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빛나는 보석도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차이가 난다. 목이 메어오는 아름다운 선율도 듣는 이의 귀에 따라 그 떨림의 크기가 다르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인생이란 것을 부여받고 숨을 쉬고 생명을 이어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단 하나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부여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아마 '청춘'이 아닐까 싶다.청춘에 관한 이야기는 참으로 많다. 한 사람 한 사람 생김이 다르듯 그 형태가 다르기도 하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이기에 그 밑바탕은 비슷하게 느껴지곤 한다. 청춘이란 말은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여기저기에서 언급되어 이젠 식상할 듯하지만 그래도 참 좋다. 봄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가로수 길을 걷는다. 어깨를 덮을 만큼 소복소복 떨어지는 꽃눈들. 그
가끔은 정말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존재한다. 무기력함과 함께 손을 잡고 걸어오는 게으름, 그 위에 걸쳐진 잠이란 존재가 느릿느릿 노곤노곤한 걸음으로 눈앞에 다가오면 반가움에 얼굴엔 미소가 번지며 커다란 베개보다 더 복실한 그 존재를 꼬옥 껴안고 부비적 거리며 밀려오는 나른함을 온몸으로 인정하고 그 속에 푸욱 안기면 좋으련만, 가끔 우리는 그런 기분 좋은 나른함이 아닌 피곤을 어깨에 들쳐 업고 감길 듯 말듯, 허나 잘 감기지 않는 체중의 80프로는 감당하고 있는 듯한 무거운 눈꺼풀에 짓눌려 멍하니 무력한 몸을 시간 속에 던져둘 때가 있다."선생님, 너무 피곤하고 나른하고... 분명 잠이 오는데 잠이 오지 않아요!!!" 이것저것 마음에 돌이 올려 있다든가, 머릿속에 수십 수백 마리의 고민 많은
가끔 고개를 젖히고 멍하니 위를 3초 이상 바라볼 때가 있다. 그 위가 하늘인지, 천장인지, 어둠인지, 눈부신 빛인지에 따라 순간순간 떠오르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가끔 뚫어져라 바라본 위를 통해 이것저것 추억을 끄집어 내본다.고개를 젖히고 그 속에 가라앉아 있던 오래된 추억들이 새록새록 모래시계의 모래알이 거꾸로 떨어지듯 아래로 스르륵 떨어진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젖혔을 때 하나하나 그 추억들이 다시 아래로 떨어지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전혀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장면들이 번뜩 떠오를 때면 그 얼마나 기쁘고 반가운지 모른다. 물론 실제로 기억이라든가 추억이 머리를 흔든다고 다시 뒤섞이거나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종종 머리를 젖혀본다. 머리를 젖히
몇 년 전 방문했던 파리를 더듬더듬 기억해 보았다. 그때의 파리는 겨울이었다. 부드러운 햇살이 비지터(visitor)였던 우리를 따스하게 맞이해주기도 했지만, 그보다 내 기억 속 파리는 좀 더 흐렸고, 분무기처럼 쉴 새 없이 뿌려대는 비에 머리카락과 코트자락이 나도 모르게 젖어들어 이것이 진짜 유럽의 겨울이라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었다.비가 오는 겨울의 파리, 번쩍 번쩍 황금빛으로 발광하는 에펠탑, 추운 손과 입술을 녹이기 위해 쉴 새 없이 마셨던 뜨거운 커피들. 음유시인들이 오래된 샹송을 연주하기보다는, 관광객들을 위해 익숙한 팝송을 연주하고, 그 옆에서 그 팝송에 맞추어 파리지엔이 아닌 캐나다인 부부가 춤을 췄던 몽마르뜨. 값비싼 달팽이요리와 오래된 고급 와인보다는 여행비를 아끼기 위해 아침 일찍 동네
내가 좀 더 어리고, 현실에 대한 걱정도,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지금보다는 적었던 시절.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후회 같은 건 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하루하루 매 시간 웃고 울었던 시간들. 청량감 넘치는 파란 탄산음료처럼 투명하고 달콤하고, 그리고 토독토독 튀고 철없고 어렸던 나를 가장 예쁘고 반짝반짝 빛나게 기억해 줄 그 사람. 나의 첫사랑이 아닌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를 나의 어린 날들을 조용히 가만가만 되새겨 보고 웃어 보게 하는 영화를 만났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부서지는 햇살 아래 그보다 더 연약하여 바라보는 눈빛에도 그새 부스러질 것 같이 여리고 하얀- 노인 이적요 매혹시켰던 그 청순하고 가련했던 19세 처녀 은교만큼은 아니더라도- 나의 그리고 우리의 기억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사람은 싱글이라던 알랭드 보통의 말처럼, 사랑에 빠지기 전, 혹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사람만큼이나 로맨틱한 상상력에 푹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또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도서관, 카페에서 이상형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상상은 그 상상만으로도 입가가 달콤해지고 눈이 앙큼스러운 초승달처럼 둥글게 구부려진다. 이러한 새콤달콤한 상상을 하며 흐뭇해하고, 길가를 스쳐가는 이성의 긴 머리칼이 스치거나 손가락이 닿기만 해도 운명론을 운운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존재 '싱글'. 이러한 31가지 맛 아이스크림처럼 다양한 달콤한 꿈을 꾸는 로맨티스트들의 상상력을 그대로 보여주며 영화 시작은 키스는 시작한다. 시작은 키스는 근래 보기 드물었던
누구나 한 번쯤 자신도 모르게 말이 빨라지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맞닥뜨린 적이 있을 것이다. 스쿼시장의 벽을 맞고 맞아 끝없이 튕겨 나오는 작고 둥근 공처럼 갑자기 마음이 투닥거리고 멈출 수가 없는 그런 상황. 공은 투닥투닥 벽을 맞으며 멈추질 않고, 그처럼 나의 머릿속 사고와 혀가 런닝머신처럼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깨닫는다.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빨리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건 긴장해서일 수도 있고, 할 말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두려워일 수도 있고, 외로워일 수도 있다. 빨라진 말은 멈추질 않고, 끊임없이 머릿속에 담긴 말들을 주르륵 뱉어낸다. 하지만 그 말들은 마술사의 모자 속 끊임없는 스카프 자락처럼 끝이 나질 않고 주르륵 쏟아지기만 할 뿐,
오랜만에 연애 소설을 읽었다. 얇지만 나름 2권짜리 책.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책.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 2명과 국내에서 소설로 이름 높은 유명출판사의 만남은 어찌보면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자리하는 것이 무척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국내에서 꽤 많은 베스트셀러 책들을 써낸 유명작가 정이현,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나의 조금 부끄러운.. 너무나도 큰 인생의 롤 모델 알랭드 보통이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며 책을 썼단다. 처음엔 와 비슷한 그런 책일까 생각했다. 내가 아는 알랭드 보통이 그런 주고받기식 책을, 그것도 한국의 여류 작가와 쓴다는 것은 머릿속에 단 한 장의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책과 비슷한 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