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번역의 수준, 속도, 이용의 편의성, 가성비 등이 좋아지면서 이제 누구라도 쉽게 적절한 가격 또는 무료로 AI 번역 솔루션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동안 번역 솔루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경쟁적으로 출시된 인공신경망 기반 딥러닝을 활용한 번역 솔루션들은 이전 버전에 비하면 거의 혁명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좋아진 성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번역 수준에 대한 문제제기 또는 논란은 존재한다. 번역의 결과가 오역이거나 원 언어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글들이 사례와 함께 등장한다. 

이런 비판은 주로 전문 번역가 그룹에서 제기된다. 번역이 생업인 번역가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AI 번역의 수준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문학번역원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AI 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 심포지엄은 그 한 사례다. 번역원은 번역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AI 번역의 현재와 미래 진단, AI 번역 활용 및 수용 가능성, AI 번역 관련 법제 및 윤리 문제 등에 관해 논의를 진행했다. 심포지엄에서 여러 의견들이 나왔지만 결론은 분명하다. AI가 평범한 번역은 할 수 있겠지만 결코 인간의 수준까지는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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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은유, 비유, 과장, 행간의 숨은 뜻, 신조어, 중의법 등 화자와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되어야 하는 문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잘못된 번역을 하고 있고 이는 딥러닝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번역가들은 주장한다. 이런 분석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번역가들의 이런 주장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여전히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AI는 지금보다 더 원래 뜻에 가까운 번역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지금까지 AI 번역이 보여준 발전 정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AI 번역의 발전은 두 측면에서 예측할 수 있다. 첫째 AI 번역 역시 기본적으로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것이다. AI는 아날로그 사전처럼 한번 인쇄된 모범답안을 기계적으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과 끊임없이 인터페이스 하면서 좀 더 원뜻에 가까운 문장을 생성한다. 사용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결과물을 채택하지 않거나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당연히 번역의 품질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AI 번역 솔루션 간 경쟁이다.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이 번역 수준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AI 번역의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소설, 시, 희곡 등 문학 분야에서는 AI 번역과 번역가 사이에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차이는 질적 차이가 아니라 보편성과 특수성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AI 번역이 불특정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에 출시된 상품인데 반하여, 번역가의 번역은 어느 정도 취향과 성향이 분명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맞춤형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평이한 문장으로 구성된 작품을 굳이 번역가에게 맡길 이유는 없다. 둘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장르에 따른 차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시장과 고객이 서로 다른 것이다. 

'글은 챗 GPT, 번역은 AI 파파고' (파주=연합뉴스)
'글은 챗 GPT, 번역은 AI 파파고' (파주=연합뉴스)

그러나 문학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분야에서는 AI 번역이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이미 대부분이 쉽게 사용하고 있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책 한 권을 통째 번역해 주는 AI 솔루션이 등장해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번역 가능한 외국어도 계속 늘고 있다. 흔히 원서라 불리는 외국 서적에 대한 근거 있는 불안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제 적어도 외국어 번역에 있어서는 평등해지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외국어 번역이 일반 대중에게 개방되면서 지식의 대중화는 질적, 양적으로 더 깊어지고 풍부하게 되었다. 

AI 번역의 중요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환경에 사는 우리는 외국과 소통하면서 필요한 것을 수용하고 때로는 경쟁하기 위해서 외국어에 익숙할 필요가 있었지만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오래전 번역서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번역은 출판사와 번역가들의 판단에 의해 선별적으로 이루어졌고 일반 대중은 수동적 추종자에 불과했다. 집단지성 또는 지식의 대중화는 로컬 수준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AI 번역이 이 간극을 혁파하고 있다. AI 번역은 대중 지식의 수준을 글로벌 차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제공했다. 한 단계 높은 지식사회로서의 이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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