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사퇴 닷새 만에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추천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 이하 방통심의위) 위원 2명은 위촉하지 않고 있다. 내년 8월 5기 방통심의위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국회 추천자가 위촉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적어도 내년 총선 때까지 방송·통신 규제기구를 여권우위의 기형적 구조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0월 황열헌 인천공항시설관리 사장(전 문화일보 편집국장)을 방통심의위원으로 추천했다. 이광복 전 방통심의위 부위원장 후임자다. 이어 김 의장은 지난달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 교수를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의해 방통심의위원으로 추천했다. 정민영 전 방통심의위원 후임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의장 추천자를 위촉하지 않고 있다. 이들 인사를 임명하게 되면 현 여야 4대3 구조는 4대5 구조로 재편된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근절' 정책의 최전선에서 방송사 제재와 콘텐츠 삭제·차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방통위설치법 시행령 제7조는 방통심의위원 결원이 발생했을 때 30일 이내에 보궐위원을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법령을 위반하고 있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방통심의위원 추천 몫을 '도둑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관례상 여야 6대3 구조로 구성돼 왔고, 정민영 전 위원은 여당 추천 몫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에 그 보궐위원은 국민의힘이 추천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지난달 21일 "민주당은 여당의 방통심의위원 추천권을 도둑질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며 "해촉된 두 위원의 후임은 모두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추천할 사안으로 민주당 몫이라는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관례에 비춰보더라도 박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9명의 방통심의위원 중 3명이 국회의장 몫이다. 현행법상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 여당, 야당이 각 1명씩 방통심의위원을 추천하게 된다. 현재 황성욱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이 협의해 추천한 인사다. 그럼에도 국회의장 추천 몫 중 2명을 국민의힘이 행사하겠다는 게 박 의원 주장이다.

윤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장이 추천한 보궐위원 2명을 위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위촉한 김유진·옥시찬 위원을 추가로 해촉하지 않는 한 여권 우위의 방통심의위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5기 방통심의위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방통위 구성·운영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추천된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를 7개월 넘도록 임명하지 않고 자신이 지명·임명한 이동관·이상인 두 위원만으로 '기형적 방통위'를 운영해왔다. 최 내정자는 윤 대통령의 임명 부작위를 비판하며 지난달 7일 사퇴했다.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통위는 현행법상 여권 추천 3명, 야당 추천 2명 등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운영돼야 한다. 

여권은 최 내정자에 대한 '결격사유 검토'를 임명 지연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발언에 의해 증명됐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1일 국회에서 국민의힘을 '저희 지도부'라고 지칭하며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방통위원 패키지 딜'을 제안한 사실을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저희 지도부가 국회 추천 3명이 올라오면 패키지로 처리하는 쪽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달 10일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0일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전 위원장의 사퇴는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탄핵 절차를 형해화하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전 위원장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 하루를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현행법상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피소추자는 통상 6개월 간 직무가 정지된다. 이 기간 동안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표를 수리하지도, 피소추자를 해임할 수도 없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동관 전 위원장은)정치적으로는 이상민 장관이 (탄핵 국면에서)풀려난 것처럼 몇 달 기다렸다가 '무리한 탄핵을 하지 않았냐'고 해야 옳은 수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본인이 안 빠지려고 했는데 빠졌다는 것은 외력이 있었다는 얘기"라며 "방통위원장이 총선 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KBS 사장이 급하게 교체된 것을 봤을 때 남은 것은 하나(MBC)"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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