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예상대로 ‘바이든 날리면’ 보도에 대해 무더기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제작진 의견진술은 법정제재 여부를 결정하기 전 거치는 절차다. 

언론·시민 사회단체들은 ‘바이든 날리면’ 보도 재심의와 관련해 “류희림 위원장이 방통심의위를 ‘언론검열’ 기구로 전락시켰다”며 “구조적 해체와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30일 회의를 열고 MBC, KBS, SBS, OBS, TV조선, 채널A, JTBC, MBN, YTN의 ‘바이든 날리면’ 보도에 대해 재적위원 5인 중 4인의 만장일치로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심의 불참을 선언한 유일한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방송소위는 해당 프로그램들에 대해 외교부와 MBC의 소송 결과가 나온 뒤 재심의하겠다며 ‘의결보류’를 결정한 바 있다.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외교부의 손을 들어줬으나 MBC는 즉각 항소에 나섰다. 

이날 방송소위에서 류희림 위원장은 “1심 판결을 통해 적어도 ‘바이든’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바이든 날리면’ 발언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 XX들이’ ‘쪽팔려서’ 등 윤 대통령의 욕설과 비속어는 사실로 인정했다.

류 위원장은 “전후 맥락을 확인하지도 않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자막을 통해 사용했는데 무엇이든 보도할 수 있는 것이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국익과 언론 자유 사이에서 보도의 가치를 찾는 것이 진정한 저널리즘”이라면서 “과거 청와대 출입 기자로 여러 차례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취재해 봐서 잘 알고 있다. 치열한 정상외교 현장에서의 보도는 국익을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 제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류 위원장은 “특히 MBC는 대통령실이 정정보도를 요청했음에도 끝까지 자신들이 듣고 싶은 대로 그 자막을 주장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태도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면서 “MBC가 주도해 보도한 자막 내용을 당시 다른 지상파, 종편, 뉴스전문 채널들이 그대로 따라 방송하면서 우리 방송들의 무비판적 보도 태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그로 인한 정치적 공방, 국격 추락 등 엄청난 국력 소모가 있었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MBC가 항소한 것과 관련해 “방송심의는 불법성이 아닌 공정성, 공공성 유지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라며 “법원 판단은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안건의 쟁점은 법원에서 음성 감정을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것으로, 대통령의 발언을 검증 과정 없이 비속어로 단정하고 자막 표기한 내용에 대해 심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위원장은 최근 JTBC의 ‘배추' 오보를 거론하며 “아무리 유튜브 방송이라지만 그 파급 효과는 일반 지상파 뉴스보다 적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실은 JTBC 오보에 대해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으며 국민의힘은 제작진을 허위 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완 위원은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이든 날리면’인데, 법원에서 전문가들은 판정 불가 판정을 내렸다”면서 “바이든이라고 들렸을 수도 있지만, 들렸을 수 있는 것과 강요하는 것은 다르다. 개별 방송사들이 판단한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강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은 “MBC의 첫 보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와 구분해야서 봐야 한다”면서 “보도 내용뿐 아니라 그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그 후속 조치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방송사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26개 언론·시민 사회단체 관계자가 '비판언론 죽이기·정치 보복적 심의 자행 류희림 방심위 해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26개 언론·시민 사회단체 관계자가 '비판언론 죽이기·정치 보복적 심의 자행 류희림 방심위 해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26개 언론·시민 사회단체들은 방통심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든 날리면’ 보도에 대한 의견진술 결정이 뻔하다”며 “류희림 체제가 방통심의위를 회복불능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류 위원장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 보장'을 목적으로 설립한 방통심의위를 ‘검열기구’로 전락시켰다”며 “헌법이 금지한 국가검열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도구가 된 방통심의위는 류희림 체제의 교체를 넘어 구조적 해체와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방송소위는 진행자가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1심 판결에 대해 논평하며 수사 검사의 실명을 공개하고 ‘악의 평범성’에 비유한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이날 방송소위 위원들은 ▲검사 실명을 공표하는 것은 인민재판이다 ▲공영방송 진행자가 주관적인 감정을 섞어서 말했다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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