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여의도에 대해 좀 안다 하는 사람에게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용산 권력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영부인 문제가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영부인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면 만사 해결되는 것인가? 짚어볼 문제다.
가령 여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일이 그렇다. 여당은 총선을 겨냥한 정쟁용 입법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런데 통과된 특별법은 특조위 활동을 ‘총선 이후’에 시작하도록 하고 있다. 여당의 우려를 반영해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한 바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중재안에는 여당이 반대한 특검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 등의 삭제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여당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은 명분이 없다. 명분이 없는 일을 하는 이유는 용산과의 코드 맞추기가 필요하기 때문 아닌가?
정권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조치를 제대로 했으면 애초에 이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가령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책임을 묻는 것과 같은 것들 말이다.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장면도 있다. 주요 책임자 중 한 명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수사팀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검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논란을 키웠다. 급기야 검찰총장 직권으로 수사심의위까지 소집해 불기소하는 방법을 찾는 듯했는데 외부 전문가들도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으로 기울면서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검찰이 이러는 건 이게 법리 적용이 어려운 문제여서일까, 아니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장애인단체 시위 문제 등에 대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고 할 정도의 용산에 대한 ‘충성파’여서일까? 이런 일에 대해 말 한 마디 못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여당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선거는 용산이 아니라 여당이 치른다. 민심을 여당이 읽고 용산에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권자들이 볼 때 대통령은 불통이고 일방적이다. 진보당의 강성희 의원이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하다가 사지가 들려 쫓겨난 사례가 그렇다.
대통령실은 강성희 의원이 대통령의 손을 붙들고 자기쪽으로 당기며 고성을 질러 ‘위해 행위’로 판단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경호원들은 강성희 의원을 이미 충분한 정도로 통제하고 있고 대통령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손을 놔주지 않고 고성을 지르는 등의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비판받아야 할 일이었다고 볼지라도 경호원이 들고 나갔어야 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대통령이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 정도는 보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는가? 경호원들이 과잉 경호를 하려고 할 때 오히려 대통령이 제지했다면 유권자들은 대통령을 다시 보았을 것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이런 점에 대해서 용산 대통령실에 아쉬움을 표현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좀 더 합리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는 강성희 의원이 마치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일을 했다는 듯한 목소리가 대다수다. 국민의 대표라는 같은 입장으로 국회에 가는 사람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이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용산-여당 관계에도 불구 ‘김건희 리스크’ 여섯 글자를 얘기하고 있는 일부 당내 인사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들은 오늘 이 시점의 여당 상태로 볼 때 어려운 일을 하고 있고, 그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저도 생각한다”고 한 것 역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김건희 리스크’를 말하는 것만큼 윤석열 대통령과는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경율 회계사 등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한 것은 애초에 그러한 일이라고 보기에 어려웠다. 비대위는 여당과 보수정치를 거듭나게 할 인사가 맡아야지 ‘공격수’에 적합한 자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공격일변도는 윤석열 스타일이다. 최근의 논란도 결국 그게 불러온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지역구 출마를 맡길 계획이었으면 인재로서 영입하고 김경율 회계사 본인이 지역구 출마 도전을 선언했으면 될 일이다. 상대방 공격을 잘할 인물이라는 이유로 비대위원 자리를 맡기고 거기다가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게 해 비대위원장이 직접 띄워주기까지 하니 “이게 시스템 공천이냐”란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래서야 자기 사람이면 이리저리 챙기며 온갖 요직을 맡기며 감싸면서 상대방에는 가혹한 윤석열식 리더십의 재판이 아닌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김경율 회계사 등이 영부인 문제를 재차 거론하는 와중에 대통령이 뒤늦게 김경율 회계사발 공천 논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은 심상찮은 신호처럼 느껴진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거론하는 여당에 대한 용산의 견제구인가? 그렇다면, 이것은 ‘할 말 하는 한동훈과 요지부동 윤석열’ 간의 신경전인가, 아니면 ‘윤석열과 또 다른 윤석열’의 싸움인가? 행동으로 답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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