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의위)에 상정된 안건 상당수는 선방심의위원이 적을 두고 있는 보수언론단체의 민원으로 추정된다. 보수단체 출신 선방심의위원들은 관련 심의에서 중징계 의견을 내고 있다.
정민영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은 MBC 법률대리를 맡으면서 관련 안건에 대해 서면으로 심의회피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촉됐다. 최근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사적 이해자가 넣은 민원을 심의하고 의결 과정에 참여해 ‘민원 사주’ 의혹이 불거졌다.
미디어스가 현재까지 접수·심의된 선방심의위(1~6차회의) 안건을 확인한 결과, 보수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는 총 40여 건의 안건 중 10여 건에 대해 “방통심의위에 고발할(민원 신청)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희림 체제' 방통심의위는 처음으로 공언련에게 위원 추천을 맡겼으며 선방심의위원 2인이 해당 단체 소속이다. 공언련 추천으로 선방심의위원이 된 권재홍 위원은 지난달 공언련 이사장에 선출됐다. 국민의힘 추천 최철호 위원은 공언련 전 대표 출신이다.
공언련은 매주 자신의 홈페이지에 ‘주간 편파·왜곡 방송’ 모니터링 결과를 게재하고 “방통심의위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언련은 지난해 12월 26일 게재한 <12월 둘째주 주간 모니터>에서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12월 13일 방송분에 대해 “(패널이)노골적으로 편향된 정치 선동을 한 사례”라며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방송은 선방심의위 안건으로 상정됐으며 지난달 11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중징계인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가 의결됐다. 선방심의위에서 의결한 첫 법정제재다. 이날 권재홍·최철호 위원 모두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당시 최 위원은 “신장식 씨는 TBS에서도 편파방송으로 많이 비판을 받았는데 MBC에 넘어와서도 동일하게 (편파방송을)하고 있다. 이런 분을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하나”라고 비판했다. 권재홍 위원은 “문제적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공언련은 <신장식의 뉴스하이킥>(12월 20일, 12월 27일, 1월 5일, 1월 9일 방송분)에 대해서도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넣었다고 했다. 선방심의위에 <신장식의 뉴스하이킥>(12월 20일~26일 방송분, 1월 5일·6일·9일 방송분)이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으며 이들 방송분 모두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권재홍·최철호 위원도 해당 방송에 대해 같은 의견을 냈다.
공언련이 문제를 삼은 내용과 선거방송심의위 민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언련은 ▲12월 20일 방송에 대해 ‘출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취소 2심 판결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말해 불공정했다’ ▲12월 27일 방송에 대해 ‘좌편향 진행자와 패널 3인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만 악의적으로 비난했다‘ ▲1월 5일 방송에 대해 '북한의 서해 포격 도발에 대해 출연자가 사실관계를 왜곡했고, 프로그램은 반론을 전하지 않았다' ▲1월 9일 방송에 대해 '4월 총선에서 야당을 지지해달라는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선방심의위에 ▲출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취소 2심 원고 승소 판결을 악의적으로 비판 ▲진행자와 출연자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취임사를 일방적으로 비판 ▲출연자가 북한의 서해 포격 도발과 관련해 근거 없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장 ▲출연자가 총선에서 야당을 지지해달라 발언 등의 민원이 제기됐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외에 공언련이 민원을 넣었다고 밝힌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12월 22일 방송) ▲MBC <뉴스데스크>(1월 1일 방송) ▲MBC <뉴스데스크 경남>(1월 3일 방송) ▲CBS <김현정의 뉴스쇼>(1월 12일 방송) 등은 선방심의위에서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들 프로그램에 제기된 민원 역시 공언련이 문제 삼은 내용과 동일했다.
공언련은 MBC <뉴스데스크>가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신당에 대한 의견만 묻고 이낙연 신당은 누락했다‘고 주장했고, 선방심의위 민원 내용도 이와 동일했다. ‘국민의힘은 다수의 후보, 민주당은 1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민원이 제기된 <뉴스데스크 경남>에 대해서도 공언련은 이 같은 내용으로 민원을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언련은 <김현정의 뉴스쇼>와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대해 각각 ‘출연자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대해서만 비판했다’, '야당 원내대표단만 출연시켜 정부·여당 비판 인터뷰만 반복한 반면 여당 원내대표단의 인터뷰는 없다'고 문제삼았으며 동일한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
권재홍·최철호 위원은 <뉴스데스크>에 대해 법정제재 의견을 냈으나 다수의 위원이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하면서 ‘권고’가 의결됐다. 권재홍·최철호 위원은 <김현정의 뉴스쇼> 심의 당시 패널 불균형성이 반복된다며 '법정제재' 의견을 밝혔다. 위원들의 의견이 갈려 표결이 불가능해지자 최 위원이 행정지도 '권고'로 수위를 낮췄고, 권 위원은 법정제재 의견을 유지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권고'가 의결됐다.
공언련은 지난해 8월 당시 정민영·김유진 방통심의위원을 이해충돌 방지 위반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언련은 김유진 위원의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이력이 심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정민영 위원이 '윤 대통령 욕설 발언 보도'(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MBC측 법률대리인을 맡으면서 MBC 심의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았다.
권익위는 지난해 9월 정민영·김유진 방통심의위원에 대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는 조사 결과를 냈으며 윤 대통령은 해당 결과를 근거로 정 위원을 해촉했다. 공언련의 주장대로라면 선방심의위원으로 심의에 참여하고 있는 최철호·권재홍 위원 역시 이해충돌 위반인 것이다.
현재 ‘민원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도 동일한 내용으로 권익위에 신고됐다. 지난해 12월 23일 한 공익신고자는 류희림 위원장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방통심의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등으로 신고했다.
해당 신고자에 따르면 류 위원장의 친인척이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관련 민원을 방통심의위에 다수 제기했으며, 류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심의에 참여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해당 사건을 ‘민원인 정보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고 공익신고자 색출을 위해 성명 불상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권익위는 신고가 들어온 지 두 달여 가까이 됐으나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권익위가 사건 종결 수순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TV조선 시청자위원을 역임한 권재홍 위원은 TV조선 안건이 상정될 때마다 심의 회피를 선언하고 있다. 반면 TV조선 출신 손형기 위원은 TV조선 심의에 참여해 ‘의견제시’, ‘문제없음’ 등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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