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 대해 국정홍보 방송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KBS 내부에서 “공영방송이 ‘국영방송'으로, ’땡윤방송‘으로 전락하는 치욕적인 순간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8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대통령이 박장범 앵커를 환대하며 시작된 100분간의 대담은 그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의,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한편의 쇼였다”고 잘라말했다.

KBS본부는 윤 대통령이 박장범 앵커에게 인사말로 “KBS 뉴스 시청률이 높다는데, 축하한다”고 환대한 것을 가리켜 “첫 시작부터 코미디였다"며 "KBS <뉴스9> 시청률은 윤 대통령이 내려꽂은 낙하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처참하게 급락하고 있다는 걸 모르나, 윤 대통령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나”라고 꼬집었다. 

KBS본부는 “이어진 대담은 공영방송 KBS가 ’국영방송‘으로, ’땡윤방송‘으로 전락하는 치욕적인 순간이었다”면서 “다양한 현안과 의혹들이 대담 주제로 다뤄졌지만, 대담의 방식과 질문 내용이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인 변명을 담아 내는 데만 집중했다. 정작 국민들이 대통령의 입에서 듣고 싶어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질문조차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국민 모두가 ’디올백‘ ’명품 가방 수수의혹‘이라고 칭하는 건에 대해 박 앵커는 ’파우치‘ ’외국회사의 백‘을 ’놓고 간‘ 사안이라 애써 축소하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시작했고, 대담 내용은 영부인에 대한 변명과 정치공작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담은 것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이 이슈 가지고 부부싸움 안 하셨냐‘는 박 앵커의 질문을 두고 “현 KBS <뉴스9> 앵커의 수준과 자질, 나아가 KBS가 얼마나 망가지고 있는지를 목도하는 순간이었다”고 한탄했다.

또 KBS본부는 대담 중간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안내 장면을 거론하며 “대통령에게 현안 질문을 해도 모자랄 시간에 왜 국민이 대통령의 어린시절 사진이나 부친에 대한 추억, 영부인과의 단란한 사진을 대담에서 보고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번 대담이 윤 대통령의 러브하우스를 하자고 만든 건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국정 현안과 각종 의혹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대담은 온데간데없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홍보와 일방적 변명으로 점철된 어제 대담을 보며 국민들은 KBS를 무어라 생각했겠나”라며 “대통령이 답하고 싶은 내용만 답할 수 있도록 무대를 열어준 KBS는 이제 국영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왜 이 부끄러움의 몫은 공영방송과 구성원들의 몫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KBS본부는 박민 사장을 향해 “이게 당신이 그렇게 말하던 공영방송의 독립과 공정성인가, 당신이 낙하산으로 KBS에 내려온 이유인가”라며 “이번 대담은 공영방송 KBS 역사의 가장 치욕적인 순간으로 그 책임은 오롯이 낙하산 박민과 그에 부역하는 간부들에게 있다. 더 이상 공영방송을 더럽히지 말고 사퇴하라”고 했다.

한편, KBS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어 "윤석열 대통령의 KBS 특별대담이 시청률 8.7%를 기록하며 전 국민적인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며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이래 대통령실이 방송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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