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자신의 친인척에게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에 대한 민원을 청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비실명 신고자의 위임을 받은 한 변호사는 류희림 위원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방통심의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등으로 신고했다. 여권 추천 방통심의위원들은 지난달 뉴스타파 인용 방송사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을 의결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4일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뉴스타파의 보도와 관련해 “지금 수사당국의 수사와 별개로 방심위 등 말하자면 이것을 모니터하고 또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한 직후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KBS, MBC, JTBC, YTN 등에 대한 민원이 쏟아졌다.
과징금을 받은 5개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은 162건(64명 신청)이며 이 중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 지인, 관련 단체 관계자가 제기한 민원(21명)이 57건(35.2%)에 달했다. 민원 신청자 중, 류 위원장의 가족은 총 6명으로 ▲동생 류00(3건) ▲동생의 부인 이00(1건)▲아들 류00(4건) ▲처제 김00(2건) ▲동서 김00(4건) ▲조카 채00(6건) 등이다.
류 위원장이 지난 3월까지 대표로 재직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관계자 7인도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의 민원은 총 27건이다. 지난 10월 방송언어자문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KBS 출신 인사도 민원 신청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인물과 류 위원장은 KBS 입사 동기다. 류 위원장이 대표를 지낸 보수 언론단체 미디어연대의 임원도 3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25일 뉴스타파는 “심지어 물음표 오타가 난 민원 내용이 10여 명이 낸 민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며 “누군가가 전달한 내용을 그대로 ‘복붙(복사해서 붙이기)’ 했거나 명의를 빌려 신청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신고인은 “류희림이 사적이해관계자(추정)의 민원이 신청되어 있음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신고하거나 관련 방송에 대한 심의를 회피하지 않아 이해충돌 방지법 제5조, 이해충돌 방지 규칙 제4조, 행동강령 제5조를 위반하였고, 과거 심의위원회에서 문제가 됐던 ‘셀프 민원’ 및 불공정한 심의가 재발되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신고인은 “언론 본연의 기능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차원에서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인터뷰 보도를 인용한 방송에 대해 역대 최고 중징계인 ‘과징금’ 부과 결정을 하게 된 시발점인 민원이 류희림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들에 의해 신청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철저한 조사와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원을 제기한 류 위원장의 동서는 ‘평소 방송의 편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만, 민원 신청을 요청받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류 위원장의 동서는 MBC에 “명절 때 만나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 왔고, 다른 처가 식구들도 그랬었고 다 같은 편이었다. 같은 편이었기 때문에 불만이 많았는데, 임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취하한 류 위원장의 동생 류00 씨는 형의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아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지인이 형 쪽에서 일하는 분인가'라는 뉴스타파 질문에 류00 씨는 "(형의) 후배인가 그럴 거예요"라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정리하면, 류희림 위원장의 후배가 도와달라고 연락을 해왔고, 그 요청에 본인이 응했다는 얘기다. 발언의 맥락을 보면, 형의 후배가 다름아닌 형을 도와달라고 류 씨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류00 씨가 "MBC의 보도를 자신이 직접 보고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 파악했다기보다, 누군가의 청탁을 받으며 그저 불러주는 대로 민원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성명불상자 신고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26일 보도자료를 내어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에 공익신고서를 접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해서 방심위 직원이 민원인 정보를 유출했다는 범죄 혐의가 소멸될 수는 없다”며 “해당 정보는 방심위 직원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자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공익제보로 포장해도 이번 민원인 정보 유출 사건은 명백한 '공익침해 제보'임이 분명하다”면서 “해당 보도를 받아쓴 기사들도 향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될 가능성이 있음을 밝힌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미디어스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아무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해도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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