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8월 25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됐다. 이동관 위원장 임명은 정권의 방송장악 신호탄으로 해석되며 언론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이동관 위원장 임명부터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3개월여 시간 동안 공영방송사는 이사진‧경영진 교체 등으로 격랑에 휩싸였고, 보도전문채널 YTN에 대한 최대주주 변경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11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이동관 위원장 탄핵소추안 재발의를 예고했다.

현재 방송계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의견 들어보고자 KBS 출신으로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를 이끌고 있는 김용진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에 위치한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사진=이영광 기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사진=이영광 기자)

이동관 방통위원장 취임 후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이 본격화된 것 같은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이미 KBS를 손에 넣었습니다. 소유구조상 공적 성격이 강했던 YTN을 유진그룹에 넘겼고, 느닷없이 을지학원이 연합뉴스TV 경영권 확보에 나섰죠. 방송장악 본격화가 아니라 이미 절반 이상이 넘어갔다고 봐야 합니다. ‘어어’ 하며 보고 있을 일이 아닙니다. 방송의 공영성을 완전히 초토화하고 있습니다. 이동관 씨가 총대를 메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오래전부터 기획된 그림에 따라 방송판 자체를 재편하려는 그랜드 플랜이 실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그림이 완성돼 버리면 다시 지우기는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이명박 정권 때 종편 허가가 난 것처럼요.”

이명박 정부에 비하면 방송장악이 늦어진 것 같은데, 한상혁 위원장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일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거겠죠. 한상혁 위원장 해임도 그 일정 중 하나였겠고요. 정부여당으로선 내년 총선이 굉장히 중요하죠. 때문에 단기적으로 총선 앞두고 방송을 완전히 길들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나마 공영성이 남아 있는 방송을 관영과 사영 체제로 완전히 재편해서 사회 환경이나 권력 감시 기능, 소수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능을 완전히 말살시키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죠. 제 예측이 틀리기를 바랍니다만, KBS 2TV나 MBC도 매각을 통한 사영화로 나아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YTN, 유진그룹 로고 이미지 [유진그룹 제공=연합뉴스]
YTN, 유진그룹 로고 이미지 [유진그룹 제공=연합뉴스]

YTN 사영화도 같은 맥락일까요?

“그렇습니다. YTN 역시 공적 성격을 가진 방송사이고 한국 최초의 ‘24시간 뉴스채널’이라는 상징성도 있습니다. 신뢰도‧영향력 조사에서도 늘 상위권이었고요. 우리 사회의 소중한 공적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방송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이고 공적 성격이 전혀 없는 기업에 넘겼습니다. 노조 탄압으로 악명 높았던 전력을 가진 기업이죠. 여러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지만 주력은 레미콘이고, 크게 보면 건설자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은 아니지만 서울신문이 공적소유에서 호반이라는 건설자본으로 넘어가자마자 완전히 망가져 버린 상황을 볼 때 YTN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울신문에 좋은 기자들도 많았지만 더러운 꼴 보기 싫어서 떠나버렸거나 아니면 굴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유구조가 무서운 겁니다.”

12년 전 종편 출범이 현재의 방송 환경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종편이 나오기 전에는 그래도 방송사는 공적 소유가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종편 출범 이후 거대 자본이 방송 환경을 좌우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 이후 방송 환경이 매우 혼탁해졌죠. 거대 자본과 족벌, 재벌 미디어기업이 방송사를 운영하면서 이윤추구가 지상 목표가 됐고, 대다수 프로그램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변한 것은 물론 정파성도 매우 심각하게 띠게 됐습니다. 종편 환경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는 현재 방송 환경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 개념 같은 게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건 굉장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유튜브 채널 통해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니 확증편향이 심해졌다고도 합니다.

“유튜브는 양면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생산 배포, 여론의 형성이나 전파 같은 것을 기성 언론이 독점하던 시절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유튜브 등 디지털 미디어 등이 생기면서 이런 정보유통의 독과점 현상이 해소됐죠.

반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의견이나 주장, 기타 각종 정보를 자유롭게 유통하는 세상이 되면서 그 부작용도 매우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유튜브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떠오르면서 심해졌죠.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주목받기 경쟁이 자연스럽게 격화됐고, 이 때문에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 그리고 구독자나 자기 편이 듣고 보길 원하는 내용만 강조해서 내보내는 경향이 보편화됐습니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은 양면성을 띠게 마련입니다. 긍정적 측면은 최대한 살려 나가고 부정적 측면은 억제해 나가야겠죠. 그렇다고 지금 윤석열 정권의 막가파식 규제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사실상의 검열 조치 같은 건 시대착오적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뉴스타파 직원들이 9월 14일 오전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중구 뉴스타파를 찾은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뉴스타파 직원들이 9월 14일 오전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중구 뉴스타파를 찾은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수사기관이 뉴스타파를 비롯해 몇몇 언론사를 압수수색했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물론 원칙적으로 어디든, 범죄 혐의가 뚜렷하면 수사기관이 강제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강제 수사하는 건 선진국에서는 매우 보기 힘든 사례예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자율규제나 공론장에서의 논박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장 우선돼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중재법이나 민사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고요.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을 형사사건으로 의율하는 건 보도 기관의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너무 쉽게 언론사나 취재 기자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하고, 매우 민감한 그리고 보호해야 할 정보 등이 들어있는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강제로 압수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휴대폰, 노트북, 기타 전자 저장장치를 다 가져간다는 건 기자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이건 취재의 자유, 보도의 자유에 엄청난 위축 효과를 가져옵니다.”

윤석열 정부가 가짜뉴스 척결을 주장하며 규제 정책을 펴고 있는데, 가짜뉴스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전 세계적으로 독재자들이나 권위주의 정권이 비판 언론을 공격하고 탄압하기 위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의도가 들어 있는 말이죠. 저는 가짜뉴스라는 말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뉴스 자체에 불신을 조장하는 포괄적 용어이기 때문이고, 발화자 자체를 뉴스 기관으로 특정해 버리는 낙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말입니다. 허위정보나 조작정보라는 말이 더 정확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허위조작 정보가 수없이 생산, 유포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걸러낼 필요도 있고요. 그런데 이 점을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과연 정말 사회에 악영향을 주고 민주주의에 심대한 해악을 끼칠 수 있는 허위정보 조작정보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간첩 조작을 위해 가짜 증거를 만들어 기소하고, 조작한 정보를 극우 보수언론에 흘려 생사람 잡은 사실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희 뉴스타파가 허위정보 조작정보임을 밝혀냈고, 하마터면 간첩이 될 뻔했던 사람의 무고함을 입증했습니다.

어떤 의도나 목적에 따라 허위조작 정보를 생산하고 퍼트리는 주 세력은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스피커가 큰, 공권력이라는 권위를 지난 집단이었습니다. 뉴스타파가 <윤석열 대통령의 3대 거짓말>이라는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는데, 대통령 또는 유력 대선후보가 이른바 ‘본부장'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내놓은 공식 거짓말은 여과 없이 대다수 매체를 통해 유포됩니다. 여기에 현혹된 시민, 유권자는 이런 허위정보의 피해자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후 당시 이동관 후보자가 ‘공산당 기관지’ 발언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위원장이 방송을 공산당 기관지로 만들려는 것 같거든요.

“정권에 비판적인 몇몇 언론을 겨냥한 말인 것 같은데 참으로 저질스럽고 시대착오적인 발언입니다. 오히려 박민 낙하산 사장이 장악한 KBS가 순식간에 어떤 기관지 같은, 관영 방송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하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뉴스9> 진행자 등을 하루아침에 교체하는 게 어떻게 공영방송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일까요?”

2017년 최승호 전 MBC 사장 취임 당시 <뉴스데스크> 진행하던 배현진 앵커가 하차했어요. 이번 박민 KBS 사장 취임 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과 비교하면?

“형식적으로 보면 비슷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평면적으로 비교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실체적 내용을 잘 따져봐야 할 것 같고요. 어쨌거나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삽시간에 경영진이 교체되고, 프로그램 폐지하거나 앵커‧진행자 교체하는 일이 무한반복되고 있는데 이건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이 이렇게 쉽게 흔들리면, 어느 날 갑자기 사장이 바뀌고 어제 방송한 뉴스에 대국민 사과를 하는 풍경이 벌어지면, 내부 구성원은 차치하고 시청자들도 혼란스럽죠.

어제 봤던 진행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어제 보던 프로그램이 안 나오는데 방송에선 아무 설명도 없어요. 공영방송이 정치 풍향에 너무 휘둘리는 거죠. 정말 암담합니다. 저는 사유야 어쨌든, 공영방송 사장이나 경영진은 정권교체 등과 무관하게 최소한 임기는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책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요.”

박민 사장 취임 직후 벌어진 사태에 법적 문제도 있을까요?

“진행자들 교체하고 프로그램을 폐지한 부분은 KBS 내부에서 여러 논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편성규약이나 단체협약 상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요. 법적 하자가 있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 부당성을 제기하고 법적 판단을 받아볼 수 있겠죠.”

뉴스 앵커 돌연 교체, 박민 KBS 사장
뉴스 앵커 돌연 교체, 박민 KBS 사장 "재창조 수준 개혁" (MBC 뉴스데스크 11월 13일 보도화면 갈무리)

9일 국회에서 방송3법이 통과됐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 예측이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소극적이었던 점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저는 그런 비판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 제 할 일을 제대로 못 한 건 너무 아쉽죠. 촛불혁명을 통해서 탄생한 정권임에도 많은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고 집권 기간에 권한을 가지고도 뭔가 실현 못 한 건 두고두고 안타까운 장면으로 기록될 겁니다.”

안 한 걸까요, 못 한 걸까요?

“안 했다고 보긴 힘들 것 같고 역량 부족으로 못 한 게 아닐까요? 주어진 권한도 제대로 행사 못 하고 끌려다니다가 임기가 끝나버린 느낌이 들죠.”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어요. 탄핵이 필요할까요?

“이동관 씨는 방송통신 정책을 관장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부적합한 분입니다. 본인 스스로 스핀닥터라고 얘기했고 이미 전전 정권에서 방송장악, 언론장악으로 악명 높은 사람입니다.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정쟁적’ 측면에서 탄핵 문제가 거론되는 자체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자리에서 없어져야 할 인물입니다. 방송·통신 분야는 급변하는 분야이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한 곳입니다. 이런 구태와 퇴행적 인물이 그런 분야의 중책을 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이없는 일입니다.”

국민의힘은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국민의힘뿐만 아니고 모든 권력자가 다 그렇게 이야기해요. 웃기는 레토릭입니다. 그걸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조법과 방송3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조법과 방송3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런데 지금 매체 환경이 바뀐 건 사실이잖아요. TV를 많이 안 보는데 방송 장악한다고 영향이 있을까요?

“지상파를 예전보다 안 보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입니다. 특히 위험한 건,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니 공영방송이 사영화되거나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풍조죠.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유통되는 많은 정보의 대다수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공영방송이 출처인 정보들이 그래도 신뢰를 더 많이 받습니다. 이게 중요한 점입니다. 채널 자체의 시청률이나 본방 사수 비율은 줄었을지 모르겠지만 공영방송의 신뢰도, 그곳에서 나온 정보에 대한 믿음, 이런 건 예전 못지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공영방송 시스템을 계속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방송계에 대한 전망은?

“당분간 굉장히 힘들 겁니다. MBC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취소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한숨 돌리는가 했는데, 검찰 출신이 수장으로 간 국민권익위가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요하죠. 목표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겁니다. 이 판이 어떻게 귀결될지 전망하긴 매우 힘들지만, 이명박 정권 때 종편을 둘러싼 대회전의 재판이 된다면 당분간 우리 방송판, 나아가 공영 언론판의 전망은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암울한 채 있을 순 없겠죠. 상상을 초월하는 권력의 압박이 있으면 그 이상의 상상을 초월하는 대응과 반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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