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홍열 칼럼] 푸드테크 분야가 미래 주요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푸드테크란 음식(Food)에 디지털 기술(Technology)을 결합시켜 식품재료의 생산, 보관, 유통, 판매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일련의 기술적 과정을 의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푸드테크 산업의 혁신 트렌드와 미래전망 (2023.3.1)]에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Research Nester(2020)의 푸드테크 시장 전망이 인용되어 있다. 푸드테크 중 조리 분야의 푸드테크 즉, 조리로봇의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세계 시장 규모는 8,617만 달러이며, 2020~2028년 연평균 16.1%로 성장해 2028년 약 3.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른 글로벌 조사기관도 비슷한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기관에 의한 국내 조리로봇 시장 전망 수치는 아직 발표된 것이 없지만 전반적 흐름은 글로벌 시장 추세와 비숫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평균 성장률이 글로벌 평균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일 수도 있다. 국내 자영업자 비중이 주요 선진국들보다 높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OECD주요국 중에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다. 미국이 6%대, 일본이 10%대인데 한국은 24%가 넘는다. 자영업자 중 음식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조리로봇 가격과 성능 A/S 등이 가전제품 수준과 유사해지면 조리로봇의 대중화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 

로봇, 치킨 튀기고 탈유 [연합뉴스 자료 사진]
로봇, 치킨 튀기고 탈유 [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동안 음식의 조리는 인간의 고유영역이라고 생각되었다. 음식 맛은 표준화나 정량화로 규정하기 힘든 분야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그 자리마저 로봇이 차지하고 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는 고정관념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만드는 조리로봇이 늘어나고 있다. 조리로봇을 만드는 많은 푸드테크 기업들이 투자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푸드테크 기업들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이유는 조리로봇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유 중 하나는 조리로봇이 만든 음식이 꽤 성공적이라는 사실에 기초한다. 다른 하나는 조리로봇의 놀라운 생산성에 기인한다. 

우선 조리로봇이 만든 음식맛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다. 조리로봇의 생산성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음식맛이 좋지 못하면 성공할 수가 없다. 조리로봇이 만든 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음식 그 자체를 평가했고 좋은 평가 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만든 음식과 로봇이 만든 음식과의 차이가 이제 옅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면 조리로봇이 품질의 일관성을 보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 집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고 식당에서 판매용으로 만든 음식에는 기본적으로 레시피가 있고 그 레시피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프들이 계속 강조하는 것도 결국 레시피의 준수다. 

일단 음식의 맛과 가격이 결정되면 그다음부터는 같은 맛의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손님들 불만 중의 하나는 음식 맛의 일관성이 없을 때 시작된다. 전에 먹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이 있어 찾아왔는데 세프의 게으름 때문인지 식재료의 비율이 잘못되었는지 이전과 같은 음식을 내어놓지 못하면 다시 찾아가지 않게 된다. 조리로봇은 시스템 자체가 고장 나지 않는 한 항상 같은 맛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조리로봇 시장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절한 맛을 상시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사람보다 조리로봇이 더 잘할 수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조리로봇의 품질은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 

육군훈련소 조리로봇 시연 [국방일보 제공=연합뉴스]
육군훈련소 조리로봇 시연 [국방일보 제공=연합뉴스]

투자사들이 푸드테크 기업들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두 번째 이유는 생산성에 있다. 조리로봇은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공휴일 없이 연간 생산이 가능하다. 사람과 달리 주 52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요즘처럼 24시간 온라인 주문이 가능한 시기에는 24시간 운영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조리로봇은 이런 환경에서 최적의 솔루션이다. 조리하는 과정에서 사람과 달리 재료 소비를 최소화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가성비도 좋다. 재료값을 최소 30%까지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수치다. 가격 하락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자영업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다. 푸드테크 기업들은 이 틈새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푸드테크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했고 식당 입장에서도 초기 설치비와 시스템 운영비를 검토해 보고 어느 정도 수익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AI 도입이 본격화되면 다양한 독자적 레시피도 가능하게 된다. 전국 규모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별 영업점에서 고유의 레시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 ‘우리 로봇이 더 맛있게 만들어요’, 라는 광고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로봇이 만드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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