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19세기 초 증기기관을 이용한 방직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직조 공정의 대부분이 자동화되자 더 이상 직조공이 필요 없게 되었다. 방직기 도입 전에는 전문직이었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직조공들은 단순 생산직으로 내려앉게 되었고 비숙련 노동자와 동일하게 처우를 받았다. 때마침 인클로저 운동 영향으로 할 일 없어진 농민들이 도시로 진출하며 잉여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근로조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처우 역시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직조공들은 암울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비밀 결사를 만들어 대항하기 시작했다. 게릴라 부대를 만들어 기계를 파괴하고 공장주들을 위협하며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산업혁명 기간 중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의 주요 내용이다. 

러다이트 운동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축소되자 노동자들이 자본가에 저항하는 조직을 만들어 장기간에 걸쳐 투쟁한 최초의 역사적 사건이다. 러다이트 운동 이후 직조공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공장 자동화는 멈출 수 없었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기계화, 자동화, 전산화, 무인화, 로봇화 등이 진전되면서 단순 반복되는 노동은 사라지고 한때 전문직이었던 직종조차 단순노무직으로 전환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런 추세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시대에 들어와 가파르게 진행되었다. 이제는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러다이트 운동 이후 최근까지 사라진, 또는 거의 사라지고 있는 직업들을 분석해 보면 하나의 공통된 특성이 있다. 일의 숙련도나 전문성과 관련 없이 동일한 행위 또는 동일한 판단이 반복되는 일 또는 직업들이다. 공장 자동화 이후 공장 안에서 진행되던 대부분의 일이 사라진 것처럼, 사무 자동화 이후 사무실 안에서 반복적으로 진행되던 많은 일들이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업무가 디지털화되면서 더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권의 대 고객서비스 업무다. 입출금 업무를 창구에 있는 은행원이 수행하다가 ATM이 등장하면서 입출금 업무가 대폭 축소됐다. ATM 등장 이후에도 대출 관련 업무는 은행원의 중요 일이었지만 디지털 금융 플랫폼 운영 이후 대출 업무의 대부분이 AI에게 넘어갔다. 

대출 업무는 인간의 종합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지만 업무 분석 결과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어 결국 사람의 손을 떠나게 되었다. 이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반복적이지 않은,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일로 국한되게 되었다. 아직까지 화이트 칼라가 필요한 이유였다. 예를 들어 신상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전략 수립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변동성 많은 시장 상황과 미래라는 시간을 예측하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일이라서 사람 아닌 그 무엇에 맡길 수 있는 업무가 아니었다. 이런 일은 AI에 의해 대체 불가한 일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은 얼마 남지 않은 인간의 직업마저 하나 둘 차례차례 없애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사실상 거의 모든 전문직 직종을 빠른 기간 안에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문직 업종에는 사무 및 행정은 물론 법률서비스 건축 공학 분야, 생명 물리 사회과학 등 사실상 모든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 관련 직업에선 46%, 법 관련 직업에선 44%가량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 및 재무 관련 직업의 경우 약 35% 정도가 AI가 대신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 골드만 삭스의 예측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 (PG) (연합뉴스)
인공지능 (PG) (연합뉴스)

번역이나 그래픽 디자인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미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업무 처리 속도나 품질에 있어 AI는 사람보다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많은 돈을 써서 사람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 온라인 과외 서비스의 경우에는 더 치명적이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AI는 평균적인 글쓰기 능력을 갖고 있어 에세이나 기사를 쓰는 많은 사람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주요 기업에서도 전문직종을 빠르게 AI로 대체하고 있다.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던 직업들마저 AI가 잠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발표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전방위적으로 공습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 공습의 끝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현재로서 알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공습의 결과로 그동안 사람만이 할 수 있었다고 여겨진 여러 창의적 직업들이 없어지거나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져온 '디지털 러다이트'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 초기와는 달리 기계를 부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러다이트가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성형 AI도입으로 얻게 되는 생산성 증가분을 새로운 일자리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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