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도 '이념 패거리 카르텔 타파'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이 구체적 비전이나 반성 없이 '카르텔 척결'을 내세우면서 '정치복원'은 물 건너갔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김건희 특검' 등 현안에 침묵한 채 하고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윤 대통령은 1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중략)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민이 늘 옳다"며 "이념 논쟁을 멈추고 오직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카르텔 패거리'가 누굴 지칭하는 거냐는 취재진 질문에 "개혁을 방해하는, 자신의 이권에만 매몰된 세력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을 겨냥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이념 부분에 너무 초점을 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2024년 1월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4년 신년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년 1월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4년 신년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경향신문은 사설 <‘이념 패거리 카르텔 타파’가 대통령 신년사에 담길 말인가>에서 "야당과 대화·협치를 말하기는커녕 겁박하는 것이 새해 첫날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자리에서 할 말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국정운영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인 데다 '이념 카르텔'까지 언급했으니 반성과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그간 '카르텔 척결'을 내세워 일부 노조와 시민단체를 공격해왔다.(중략)그 카르텔의 범위를 '이념'으로 확장하고, '패거리'란 표현도 동원한 것을 보니 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비판세력을 상대로 검찰식 통치를 하려는 기세"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이 총선을 100일 앞두고 ‘이념 패거리 카르텔’을 꺼내들고 있으니 ‘정치복원’의 기대는 접어야 할 판"이라며 "더구나 민생과 이념은 병립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이념 중 무엇이 우선인지, 새해에도 카르텔 혁파를 이유로 정치 대신 통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 <尹 3년차도 “카르텔 타파”… 이젠 개혁과제 실행에 더 진력해야>에서 "물론 이런 카르텔 척결 드라이브는 성과도 없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그 강렬한 부정적 뉘앙스의 어휘를 앞세워 진행된 '악당 때려잡기'식 정책 집행은 적지 않은 부작용과 불필요한 논란, 사회적 파열음을 낸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R&D(연구개발) 예산 4조 6천억 원 삭감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이제 집권 3년 차로 임기 중반에 접어들었다. 카르텔 같은 문제의 색출 못지않게 구체적인 개혁의 실행에 진력해야 할 때"라며 "그런데도 정작 3대 개혁과 저출산 해결에 대해선 공허한 당위론에 그치고 있다. 개혁을 위한 야당과의 협치나 국민과의 소통에도 별말이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尹 "국정 중심은 국민"...소통으로 편 가르기 우려 씻어야>에서 "윤 대통령은 귀족 강성 노조와 사교육 업체 등을 카르텔로 지목해 노동·교육개혁의 고삐를 당겼다. 노조 회계 투명화·킬러문항 배제 등에서 개선책을 찾긴 했으나 개혁 본질과는 거리가 적지 않았다"며 "보다 핵심에 다가선 개혁을 하려면 국민적 이해와 초당적 협력이 필수적이다.(중략)'패거리 카르텔 타파'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국민과 정치를 편 가르기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우리 사회의 난제를 풀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실행하려면 대화와 타협은 불가피하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동은 감감무소식이고, 대국민 소통 통로인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때인 2022년 8월이 마지막"이라며 "윤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 발표도 지난해처럼 대통령실 참모진 앞에서 진행됐다. '김건희 특검법' 등 국민적 관심이 큰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전달하는 이 같은 소통 방식은 유감스럽다"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국민 질문에 답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불통 신년사’>에서 "'공정'을 열쇳말로 정치적 반대 세력에 날을 세웠다. 협치보다 대결의 정치를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면서 "더 실망스러운 것은 정작 자신 주변의 불법 의혹과 불공정 문제에는 입을 다물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현시점에서 국민들이 가장 답을 기다린 사안은 정국의 첨예안 현안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인식이나 대처 방안에 대해선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신년사 형식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낭독에 그쳤고 언론의 질문은 아예 차단됐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중앙일보가 지난해 12월 31일 [단독] 보도했다. 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신년업무보고를 '민생 토론회' 컨셉으로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회견 여부에 대해)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면 나중에 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외에 기자회견을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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