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발사주' 사건 피고인 손준성 차장검사(검사장,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검찰권 남용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민주당 인사들과 MBC·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넘겼다는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가 법원에서 일부 확인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손 검사가 문제의 고발장을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넘긴 것이 확인되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은 손 검사의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손 검사는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고발장이 당시 검찰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 등을 피고발인으로 삼았던 만큼 피고인에게 고발이 이뤄지도록 할 동기도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연구관이었던 임홍석 검사가 고발장과 관련한 판결문을 검색한 점을 지목하며 "피고인이 고발장 작성·검토에 관여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정황"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영장청구권, 수사권, 공소제기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그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이 시대에 국민들이 검사에게 요청하는 가장 중요한 하나가 바로 검사의 정치적 중립이다. 이 사건 각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달려 텔레그램을 통해 전송된 고발장에 대해 "피고인이 이 메시지들을 최초 생성한 후 다른 사람에게 직접 전송했다고 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텔레그램 계정이 해킹됐다고 인정할 객관적 사정도 없다"고 했다. 그동안 손 검사는 자신과 김웅 의원 사이에 고발장을 전달한 '제3자'가 있을 가능성 등을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 왔지만 재판부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손 검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손 검사와 김웅 의원 사이에 '암묵적 의사 결합 및 공모'가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 문제의 고발장이 선거일 전까지 수사기관에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발사주' 사건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손 검사가 김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에 범여권 정치인과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들, '김건희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넘겼다는 의혹을 말한다. 당시는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 법정 선거운동기간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참여하는 '국민시그널 공개면접'에서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 초안을 준 것이 확인되면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김준일 뉴스톱 대표의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답변은 "확인이 되면 손준성이 아니라 대검의 어느 직원이라 하더라도 총장으로서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분을 국민들에게 사과할 수 있겠다"였다.
다만 윤 대통령은 '손 검사에서 김 의원으로 무언가 간 것은 인정하나'라는 진중권 광운대 교수 질문에 "아니다"라며 "손 검사도 안 보냈다 하고, 고발장 글꼴도 이상하고, '손준성 보냄' 자체도 변형 가능하다고 언론에 나오지 않나. 검사가 작성한 고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수사는 증거를 갖고 판단하는 것이지 감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다"라며 "안 줬다 하고, 안 받았다고 하지 않냐"고 말했다.
공수처가 재판 과정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0년 4월 2일 손 검사,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대용량 사진파일 60장을 게재했다. 공수처는 다음 날 손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 20장과 첨부자료 88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고발사주' 사건을 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제보사주'라고 주장했다.
이후 정치공작특위는 조 씨와 박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제보사주' 의혹은 실체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정치공작특위는 불복해 재정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사건 기록과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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