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를 두고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방통위가 이르면 29일 YTN 매각 절차를 완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YTN 공기업 지분 낙찰자인 유진그룹은 ‘오너 일감 몰아주기’ ‘노조 관련 기사 삭제’ ‘유경선 회장 뇌물죄’ ‘ESG 경영평가 최하위’ 등 준공영방송 대주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이 과거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이력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노조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진그룹이 모든 심사 항목에 위배돼 최대주주 자격이 없다면서 심사 중단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방통위 심사 기본계획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심사위원회가 24일 ‘YTN의 최대주주 변경이 적합하다’는 결과를 내놓고 방통위는 오는 29일 전체회의에서 YTN지부의 ‘이동관·이상인 심사 기피' 신청을 기각하고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30일 예고된 이동관 위원장 탄핵 소추에 앞서 YTN 사영화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16일 사상 처음으로 심사 신청서를 제출받은 지 단 하루 만에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유진그룹은 심사 기준에도 크게 못 미쳐 부적격일 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만약 우려대로 29일 방통위가 유진그룹을 최대주주로 승인한다면 취소·집행정지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법이 규정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 항목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보호 등이다.
YTN지부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유경선 회장 등 오너일가 소유의 천안기업이 유진그룹 여의도 신사옥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80억 원을 부당지원했다. 현재 천안기업은 여의도 사옥에 입주한 계열사를 상대로 임대업을 하고 있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천안기업을 통한 임대료 수입은 전형적인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심사 항목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진그룹 홍보팀은 지난해 9월 노조가 노조설립 소식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언론사에 삭제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지난 2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며 “노조 관련 기사 삭제 요청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또 유진그룹은 노사협의회 설치 방해, 직원 수당 미지급 등으로 노동청의 행정지시를 받았다.
고 지부장은 “유진기업의 노조 탄압은 언론이 조명해야 할 중요 영역인 노동 분야에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청하고 실제로 이뤄졌다는 사실로 미뤄보면 언론을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삐뚤어진 언론관’을 가졌다고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이 역시 해당 심사항목과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오너 일가의 도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경선 회장은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에게 5억 4천만 원을 빌려주는 등 뇌물죄로 기소돼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받았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대기업 회장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망각했다”고 판시했다. 유경선 회장 동생 유순태 유진홈센터 대표도 같은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유진그룹은 오너리스크로 2017년 10년간 운영하던 ‘나눔 로또’ 사업 계약에서 ‘도덕성 점수’ 미달 등으로 탈락했다. 당시 경쟁업체들은 유진그룹에 대해 ‘수억 원대 뇌물 공여자가 이러한 정부 수탁 사업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진그룹은 2023년 ESG 경영 평가에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다.
고 지부장은 “심사위는 ‘신청법인의 법령 위반’과 ‘주주의 공적책임 실현 의지’를 평가해야 한다”며 “이번 심사 과정에서 그럴 시간이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판결문에 적시된 것처럼 사회적 윤리적인 책임을 망각했던 유경선 회장이 언론사의 최대주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유진그룹 오너 일가는 보도전문채널 대주주뿐 아니라 유진그룹 경영 일선에서조차 퇴출돼야 할 대상”이라며 “이번 YTN 최대주주 변경 심사는 졸속을 넘어 ‘대국민 사기극’ 수준의 짜고치는 야바위판”이라고 규탄했다. 윤 위원장은 "자격없는 부패 자본에 대한 특혜 매각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탄핵뿐 아니라 이 불법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고, 이상인 부위원장·심사위원들도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용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방통위 공무원들을 향해 “이동관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책임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 전례 없이 휘몰아치는 행위가 잘못됐다고 말하라. 말해도 안 된다면 언론에 제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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