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어렵게 새끼를 가진 고양이 샤미는 스스로 새끼고양이를 낳지 못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수술하고 겨우 살아났습니다. 귀여운 고양이 새끼를 보고 싶은 기대를 저버리고 수술비만 몽땅 들인 고양이가 어디가 예쁘다고, 죽지 않고 살아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지금껏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앞으론 새끼를 가질 수 없겠다는 동물병원장 말씀에 다시는 죽을 고비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이 생겼습니다. 물론 새끼고양이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여러 마리를 키울 자신도 없었습니다.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랫마을로 이사하고 한두 달쯤 지나 수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 번도 돌아다니지 않는 먼 곳에 샤미가 돌아다녔습니다. 자동차 불빛에 새하얀 고양이가 보여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어
유난히 덥던 올 여름을 무사히 보내셨나요? 도시의 날씨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산골은 요즘 아침저녁으로 쌀쌀합니다. 사람 마음은 지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지 그리도 덥던 여름을 어느새 잊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 탓에 긴팔 옷을 꺼냈습니다.뱀사골은 해마다 그랬듯이 올 여름에도 더위를 피해 온 무수한 사람들을 묵묵히 받아들였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더위를 피해 다가온 사람은 누구나 환영했습니다.해마다 차가 지나다니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 북적대다가 8월 중순이 지나면 썰물 때 바닷물 빠지듯이 빠져나가고 계곡물만 유유히 흐릅니다. 돌이켜보면 뱀사골에서 수많은 일이 벌어졌지만 무슨 일이 생기든, 누가 찾아오든 묵묵히 자기를 잃어버리지
입추가 지나도 그칠 줄 모르는 무더위는 일상을 완벽하게 바꿔 놓았습니다. 햇빛이 강렬한 시간에는 일체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합니다. 해가 뜨고 한두 시간만 지나면 더위가 시작되니 낮과 밤이 바뀌어 해가 넘어간 시간부터 움직일 만합니다.올해는 집 마당에 풀을 열심히 뽑아 마당답게 쓸 생각으로 틈만 나면 풀을 뽑곤 했습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 '틈틈이 하니까 되는구나!'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쉴 때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모두들 잘 알겠지만 비가 내리고 나면 풀은 어디에 있다가 나타나는지 모르게 쑥쑥 자라나 마당을 덮어버립니다. 뽑은 곳을 또 뽑고 두세 차례 반복하지만 그칠 줄 모르는 비 때문에 며칠 쉬고 나면 다시 우거지는 풀을 어찌 할 수가 없었습니다.맨땅보다 마당에 자갈을 덮으면 풀이 덜 올라오
10여 년 전 겹겹이 에워싸인 지리산 봉우리들을 걸을 때 독특한 새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네 음절 고음으로 가락을 넣어 울어대는 울음소리는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렸습니다.함께 걷던 스님이 "처사님, 이 새가 뭐라고 하는지 아시겠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모르겠는데요" "'아빠바보'하고 울어대는 거예요, 잘 들어보세요." 그리 듣고 보니 꼭 '아빠바보'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요, 어떤 사람들은 '홀딱벗고'로 들린다는군요." 이리 들으니 '아빠바보'보다 '홀딱벗고'가 더 어울리는 가사 같았습니다.이렇게 인연이 된 '아빠바보 새' 또는 '홀딱벗고 새' 는 그 뒤 지리산 골짜기에 자리잡고 10여 년을 살면서 5월이면 꼭 울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설 연휴 끝나고 추위가 누그러졌습니다. 바람 끝에 묻어오는 찬바람이 아직도 겨울임을 말하지만 눈이 내려도 힘이 없습니다. 며칠씩 강한 힘으로 몰아치던 추위도 이젠 반짝 추위로 끝나고 내린 눈도 금세 녹아 땅이 질척거립니다. 긴 겨울, 긴 추위도 절기를 이기지 못하는가 봅니다.입춘 지나고 곧 우수니 겨울도 막바지입니다. 산중 겨울은 그리 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겨울이 시작하는 때 겨우내 먹을 김장하고 김장 끝나고 메주 만들면 긴 겨울잠을 자야 합니다. 틈틈이 땔나무하는 것이 겨우내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도시의 겨울은 그렇지 않지만 산중 겨울은 비워두는 계절입니다. 좋게 말하면 충전하는 계절일 수 있고, 삶의 근본을 사색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김장하고 바로 메주를 만들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은 겨울추위가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주춤합니다. 겨울비는 눈 쌓인 산 속에서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눈이 녹은 맨땅은 질척거리고 비에 다 녹지 않은 눈은 물 반 눈 반이 되어 신발 속을 파고들고 어중간히 녹은 눈은 너무 미끄러워 조금만 방심하면 미끄러져 넘어지기 바쁩니다. 따뜻해진 날씨를 틈타 땔나무를 열심히 해보려 하지만 질척거리는 땅과 젖은 나무 때문에 오히려 일하기만 더 힘듭니다.땔나무하기를 포기하고 맨몸으로 산길을 내려오면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정말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는 걸까?"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지내면서 행복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그동안 수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을 또 해보았습니다.산골마을에 살면서 학년마다
갈수록 겨울 추위가 길어지고 매서워지는지 산골추위가 끝날 줄 모릅니다. 여러 번 내린 눈이 긴 추위로 녹을 줄 모르고 산골을 덮고 있습니다.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뚫기 위해 눈을 치우다가 포기하고 발자국으로 눈을 눌러 겨우 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눈이 얼어붙어 아이젠 아니면 다니기 힘들고, 걸어 다닐 길이 네 배나 늘었습니다.'작년 겨울에는 외풍이 이리 심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방 외풍이 심하다'는 아내 말에 흙벽이 허물어졌는지 자꾸 의심했습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흙벽은 멀쩡합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추위가 흙벽을 뚫고 들어오는 것입니다.해마다 겨울이 되기 전 집안으로 들어오는 추위를 막기 위해 흙벽을 보완하고 바람이 새는 틈을 막았습니다. 이번엔 어느 해보다 틈을 잘 막았다고 자랑했는데
세상과 연락이 직접 닿지 않는 곳에 살다보면 아무래도 세상일에 관심을 덜 가지게 마련입니다. 마을이라고 달랑 세 집, 아이들까지 합쳐 주민이 여섯 명인 산골마을엔 홍보물도 아랫마을로 배달돼 큰맘 먹고 오르내리다 가져오지 않으면 읽을 기회가 없고, 유세를 들어볼 기회도 거의 없어 선거철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합니다.대통령을 뽑는 투표다 보니 속으론 관심이 있을지언정, 겉으론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 땔나무 마련하고 계곡에서 끌어오는 물을 어찌하면 얼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연구하고 몸 움직이는 게 더 시급한 사람들처럼 산골살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회의원이 되든 산골살이엔 그리 큰 변화가 없는 것도 사실이고 당장 시급한 것은 물이 얼고 땔나무 하는 것임엔 틀림없습니다.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따뜻한 햇볕이 있을 때 김장한다고 곳곳에서 바쁘게 움직입니다. 올해는 배추가 잘 자라지 않아 배추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배추 값이 오르면 시골에서도 김장 인심이 넉넉할 수 없습니다.김장하는 날엔 마을사람들뿐만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까지 불러 함께 돕기도 하고 새로 담근 김치에 돼지고기를 삶아 싸 먹으며 마을 잔치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집집마다 김장을 하는지라 김치가 없을 리 없건만 김치 맛보라며 이집 저집에서 싸주는 통에 여러 집 김치가 모여 김치백화점이 되는 게 시골 김장철 풍경입니다.하지만 올해는 이런 분위기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집집마다 가족끼리 조용한 분위기로 김치만 열심히 담고 있습니다. 배추밭에서 뽑히지도 않은 채 농부의 심정처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던 배추를 올해
지난해 말 허리치료로 다니던 한의원에서 준 열두 장짜리 달력을 거실 벽에 걸어놓았습니다. 세련된 달력이 아닌 숫자가 큼직해 나이든 분들이 보기 좋은 시골 맛이 나는 달력입니다.거실벽에 건다고 아내한테 눈총을 받으며 걸어둔 달력인데 처음 걸 땐 두툼했던 달력이 한 장 한 장 뜯겨나가고 이제 겨우 두 장만 남았습니다.작은 바람에도 펄럭일 정도로 가벼워졌습니다. 달력이 가벼워질수록 사람들은 ‘또 한 해가 거의 지났구나!’하며 세월의 무상함, 이룬 성과도 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는다는 부담에 마음 한편이 쓸쓸해지곤 합니다.마침 날씨까지 늦가을이라 찬바람이 불고, 봄부터 왕성한 생명력으로 숲을 이룬 나뭇잎이 땅에 떨어져 생을 마감하는 모습까지 더해져 외롭기까지 합니다.산은 이미 한껏 가을잔치를 하고
히말라야가 인도북부나 네팔에 있어야지 지리산에 웬 히말라야? 하고 머리를 갸웃거릴지 모릅니다. 그렇지요. 초등학교때부터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열심히 외우고 지도를 찾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산이라곤 야트막한 뒷동산밖에 없던 평야에서 살았던 탓에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 산을 이루는 줄만 알았지 겹겹이 산봉우리를 이루어 산맥이 되는 산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겹겹이 모인 산봉우리들, 셀 수도 없는 골짜기들, 깊디깊은 숲속들이 신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직 밟아보지 못한 땅에 대한 그리움과 눈으로 모두 보이지 않는 숲속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있을 것 같은 흥분도 있었습니다.이런 이유도 하나 포함돼 산에 살게 되었지만 산에 살면서 가장 높은 봉우리도 그 봉우리 못지않게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계곡 가득 흐르던 물이 점점 줄어들더니 바위틈과 자갈들 사이로 모습을 숨겼습니다. 맑고 높아진 하늘과 따사로운 햇빛이 가득한 가을날이 이어졌습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던 다람쥐들이 사방을 바쁘게 돌아다닙니다.다람쥐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는걸 보면 가을을 한가하게 즐길 수만은 없습니다. 곧 겨울이 닥친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그렇지 않아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 때문에 난로를 지금 들여야 되나 더 있다가 들여야 되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 태풍으로 산에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 있어 겨울 땔나무 걱정을 올 해는 덜하고 있습니다. 아니 쓰러진 나무를 볼 때마다 먹을 것이 잔뜩 생긴 것 마냥 기분이 좋아집니다.3일에 한 번씩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 이틀에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으로 하늘이 무거웠던 계절이 어느새 하늘은 높고 더욱 푸르른 계절이 왔습니다. 솜털같이 새하얀 흰구름도 세상이 생기기 전부터 그랬다는 듯이 넓디 넓은 하늘에서 한가하게 노닐고 있습니다. 여름내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준 계곡물도 더욱 맑아져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습니다. 태풍이 다녀간 뒤 산골 풍경입니다.2000년 들어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며 오기도 전에 요란스러웠던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지난해엔 태풍이 동반한 많은 비에 찻길이 무너져 오랫동안 불편을 겪었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 겨우 길 공사를 마쳤는데 이번 태풍에 또 길이 없어지지 않을까 불안했습니다.비가 좀 오거나 태풍이 올라치면 방송에서 '지리산 일대는 3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질 수 있으니
땡볕 무더위가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날이 이어졌습니다.산 속이라 올해처럼 요란한 무더위에도 여전히 선풍기 없이 지낼 만 했지만 도시는 밤까지 더위가 이어져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았다니 올 여름 지내느라 모두들 고생 하셨습니다. 무더위를 피해서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계곡으로 모였습니다. 평소엔 인적 드물고 차 밀리는 일이 없는 지리산 계곡에도 사람들과 차로 넘쳐났습니다.사람 입장에서 보면 산과 계곡은 여름 한 철 이리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세 계절을 그리도 열심히 준비하는지 모릅니다.봄 가뭄에 계곡물이 실개천이 되어 물에 깊이 잠겨있던 계곡 속살이 훤히 드러나 이번 여름엔 사람들이 계곡에서 물놀이 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여름 무더위 시작 전에 내린 며칠 동안 비로 계곡은 어느새
수술해도 어미고양이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수의사 말에 병원에만 가면 샤미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붙잡고 있던 희망이 사라지니 힘이 빠지고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그렇다고 이제 움직일 기운마저 잃은 채 숨을 헐떡이는 샤미를 보면서 정신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가능한 빨리 수술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했으면 하는 바람과 달리 동물병원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밥을 통 못 먹는다는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 개 미용 한다고 오는 사람, 교통사고 난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사람 등으로 수의사는 샤미 수술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저마다 사정이 있으니 떼를 쓸 수 없지만 마음속에선 샤미가 무척이나 걱정되었습니다. 찾아온 손님들이 겨우 돌아가고
아무도 의심할 수 없게 샤미 배는 커졌습니다.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고양이 임신기간과 새끼 낳기에 적당한 집이 어떤 것인지 부지런히 찾아봅니다. 개보다 몸이 작어서 개 임신기간인 두 달보다 짧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양이도 임신기간이 두 달이었습니다.그리고 사방이 막혀서 어둡고 아늑한 곳을 좋아한다며 종이상자로 샤미가 새끼 낳을 곳을 만든다고 집안을 어수선하게 합니다. 개가 새끼 낳을 때도 큰 종이상자로 집을 만들어 주곤했던지라 고양이 집도 감자상자로 제법 잘 만들었습니다. 신문 뜯어서 바닥에 깔고 조그만 이불을 맨 위에 깔아 뽀송뽀송하고 푹신푹신한 샤미 분만실을 만들었습니다. 샤미가 새끼 낳을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족 모두는 새끼고양이에 잔뜩 기대가 부풀었습니다. 드디어 밤중에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샤미가 애절한 목소리 울어댑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애절한 목소리입니다. 2년 동안 샤미하고 살면서 멸치 달라는 목소리, 밖에 나가고 싶다고 문 열어달라는 목소리, 혼자 심심하니 놀아달라는 목소리, 다리 위에 올라와 자고 싶다는 목소리 등을 구분하게 되었습니다.그러나 오늘 샤미 목소리는 도저히 무얼 요구하는지 아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자기는 분명히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이 알아듣지 못해 우왕좌왕하니 샤미는 한시도 쉬지 못하고 끝임 없이 야옹댑니다. 배고프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밖에 나가겠다는 이야기도 아니니 몸에 심각한 일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두 해전 샤미와 첫 만남은 귀여움 자체였습니다. 어미고양이만 쫓아다니는 새끼고양이인 샤미는 온 몸이 흰색이
산중 새들이 몽땅 나와서 시끄럽게 떠드는 이른 아침입니다.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만으로는 이렇게 이른 아침에 좀처럼 잠에서 깨지 않습니다. 밤새 혼자 지낸 게 억울했는지 샤미가 문 앞에서 일어나라고 야옹거리고 발로 문을 긁어대는 통에 깨어나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습니다. 그렇잖아도 이번 미디어스에 보낼 글은 2년 전에 어렵게 산골까지 온 우리집 고양이 샤미에 대한 이야기를 쓸 생각으로 며칠 동안 구상 중이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줄 알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글 쓰려고 앉자마자 포개진 다리위에 올라와 편히 자고 있습니다. 산골에 살다보니 농작물을 야생동물로부터 지킬 필요가 있어 개를 키우게 됐고, 사방천지에 닭들 먹을거리가 있고 달걀을 먹을 욕심으로 닭을 키우게 되어 이리저리 함께 사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리산에 어마어마한 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영호남 동서화합을 위한다며 광주와 대구를 잇는 88고속도로를 만들었습니다. 대단한 홍보와 함께 만들어진 88고속도로는 웬만한 국도나 지방도보다 못한 2차선 고속도로입니다.이 고속도로 지리산입구를 통과하면서 지리산휴게소가 만들어졌고 지리산IC가 인월옆에 자리했습니다. 물론 지리산IC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지리산을 오는데 교통이 많이 편해진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는 세상이라 수도권과 연결 없는 고속도로는 그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지금은 88고속도로가 4차선 공사도 하고 있고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와 연결되어 훨씬 나아졌습니다. 고속도로 공사말고도 전남 구례와 전북 남원을 잇는 길공사를 했습니다. 이 길은
지리산은 어떤 이유에선지 많은 사람들 마음 깊숙이 자리한 산입니다. 한번 다녀간 적이 없는 사람도 언젠가는 지리산을 꼭 다녀와야지 하며 지리산을 가슴에 담고 있고, 많이 다녀간 사람도 다음엔 저 골짜기를 꼭 와봐야지 하며 지리산을 가슴에 담아둡니다. 평생을 지리산에 살아도 골짜기 골짜기를 다 다녀보기 어려울 만큼 지리산은 크고 넓습니다. 크고 넓은 만큼 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고 지리산에 깃들어 있는 크고 작은 마을들이 있습니다.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엔 자연스레 큰 마을이 만들어져 산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먹고사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곳곳에 찻길이 만들어져 누구나 쉽고 빠르게 지리산엘 다녀갈 수 있지만 찻길이 없던 시절엔 지리산을 한번 다녀오기란 보통 마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지리산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