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충돌이 약속대련이 아닌 '김건희 리스크'에 따른 권력 갈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요 보수언론은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주문했다. 김건희 씨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에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언론보도를 확인해 준 것이다.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인 만큼 이번 충돌을 약속대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언론의 해석이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과 세계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한 윤석열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김건희 여사와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을 충돌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김건희 씨에게 사과를 요구한 김경율 비대위원을 한 위원장이 서울 마포을 후보로 내세우면서 윤 대통령이 불편해 했다는 게 후문이다. 

22일 동아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사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과를 하면 민주당의 공격을 받아 오히려 총선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김건희 씨가 주변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할 만큼 강경한 데는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한 위원장과 달리 김 여사가 사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23일 동아일보는 사설 <결국 ‘김건희 리스크’가 부른 여권 內戰>에서 "가사(家事)에 얽매여 국사(國事)를 그르칠 수는 없다"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직접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아일보는 "'몰카 공작'을 떠나 김 여사가 직접 나와 경위를 해명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며 "그렇게 논란의 강을 건너지 않고선 대통령과 여당은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런 낮은 자세 속에서 민심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문제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의 해소 여부다>, <대통령실의 한동훈 사퇴 요구는 도 넘은 당무 개입>이라는 두 개의 사설을 내놓았다. 중앙일보는 "사태가 여권의 대분열에까지 이른 이유는 김 여사가 목사로부터 명품 백을 받는 동영상을 보고 놀란 국민에게 대통령실이 명확한 설명도 없이 두 달 가까이 시간만 보낸 탓"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한 위원장이 한 달 전만 해도 '몰카 공작'이라며 적극 방어 나섰으나 현장 여론을 접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고 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해도 총선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달리 방법이 있겠는가"라는 얘기다. 

중앙일보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김 여사가 직접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그게 어렵다면 대통령실에서라도 상세히 설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일보는 "여당에 대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 선을 넘었다"며 "당의 비대위원장은 장·차관이나 공공기관장처럼 대통령과 수직적 관계가 아니다.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여당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장·국회의장처럼 행정부로부터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위치"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비위를 거슬렀다고 해서 곧바로 비서실장을 보내 물러나라고 할 순 없다"며 "게다가 한 위원장이 패륜·범죄적 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다수 민심에 입각한 상식을 얘기한 것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직의 국민과 국정에 대한 책임은 막중한 것이다>에서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이 원인"이라며 "애초에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번질 일이 아니었다. 그 일을 하지 않아 문제를 이렇게 최악 상황으로 키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요구대로 한 위원장이 사퇴했다면, 윤 대통령에게 그 후의 대책이 있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김건희 리스크' 당정 충돌... 尹대통령이 바른 선택해야>에서 "정권 2인자로 불려온 여당 사령탑을 대통령이 한 달 만에 낙마시키려 하고, 당사자는 반발하는 이 혼란은 지켜보는 국민들마저 민망하고 낯 뜨겁게 한다"며 "민생이 무너지는 지금 당정 최고 수뇌가 이렇다면 국민은 정치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실과 김 여사는 더 늦기 전에 사태의 본질적 부분을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당무 개입 논란을 포함해 정국 타개 방안을 직접 내놓아야 한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을 이토록 불안하게 해도 되는지 무책임하기 짝이 없지만 이마저 실기하면 민심을 되돌리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윤 대통령에겐 국정·당정보다 ‘김건희’가 더 중요한가>에서 김건희 씨가 정권의 '성역'이라는 점을 짚었다. 한겨레는 한 위원장의 발언은 고작해야 '국민 눈높이'에 불과하다며 "이마저 용납할 수 없다면 김 여사가 현 정권의 성역이라는 사실을 대통령실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했다. 

이충재 전 한국일보 고문은 '이충재의 인사이트' 칼럼 <검사 출신 '정치 초보'들의 위험한 권력싸움>에서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를 권력 1,2인자 간에 권력을 쟁취하려는 암투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검찰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두 사람이 날 것의 권력욕을 보인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며 "검찰 안팎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수부 검사 출신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이 전 고문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대립은 미래지향적인 정책의제를 둘러싼 생산적인 갈등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라며 "특검과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김 여사의 비리 의혹을 '사과' 수준으로 봉합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태의 본질을 축소하고 왜곡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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