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자신의 ’청부심의‘ 민원 의혹을 신고한 직원에게 탄압을 가하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 추천 방통심의위원들은 류희림 위원장이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호루라기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 등은 3일 서울 양천구 목동 코바코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류희림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날 야권 추천위원 3인은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감사·고발 철회 ▲‘청부심의’ 내부 진상규명 기구 설치 ▲‘청부심의’에 대한 위원 전원 대국민 사과 ▲‘청부심의’ 의혹과 관련된 류 위원장의 업무 지시 근절 등을 안건으로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여권 추천위원 4인의 불참으로 개의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회의 개의를 위해서는 재적 위원 과반이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이날 급작스럽게 서초사무소 직원들과 오찬 일정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이 사실이면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조직적인 언론탄압”이라며 “류 위원장은 윤 정권에 비판적 언론사를 징계할 목적으로 민원청구부터 제재까지 실행하는 불법행위를 주동한 것이다. 공적심의기구의 사유화이자 이해충돌방지법과 방통심의위 임직원 이해충돌방지 규칙 행동강령을 위반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0월 류 위원장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라며 “검찰, 경찰, 방송통신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어느 곳 하나 불법적 언론탄압 범죄를 제대로 규명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시민단체는 “이제 국회가 나서 류 위원장에게 제기된 불법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수 있도록 방통심의위에 대한 국정조사를 즉각 추진하라”며 “심의제도를 모독한 류 위원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 다시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언론시민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은 부적격자 류 위원장 위촉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하루 속히 해촉하라”고 요구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장은 “류 위원장은 방통심의위 내부에서 이미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직원들의 분노가 아우성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윤 대통령은 4개월 전 정민영 위원을 이해충돌 방지 위반을 이유로 해촉했는데, 류 위원장이 위반한 법률도 똑같다”며 “윤 정권이 어떻게 방통심의위를 접수하고, 망가뜨리는지 낱낱이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류 위원장은 해촉 대상이 아닌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인데, 적반하장격으로 제보자 색출을 운운하고 있다”며 “류 위원장은 정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이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을 겁박하는 정치권력의 도구로 방통심의위를 사유화하고 있다. 이 참혹한 언론 탄압의 현장에서 직원들은 양심을 지키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팀장은 “권익위는 공영방송 이사들과 방심위원을 조사하고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역할을 했지만, 박민 KBS사장에 대한 신고는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것”이라며 “그래서 국회가 방통심의위가 편파적이고 위법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진상 조사를 나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더 큰 문제는 지금 제보자가 공격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류희림 위원장에 대해 수사기관의 결정만 기다릴 때가 아니다. 원내 가장 큰 정당으로서 직접 나서 공익제보자 보호와 진상규명을 위해 더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야권 추천 김유진·옥시찬 위원은 전체회의가 무산되자 간담회를 열고 8일 정기 전체회의에 안건을 재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옥시찬 위원은 “이미 류 위원장의 지시가 내부에 먹히지 않고 있다”며 “직원이 떠날 수는 없잖나, 류 위원장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은 “사퇴를 해야 할 분이 방송소위 위원장까지 맡고 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8일 전체회의 결과를 보고, 방송심의소위원회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류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 맞게 심의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어떤 방향으로 개정하려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통신심의 쪽에서 인터넷매체를 심의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이럴 경우 방통심의위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법률로도 제재할 수 없는 것을 심의규정을 통해 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가 있고, 굉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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