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고발사주 사건 발생 직전인 지난 2020년 4월 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손준성 검사, 권순정 검사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사진파일 수십 장이 일괄 전송된 사실이 확인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해당 파일들이 고발사주 고발장에 첨부된 사진파일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권순정 검사는 해당 사진파일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고발사주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손 검사는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당시 범여권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 고발사주 사건 직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2020년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3일간 100여 차례 대화를 나눴던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당시 대검 대변인)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공수처는 MBC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보도한 지난 2020년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세 사람의 단체대화방 대화가 급증한 점을 들어 해당 대화에서 고발사주 사건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세 사람이 나눈 단체대화는 2020년 3월 31일 53회, 4월 1일 45회, 4월 2일 30회, 4월 3일 1회다. 당시 손준성 검사와 한 장관의 1대1 채팅까지 더하면 대화 횟수는 3월 31일 84회, 4월 1일 66회, 4월 2일 138회가 된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사건 전날인 2020년 4월 2일 오후 7시 경 3인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사진파일들이 두 차례에 걸쳐 30장 씩, 60장이 올라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김웅 의원이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에 고발사주 고발장과 첨부자료를 전달할 당시 수십장의 사진을 텔레그램을 통해 전송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에서 공수처 검사는 권순정 검사에게 "3명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진파일을 보신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권 검사가 "무슨 사진 파일을 말씀하시는 것이냐"고 하자, 공수처 검사는 "여러 사진 파일이 한번에 쭉 올라오는 걸 본 기억이 없느냐"고 물었다.

권 검사가 "단톡방 (대화가) 어떤 내용인지 정말 기억 안 나고, 사진은 평소에도 주고받는다"고 답하자, 공수처 검사는 "일반적인 사진 파일이 아니다"라며 "2020년 4월 2일 카카오톡 송수신 내역을 보면 10여 초 사이에 사진이 30장씩 올라온다. 카카오에 확인해보니 대용량 사진 전송시 나타나는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 검사는 "대용량 사진파일이 30장 올라왔다"며 "연달아 올라오는데 한두 장이면 그럴 수 있는데, 다량의 사진파일이 (단체 대화방에)올라온 것으로 보여서 증인 기억에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을 묻는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 검사는 "손준성이 '손준성 보냄' (텔레그램 메시지에 첨부된)고발장에 첨부한 서류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권 검사는 "저도 언론을 통해서 봤는데 놀라서 자세히 읽어봤다"고 답했다. 권 검사 답변에 공수처 검사는 고발사주 고발장에 첨부된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지 모 씨 페이스북 캡처 파일 등을 권 검사에게 넘기고 "파일 중에 혹시 본 파일이 있는지 봐달라"고 했다.

이에 권 검사는 "언론에 보도된 건 봤는데 그때 본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 아닌 언론보도를 통해 사진을 봤다는 얘기다. 권 검사는 "그리고 법조기자들이 알고 있는 것,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수시로 보내주기도 한다"며 "그런 것 중에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기사가 보도되면 정보가 빠른 기자들이 대변인에게 참고로 보내주고 하는데, 뭐가 있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이 겉돌자 재판부가 나서 "한동훈 검사장과 피고인, 증인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보여준 사진 내지 파일들을 보신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권 검사는 "본 적 없다"고 부인했다.

권 검사는 손준성 검사, 한동훈 장관과의 3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은 고발사주 사건, 검언유착 의혹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 검사는 "단톡방 개통 시점이 2020년 3월 14일이고, 단톡방은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지우기도 하고 그러지 않느냐"며 "3월 14일이면 채널A 사건 보도는 3월 31일인데 보도를 예상하고 개통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통상적으로 (단체대화방이)개설됐다가 폐쇄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해당 단체대화방이 검언유착 의혹, 고발사주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 사람의 단체대화방이 개설되기 하루 전인 2020년 3월 13일 오전 검언유착 의혹을 받았던 한동훈 장관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보이스톡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이 전 기자가 한 장관과 통화 후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지 씨를 만나 '검찰관계자 통화녹취록'을 보여준 날이다.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사진=연합뉴스)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사진=연합뉴스)

공수처, '장모 문건' 파일명 공개…권순정 "검찰 수사 공격 보도 대응한 것"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권순정 검사와 손준성 검사 사이에 오간 일명 '장모 문건'의 파일명이 공개되기도 했다. 손 검사는 검찰 메신저를 통해 권 검사에게 윤석열 대통령 장모 사건 관련 문서들을 전송했다. 당시는 MBC <스트레이트>가 윤 대통령 장모 관련 사건을 취재하던 시기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이끌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석열 대통령 가족과 관련한 언론대응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에 따르면, 손 검사는 2020년 3월 12일 '정대택 사기미수, 강요 등 판결문3.hwp' 등의 판결문과 '200311 가족[수정].hwp' 파일, 3월 16일 백OO 변호사법 위반 판결문과 정대택 씨 재심 판결문, 3월 17일 '200316 장모 등 의혹제기 관련 팩트체크-3.hwp', 3월 18일 '200318 JTBC 임OO 관련 스탠스-1.hwp', '200318 JTBC 임OO 관련 스탠스-2.hwp', '200318 JTBC 임OO 관련 스탠스-3.hwp', 3월 19일 '200319 잔고증명서, 안OO 사기 행각 관련 설명기조-1.hwp', '200319 가족 관련 언론기조-2.hwp' 파일을 권 검사에게 보냈다.

또 손 검사는 2020년 3월 18일 '200317 스트레이트 등 보도 팩트체크(대변인실)(언론제공용)(적색부분 수정 의견)-2.hwp', 3월 19일 '200319 뉴스타파, 스트레이트 등 허위보도 내용-2.hwp', 3월 20일 ' '200319 뉴스타파, 스트레이트 등 허위보도 내용-4.hwp', 3월 26일 뉴스타파 보도 관련[최종2].hwp', 4월 7일 '200407 스트레이트 대응기조-2.hwp', '200407스트레이트 대응기조-3.hwp', 4월 8일 '200408 의료법위반 관련 정리.hwp' 파일을 권 검사에게 전송했다.

이에 대해 권 검사는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가족 관련 보도는 편향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권 검사는 "(윤 대통령)가족 관련해서는 (의혹이) 4건이었는데 굉장히 복잡했다"며 "의혹 제기하는 언론(MBC)의 지적도 저희가 보기에는 편향되거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유죄가 확정된 분들의 말이 진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내용이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 경과나 이런 걸 충분히 정리해서 설명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는 "이 사건들(손 검사가 권 검사에게 보낸 장모 대응 문건 관련 사건)은 검찰로 따지면 일반 형사부 사건이 아니냐"며 "일반 형사부에서 받았다면 맞을 것 같은데, 이게 다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나온 자료다.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일반 형사부 업무를 요약해서 증인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 이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권 검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큰 틀에서 검찰총장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어렵게 하기 위한 보도이고, 과거 검찰 수사를 집중 공격하는 보도였는데 관련된 모든 부서에서 대응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권 검사는 지난 2020년 3~4월 MBC <스트레이트>가 윤 대통령 장모 관련 사건 보도를 할 당시 질문을 제시하며 검찰총장 가족 관련 취재가 아닌 검찰 관련 취재였다고 주장했다. 권 검사에 따르면, MBC는 윤 대통령 장모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해 3월 13일 당시 "중앙지검 조사과에서 2차례 혐의없음 한 것을 담당검사가 이례적으로 기소의견으로 처리한 이유는?", "윤석열 검사가 관여한 적이 없는지?" 등의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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