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번 총선에서 공영방송 사영화 반대 담론, 시민·약자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언론자유 담론을 의제화해 야권 정치세력을 설득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25일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개최한 <TBS 이대로 멈춰서야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기존 언론운동 담론은 윤석열 정부의 '초현실적 권력 행사'를 막지 못한다며 "'약탈적 사유화를 저지하기 위해 괜찮은 사람과 정당을 뽑자'는 이야기들이 시민사회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가 25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가 25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TBS 이대로 멈춰서야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정 교수는 기존의 언론자유 담론을 공정성, 독립성, 언론민주화 등으로 규정하면서 "전근대적인 정부에 대항하는 방법으로는 맞지만, 언론개혁을 이끌어내는 방법으로서는 맞지 않는다. 특히 초현실적인 권력 행사에는 무력한 담론"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시민들에게 기존의 언론자유 담론이 효용성을 가져다 주지 못하기 때문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교체와 공적재원 흔들기, 사영화 등의 '언론 말살' 국면에서도 저항의 진지가 구축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인이 언론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발언이지만 실제로 그렇다"며 "언론인들의 자유이지 나의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공정성 담론은 편향성을 공격할 때는 대단히 효과적이지만 누구나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을 수긍하는 데에는 굉장히 안 좋은 담론"이라며 "(공영방송이)조금이라도 더 공정하고 덜 편향적이었다면 (정권이)이런 짓을 안 했을까. 공정성·비편향성은 중간지대 합의를 요구하는 것인데, 중간지대 합의가 불가능한 정치세력의 관점에 있어 공정성 담론은 효과적인 저항 담론, 조직화 담론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독립성 담론도 마찬가지다. 시민은 '독립적인 언론이 나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가'를 체감한 바가 없다"며 "예를 들어 KBS의 80% 이상이 보직도 없이 연봉 1억 원씩 받는다는 식의 포퓰리즘적 담론에 진다. '독립하면 너희 1억 안 받고 보직 안 갖고 살겠냐' 비아냥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정 교수는 기존 담론의 변형을 통해 정부에 저항할 수 있는 시민들과 정치세력을 조직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득권에 반대하고 시민과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한 독립성 추구, '공영방송 지키기'가 아닌 '민영화·사영화 반대'를 주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독립적인 결과물이 시민과 약자의 편이 되는 방송, 상당수 시민들이 어느 정도 도덕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며 "언론인이 마음대로 할 자유가 아니라, 시민 자유의 확장을 돕는 언론인의 직업적·양심적 자유를 위해 지지해달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공영방송 담론에 대해 "'넷플릭스 시대에 공영방송이 정말 필요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런데 민영화·사영화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다. 누가 가져갈 것인가, 누구를 꽂아주려고 하는 것인가를 얘기하고 그 자리를, 시민들을 넣을 수 있는 자리로 바꾸자고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미디어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수많은 정당들이 이합집산을 거치고 있는데, 이념이 뭐든 공영방송이 이 지경이 되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는 인식을 갖는 정치인들은 많다"며 "그들이 집권의 힘을 갖지는 않지만 민주당 하나, 특정 정당 하나 이상으로 몇 개의 정당이 얘기할 수 있다면 압박이 된다.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언론개혁 정책에 대한)대답을 요구하고, 대답한 출마자 명단을 짜서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KBS
KBS·TBS·YTN 사옥 

정 교수가 윤석열 정권의 언론정책을 '초현실적 권력 행사', '약탈적 사유화'로 규정한 이유는 언론정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고, 공영방송 해체와 논공행상 인사에만 관심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20여 년간 진행해왔던 공영방송 연구를 더 못하겠는 상황이다. 학술적 제안이나 분석이 통하지 않는 조건에서 학술적 얘기를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며 "현 정부가 정책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다. 그냥 싸움만 있는 상태를 만드는 신유형의 탄압"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법이 굴러가는 방식과 시민의식 측면에서 정치권력은 지금처럼 작동하면 안 되는데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문제"라고 했다. 

정 교수는 과거 정권의 경우 임명권자가 지배구조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직보' 체제를 구축해 공영방송을 활용했다면, 현 정권은 재정압박을 무기로 공영방송의 근간과 구성원들을 흔든다고 했다. 정 교수는 현 정권은 공영방송을 활용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붕괴시키려고 하는 목적을 띠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신유형 언론탄압'의 특징으로 위법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정 교수는 "방통위원장·이사·사장 교체 과정, 단체협약 붕괴, 제작진 교체과정 등은 상당한 위법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 정권이 유지되는 기간에는 수사·기소를 통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설혹 나중에 사법적으로 문제가 되더라도 이미 다 털어먹고 나간 상태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언론탄압으로 정치적·사법적 단죄를 받았던 이들을 복귀시키는 것이 현 정부의 태도"라고 했다. 

이어 정 교수는 "여기에는 (자리에)줄 서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작동하고 있다. 방송을 운영해보겠다는 생각조차 없는 인물들이 자리를 탐내고 있다"며 "현 정부는 공영방송을 자신의 도구로 쓰는 데에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정 교수는 "예를 들어 KBS 김인규 전 사장의 경우, KBS 출신 사장이 많은 것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고, 실제로 수신료 인상을 약속했다"며 "현 정부가 KBS를 도구로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장을 교체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 것이라면 수신료를, TBS 출연금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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