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KBS와 녹화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신년 기자회견을 모두 건너뛴다는 얘기다. 언론에서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패싱을 비판해왔다. 

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데일리에 "대통령실에서 논의를 했고, 다음 주 수요일(7일)에 KBS와 대담을 진행하는 것이 유력하다"며 "조만간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대담은 주말인 4일 사전녹화가 진행되고 설 연휴 이틀 전인 7일 방영된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담 진행자는 '뉴스9' 박장범 앵커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대신 KBS와의 대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KBS)

윤 대통령은 대담에서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함정 취재' '몰카 공작'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명품백은 대통령실 창고에 보관돼 있다는 설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데일리는 2일 기사 <'김건희 해법' 尹은 왜 KBS 대담 선택했나>에서 "수직적인 메시지 전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데일리는 앞서 대통령실이 김건희 씨 의혹의 해법으로 신년 기자회견, 김치찌개 기자 간담회 등을 검토해왔지만 질문지를 사전에 조정하는 '각본' 논란, 질문공세에 윤 대통령이 정제되지 않은 답변을 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최종 선택지에서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뉴데일리는 "KBS 대담 역시 3일 간 시차를 둔 사전녹화 방식으로 진행해 대통령실이 의도한 장면만 내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각본' 논란이 일 수 있다"며 "신년 기자회견을 올해에도 열지 않는 것을 두고도 '불통'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진행한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유일하다. 

KBS는 최근 '시사기획 창'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편 방송에서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부각해 "윤비어천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제작 과정이 불투명해 대통령실과의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프로그램에 나온 영상 다수가 대통령실 제공 영상이었고, 윤석열 정권 외교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주요 인터뷰이로 등장해 조율 의심을 키웠다. 프로그램에서 윤 대통령 외교성과에 호평을 쏟아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여권 관계자는 뉴데일리에 "돌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대통령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등 취임 당시 대국민 소통을 그 누구보다 강조해왔던 만큼 사전에 잘 짜여진 구도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영방송 대담이 설 연휴를 앞두고 얼마만큼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특정 언론사와 대담을 진행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2주년과 퇴임 직전에 각각 KBS, JTBC와 대담을 진행했다. KBS 대담에서 '무례한 질문'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절차에 반발하며 문 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KBS 기자는 자유한국당이 '독재자'라고 얘기하는 데 대한 의견을 물었고, 문 전 대통령은 "국회선진화법이 정해놓은 방법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대담 종료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KBS 시청자게시판에서 '무례한 질문'에 사과하라는 청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언론에 "문 대통령은 불쾌해하거나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더 공격적인 공방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고 말씀하시더라"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담 과정에서 사전에 질문이 조율됐느냐는 언론 질문에 "어떤 것도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초반에 25분가량 북한 관련 질문만 진행된 점을 보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조율이 됐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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