를 벌였다는 것은 법무부의 주관적 표현"이라며 "그리고 이게 '정쟁성 입법이고 전형적인 이해충돌 법안이다', 이것은 정치적 중립 문제가 된다. 국회에서 여당이 동의는 안 했지만 특검법이 입법이 된 것인데 법무부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오버"라고 비판했다.
또 구 논설위원은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김건희 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회복시켰다면 특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1일 열린 선방심의위 회의에서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장)은 '김건희 모녀가 23억 원 수익을 봤다는 내용이 검찰 의견서에 나와 있다'는 방송내용에 대해 팩트의 영역이 아닌 정치적 논쟁의 영역이라며 CBS에 대한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은 "이 부분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같은 사안을 두고 파이낸셜(뉴스) 보도에서는 추청치에 불과한 것이지, 이것이 23억 수익을 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단지 거래소가 했던 것은 이상거래에 대한 심리분석일 뿐이지, 23억 수익을 봤다고 하는 것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계 얘기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위원은 "여러 주장이 엇갈리는 논쟁적인 사안인데 이걸 마치 23억 수익을 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편파적 보도가 아닐 수 없다"며 "라디오 시사 프로에서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을 패널들이 마음대로 얘기하고, 이런 것들 바로잡는 것 없이 그냥 흘러가 버리고 쌓이게 되면 결국 가짜뉴스가 진짜처럼 바뀌게 되는 부작용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반드시 진행자 또는 제작진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 논설위원은 2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논리적으로 어떻게 (선거방송)규정에 어긋났다는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방송에 나가서 어느 정도의 말과 표현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선방심의위원들의 생각이 (패널들에게)'자기 제어'를 하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 논설위원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자유'라는 거창한 이유를 떠나 어떤 표현을, 팩트를 보고 해석을 한 영역에 너무 디테일하게 (간섭이)넘어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두면 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김건희 씨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2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검찰수사 결과는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에서 검찰의 김건희 모녀 수익 산정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검찰 수사 결과는 문재인 정권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가짜뉴스를 신속하게 제재해야 한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에 진정을 접수했다.
그러나 김건희 모녀가 2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의 검찰 종합의견서는 2022년 12월 30일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에 제출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2023년 2월)을 앞둔 검찰의 최종 의견서로,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법원에 제출된 문건이다.
검찰은 김건희 모녀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들 계좌의 매매차익 현황을 한국거래소에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이 의뢰한 이상거래 심리분석 기간은 2009년 4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0일까지로 0차 작전 일부, 1차 작전, 2차 작전 시기 일부 등이 포함된다. 김건희 씨 통정매매(정해진 시간과 가격에 서로 짜고 치는 주식거래) 가담 정황이 드러난 시기가 0차 작전 시기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김건희 씨가 13억 9천여만 원, 최은순 씨가 9억여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의견서에 적시했다. 검찰은 김건희 씨의 실현 차익을 13억 150만 원, 최은순 씨의 실현 차익은 8억 2천 490만 원으로 산정했다.
검찰 의견서에는 김건희 모녀 외에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쩐주' 4명이 더 적시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훨씬 적은 돈을 투자했거나 손해를 보고도 기소된 이들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쩐주' 4명은 검찰 조사를 받거나 법정에 출석했지만 김건희 씨는 서면조사만 1차례 받았고, 최은순 씨는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았다.
한편,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조금 비쌀 때 사서 쌀 때 매각한 게 많아서 나중에 수천만 원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 법률팀은 김건희 씨가 4천만 원 손해를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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