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자신의 ‘민원 사주 의혹’을 신고한 제보자를 색출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정보학회는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 코바코 한국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지미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민원을 사주한 부분보다 이후 직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감찰에 나선 사실이 더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비실명 신고자의 위임을 받은 한 변호사는 류희림 위원장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방통심의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등으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류 위원장의 가족, 지인 10여 명이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인용보도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류 위원장은 자신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신고를 ‘개인정보 불법 유출’로 규정하고 공익신고자 색출을 위한 감찰과 수사를 의뢰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신고했다는 이유로 감사나 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의 범죄”라며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언론보도를 본 적이 없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념을 해석하기 어렵지만은 이번 사안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해충돌방지법 20조 2항은 ‘누구든지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공익신고자보호법 2조는 ‘직무에 대한 부당한 감사 또는 조사나 그 결과의 공개’를 ‘불이익조치’로 규정하고 있다.
김지미 변호사는 “공익신고자라는 이유로 자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고, 감사와 같은 불이익조치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 사주’에 대해 "‘설마 이런 일까지 하겠어’라고 생각해 차마 우리 형사법에 포함하지 않은 일"이라고 꼬집은 뒤 “청부 민원을 넣은 것 자체가 사건의 본질이기 때문에 이 행위에 대해 사회적으로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에는 금도를 지키지 않았을 때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곤 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모습들이 없기 때문에 모든 문제에 대해 ‘형사처벌’ 여부를 따지는데, 매우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방통심의위에서 정치심의, 비일관적인 과잉심의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남표 용인대 객원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지상파방송 심의에 적용된 규정은 ▲객관성(33회) ▲공정성(20회) ▲대담·토론프로그램(20회) ▲통계 및 여론조사(10회) 등으로 객관성·공정성 조항 위반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 2항(공정성)은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4조(객관성)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남표 교수는 “이 같은 조항은 입장과 견해에 따라 대단히 자의적으로 또는 다르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다”며 “과잉심의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조항 관련 심의의 경우 위원 1/3 이상의 제안으로 논의는 진행하지만, 제재조치에 대한 의결은 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남표 교수는 “심의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은 기록하지만, 제재에 대한 의결을 하지 않으면 적어도 과잉심의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뉴스타파 인용보도에 대한 제재 수위가 다른 것을 거론하며 “KBS와 MBC에 수천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정도로 심각한 가짜뉴스였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근거가 의결서에 담겨야 하는데, 왜 문제인지 기술돼 있지 않다. 당사자들이 징계 수위에 대해 수긍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직권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심의 조항이 모호하고 위원들의 전문성이 얕다 보니 정치적 성향에 따른 자의적 심의가 이뤄지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다른 제재를 내리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생각”이라며 “그동안 방통심의위의 정파성 논란에 대한 목소리는 많이 나왔지만 전문성에 대한 지적은 크지 않았다. 비전문적이다 보니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데, 위원 자격에 대해 꼼꼼하고 디테일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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