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특수통 검사 선배'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6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가 권익위원장에 오른 지 4개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사퇴한 지 5일 만이다.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가 법조인 출신으로서 '공명정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검사 시절 BBK 수사 과정에서 이명박 대선후보를 무혐의 처분하고, 대장동 수사 기록에 이름이 적시돼 논란을 빚었다. 지난 대선 때는 '고발사주' 공익제보자를 공격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 체제 권익위는 윤석열 정권 '방송 장악' 논란의 시발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방통위는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충돌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공명정대한 업무처리가 필요하다"며 "김 후보자는 업무능력, 법과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그리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감각으로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발표했다. 

김 비서실장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후 소년가장으로 농사일을 하면서도 세 동생의 생계와 진학을 홀로 책임지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후 법조인 된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후보자는 어려운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명정대하면서도 따뜻한 법조인으로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제가 임명된다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방통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역임한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에게 불거진 자동차 부품업체 DAS 실소유 의혹,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 BBK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을 수사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봐주기 수사' 비판이 일었지만 김 후보자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에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맡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 2과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이 있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기록에 김 후보자의 이름이 등장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대장동 일당 남욱 변호사는 2021년 11월 19일 검찰에서 "김만배가 당시 중수부장이던 김홍일 검사장에게 조우형이 사건에 협조할테니 잘 좀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했다고 했다. 2011년 8월경 중수부장이 최재경으로 바뀌었는데 최재경 중수부장에게도 같은 취지로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조우형 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브로커다. 

김 후보자는 지난 대선에서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하자 윤석열 캠프의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정치공작특위는 '고발사주' 의혹을 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제보사주' '박지원 게이트' '뉴스버스 허위보도 의혹 사건' 등으로 규정했다. 조 씨와 박 전 원장이 식사를 함께 한 것을 문제삼았다.(관련기사▶박지원이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와 제보 사주 논의?)

박지원 전 국정원장(왼쪽), 조성은 씨(사진=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왼쪽), 조성은 씨(사진=연합뉴스)

이후 정치공작특위는 조 씨와 박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제보사주' 의혹은 실체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정치공작특위는 공수처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사건 기록과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를 살쳐본 결과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고발사주' 제보자 조성은 씨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이 방통위원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공익제보자를 허위 고발했던 사람이 권익위원장을 했는데, 관련해 조작·선동·가짜뉴스를 퍼뜨리고 고발했던 대검 중수부 출신 인사가 방통위원장을 하는 것"이라며 "마음대로 정의와 규범을 우기면서 가짜뉴스로 무고를 하는 것이 공명정대함인가"라고 했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은 김 후보자 체제 권익위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해동대장"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권익위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이유로 KBS 이사장을 해임했고, 권익위가 이해충돌 판단을 발표한 당일 방송통신심의위원을 해촉했다. 지난달 21일 권익위는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하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김석환 이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관련 자료를 방통위와 경찰에 남겼다. (관련기사▶전 권익위원장 "권익위, 윤 정권 방송장악 행동대장인가")

방문진 이사들과 MBC는 권익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는 "법인카드를 정당하게 사용했고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 방통위도, 권익위도 위반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법 위반이면 위반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신고사건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적 평가를 확정하지 못했다면 '소지가 있다'는 모호한 인상평을 내놓으며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민들의 눈을 속일 것이 아니라 '조사 결과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0일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정치적으로는 이상민 장관이 (탄핵 국면에서)풀려난 것처럼 몇 달 기다렸다가 '무리한 탄핵을 하지 않았냐'고 해야 옳은 수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본인이 안 빠지려고 했는데 빠졌다는 것은 외력이 있었다는 얘기"라며 "방통위원장이 총선 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KBS 사장이 급하게 교체된 것을 봤을 때 남은 것은 하나(MBC)"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김홍일 위원장에 대해 "법조인으로 경력이 화려했던 분이라고 해서 방통위원장으로 내정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대통령이 철학을 공유하는 언론인이나 방송관계자 출신이 이제 단 한명도 없는 것인가.(중략)방통위원장의 업무를 중수부장 출신 검사가 수사하듯이 해야 한다는 새로운 철학인가"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