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사영화를 앞둔 YTN에서 ‘영상국을 만들어 강성 노조원을 관리하겠다’는 글이 드러나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고 있다. YTN 구성원들은 “벌써 보직 거래냐”며 “아무리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충성심에 애가 끓어도, 어떻게 동료들을 이런 식으로 팔고 자리를 탐내냐”고 규탄했다.

해당 글 작성자는 “현 노조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장을 만날 기회가 오면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일기 형식으로 메모장에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미지=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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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18일 성명을 내어 ”영상부서를 자회사로 분리하기 전 단계로 이른바 ‘영상국’을 만들어 ‘강성 노조원’을 관리하겠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문건이 확인됐다. 해당 문건은 사내 모 인사가 ‘신임 사장’에게 보내는 ‘현황 보고’로, 내용의 구체성과 작성 경위로 볼 때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해당 글에 따르면 A 씨는 영상국을 신설해 강성 노조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이 영상국을 책임지게 되면 무너진 질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영상부서의 자회사 편입 시기가 왔을 때 영상국을 통으로 관리 처분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신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영상부서 구성원 대부분이 '강성 노조원'이라면서 “영상기자들은 자신들이 보도국 기자라는 우월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영상국의 신설로 보도국에서 분리되면 영상기자들이 자신의 직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생겨 회사 업무나 노조 활동에서도 도를 넘는 과격한 행동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제가 영상국을 책임지면 부서 내 하극상 절대 재현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파업과 시위의 선봉에 서서 특정 정파에 회사를 바친 사람들, 회사를 나락으로 몰고 간 자들을 발본색원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본보기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정치색 짙은 사원들의 편집분야 재조정 ▲영상기획 담당 인원 최소화를 통한 정치성 없는 아이템 제작 ▲문제적 사원 업무 재배정 등의 계획을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결국, 원하는 것은 ‘자리’다. ‘강성 노조원’ 때려잡을 테니, 자신을 영상국장 자리에 앉혀 달라는 얘기”라면서 “벌써 보직 거래인가, 아무리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충성심에 애가 끓어도, 어떻게 동료들을 이런 식으로 팔고 자리를 탐내는가. 소유구조의 재편을 청사진처럼 떠드는 자들이 꿈꾸는 새로운 YTN의 모습이 갈가리 찢긴 채 자본에 봉사하는 조직인가”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등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사옥 앞에서 유진그룹 YTN 이사진 내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등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사옥 앞에서 유진그룹 YTN 이사진 내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차기 YTN 사장에 김백 전 YTN 총괄상무가 유력하다. 유진그룹은 이달 29일 예정된 YTN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과반을 교체해 사장 교체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김 전 상무는 이명박 정부 당시 YTN 해직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7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언론장악 부역 언론인 50’에 이름이 올랐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해당 문건은 누군가의 제안으로 만들어졌고, 이른바 ‘신임 사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노조 탄압을 위한 조직 개편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고, 노동조건의 저하를 불러오는 자회사 편입은 고용안정협약 등의 단체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로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글 작성자 A 씨는 미디어스에 “현 노조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장을 만날 기회가 오면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일기 형식으로 메모장에 쓴 것"이라며 "과거 사장 면담 전에도 계획이나 방향을 일기 형식의 페이퍼로 만들어 생각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는 글 내용’에 대해 A 씨는 “개인적인 글이라 노동법 이런 것은 생각도 못했고,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인식도 못했다”며 “만약 편지를 보내기 위해 글을 썼으면, 메모장이 아니라 한글 파일에 적었을 것이다.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 간부들이 노조 출신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지시할 일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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