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정치 유튜브를 시청하고 반응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재판이 열렸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를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정치인,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고발장의 피해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 한동훈 당시 검사장(현 법무부 장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였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유튜브 반응 보고 지시 받아…안 하던 업무라 부담"

이날 재판에 고발사주 사건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A 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손 검사는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김영일 수사정보1담당관, 성상욱 수사정보2담당관을 두고 있었으며 A 수사관은 직제상 수사정보1담당관 산하에서 공개정보검증팀장으로 근무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따르면, A 수사관은 자신의 직속상관이 아닌 성상욱 검사의 지시로 '유튜브 반응' 문건을 작성했다.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에 따르면, A 수사관이 소속된 수사정보1담당관은 ▲부정부패·경제질서저해사건·대공·선거·노동·외사 범죄정보의 분석, 검증 및 평가 ▲신문·방송·간행물·정보통신 등에 공개된 각종 범죄 관련 정보와 자료 분석, 검증 및 평가 업무를 맡고 있다.

공수처 검사가 "공개정보분석팀은 어떤 경위로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한 것이냐"고 묻자, A 수사관은 "2019년 12월인지, 2020년 1월인지 정확하지 않은데 (그 무렵에) 2과장님(성상욱 검사)이 저를 불러서 유튜브를 진보, 보수로 나눠 (보고하라며) 한 장짜리 페이퍼를 줬는데, 각 채널의 이름이 나와있었다"면서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검찰 관련해 어떤 말을 하는지 (보고서를)써보라고 해서 작성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정치 유튜브 채널 20개를 '보수·우파성향', '진보·좌파성향'으로 구분하고 상위 순위에 있는 보수·우파성향 유튜브 5개, 진보·좌파성향 유튜브 5개 등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유튜브 반응' 보고서를 작성했다. <노무현재단 알릴레오>,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뉴스공장>, <팩트TV 뉴스>, <서울의소리>, <신의 한수>, <OOO 방송>, <펜앤드마이크>, <가로세로연구소>, <OOO의 뉴스브리핑> 등이 모니터 대상으로 확인됐다. 

공수처 검사가 "증인은 수사정보1담당관실 직원인데 어떤 연유로 2담당관(성상욱 검사)이 지시를 했느냐"고 묻자, A 수사관은 "왜 2담당관이 일을 시켰는지 모르겠는데, 1담당관과 2담당관 체계가 나눠져 있었는데, 그냥 제 입장에서는 상급자가 일하라고 시키니까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A 수사관은 유튜브 모니터링에 대해 기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하지 않았던 업무라고 말했다. A 수사관은 "좀 부담스러운 업무였다"며 "안 하던 업무를 하니까 부담스러웠다. 업무량이 많았다"고 했다. A 씨는 "검찰 관련해 (유튜브를 보고 정보를 모으라는 게)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없던 일이 생겨서 업무적으로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A 수사관은 '유튜브 반응' 보고서를 작성해 수사정보1, 2담당관과 수사정보2담당관 산하에서 파견근무를 했던 임홍석 검사 등 3명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속해있던 수사정보1담당관실 파견검사였던 이정훈 검사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 수사관은 "유튜브 반응은 쪽지로 세 분께 보냈는데, 2담당관(성상욱 검사)이 세 명만 지칭해서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가 "이정훈 검사를 제외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A 수사관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공수처 검사가 "증인이 수집한 유튜브 정보가 수사정보정책관 지침에서 정한 수사에 참고할 만한 정보로 향후 수사에 활용할 수 있거나 검찰 제도 개선에 참고가 되는 정보에 해당하나"고 묻자, A 수사관은 "검찰 수사 관련 운영에 참고가 되는 정보로 유튜브에서 진보나 보수가 비판하는 걸 확인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가 재차 "진보·보수, 좌파·우파 식으로 정치 성향을 구분해서 유튜브 출연자의 발언을 정리하는 게 수사정보 수집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A 수사관은 즉답을 하지 못했다.

몇 초 후 A 수사관은 "진보·보수를 나눈 건 알았지만, 제가 나눈 건 아니고 나눠서 본 것은 맞다"며 "진보 유튜브는 검찰을 계속 비판하는 쪽이었고 보수 유튜브는 반대 쪽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을 들어보자는 취지로 한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발사주 당일,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판결문 검색

A 수사관은 고발사주 사건이 벌어진 2020년 4월 3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제보자 지 모 씨의 판결문을 검색했다. 김웅 의원은 이날 고발사주 1차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 씨에게 보내기 전 텔레그램을 통해 지 씨의 판결문을 전송했다. 고발장, 판결문 등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은 손준성 검사로 확인됐다.

A 수사관은 2020년 4월 3일 오전 8시 33분, 8시 49분, 10시 46분 총 6회에 걸쳐 '지□□ 자본시장법', '지△△ 횡령', '지△△ 사기' 등 키워드를 검색했다.  A 수사관뿐만 아니라, 성상욱 검사, 임홍석 검사 등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도 지 씨의 판결문을 검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검사, 수사관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고발사주 사건을 벌였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A 수사관은 "오전 8시 전에 일일보고를 1담당관(김영일 검사)에게 하는데 (김영일 검사가)TV에 뉴스가 나오는 걸 보여주면서 제보자X가 지OO이라고 했다"며 "그러면서 저 사람이 남부지검에서 구속된 사건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사무실로 돌아와서 검색해봤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수처 검사가 "김영일 검사가 증인에게 그런 얘기한 날짜가 2020년 4월 3일, 증인이 지OO 판결문을 검색하려고 한 날이 맞느냐"고 지적하자, A 수사관은 "그건 듣고 했는지까지는 정확히 말씀을 못 드리겠다"며 "시간적으로는 당일에 듣고 검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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