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신속심의 안건으로 MBC <뉴스데스크> 일기예보를 상정하고 예상대로 법정제재 절차인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는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소식을 전하며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사용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민주당 선거방송이라며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보수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도 민원을 넣었다. 공언련 출신 최철호 선거방송심의위원(국민의힘 추천)이 제의해 신속심의가 결정됐다. 

27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27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또한 선거 방송이라고 볼 수 없는 민원이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MBC <뉴스데스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과징금 결정에 대해 MBC에 유리한 입장만 전달했다 ▲정부가 무리하게 의대정원을 증원하는 것처럼 왜곡했다 ▲방통심의위 민원사주 공익제보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왜곡했다는 내용이다. 

신속심의에 앞서 사무처는 “위원들이 의안을 제의 및 상정한 경우 제의한 위원들이 표결에 참여할 수 있고, 이와 별개로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한 경우 제척·기피·회피 등을 선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속심의를 제의한 최철호 위원은 “사적 이해관계라는 것은 금전이나 취업이나 기타 관련된 것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공적 심의에 개인적인 이해가 관여될 이유가 없다”면서 심의 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은 “당일 서울 25개 구 중에 4개 구만 그것도 특정 시간에만 미세먼지가 1이었는데, ‘오늘 서울’이라는 기상캐스터의 발언은 전체(미세먼지 농도)를 얘기한다.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법정제재 의견을 밝혔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날씨까지 이용하는 MBC의 교묘한 정치 편파에 상당히 분노한다”고 말했다. ‘민원사주 의혹 경찰 수사 비판' 보도와 관련해 손 위원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사실무근인 사안에 대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궐로 첫 심의에 참석한 김문환 위원(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도 “정치적 오해 소지가 있는 뉴스는 피해야 한다”며 “2021년 TBS가 ‘1합시다’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선방심의위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음에도 자체적으로 접었다. 이런 전례를 참고하지 않고 이런 화면을 쓴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임정열(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위원은 “선관위의 판단과는 별개”라면서 “선거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공정성과 중립성인데, 선거 때는 평소에 하는 것도 체크해 봐야 한다. 방송을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대안은 없었는지 등을 들어 봐야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MBC ‘일기예보’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선거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백선기 위원장은 “의도성은 사실확인이 어렵지만 전문가와 시청자가 합리적인 추론을 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방통심의위 제재를 비판한 보도에 대해 “MBC가 방통심의위와 선방심의위가 특정 편향성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의사결정 과정을 모르면서 진단하고 있다. 대단히 불쾌하고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위원 9인 중 7인이 법정제재 의견을 내면서 제작진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의견진술은 법정제재 전 거쳐야 하는 절차다.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언제부터 날씨에까지 정치 프레임을 씌웠나 씁쓸하다”, 이미나 위원(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은 “여러번 봤는데 맑은 날씨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문제없음과 행정지도 의견을 밝혔다.

지난 21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출연자들이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을 연상케 하는 분홍색 점퍼를 입고, ‘2’가 적힌 피켓을 들면서 선거유세 콘셉트로 휴지를 판매 한 T커머스 SK스토아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한편 보수언론에서도 MBC 일기예보 심의를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사설 <‘1′자 썼다고, ‘사’ 뺐다고 방송 제재, 文정권처럼 할 건가>에서 “보도에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는 공론장에서 시청자가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며 “권력이 정부기관을 동원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왜곡을 일삼는 방송사에 도리어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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