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서울시 교육청이 올 하반기에 일부 학교부터 급식로봇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급식로봇 도입은 학교 급식실의 노후 환경 등으로 급식실 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해 인력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근무 중인 종사자들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는 발표가 나오자 서울시 교육청에서 내놓은 보완책 중 하나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5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3년도 대규모 로봇 융합모델 시범사업(푸드테크 대량조리 분야) 지원과제’에 응모해 선정되면서 급식로봇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교육부가 지난 3월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급식 노동자들 대상, 폐암 검진 결과 검진자(24,065명) 중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은 139명(0.58%)이며, 이들에 대한 추가검사 결과 31명(0.13%)이 폐암 확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확진자의 평균 연령은 54.9살, 평균 종사기간은 14.3년이었다. 이 결과에 근거해 교육부는 국가 암등록통계(2019년 기준)에 나온 45∼64살의 폐암 유병률과 1.1배라는 결론을 냈지만 이 결론에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는 2~3배로 추정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과거 폐암 진단을 받았으나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아 유병률 계산 범위에서 빠진 급식 노동자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폐암에 확진된 학교급식 노동자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폐암에 확진된 학교급식 노동자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논란과 상관없이 급식실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교육부도 충분히 갖고 있었다. 위 보도자료의 제목이 「학교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이었다. 개선 방안으로 조리흄을 유발하는 요리는 오븐 사용으로 전환 유도, 현재 급식 기구를 현대화 급식기구로 점진적 교체, 노후 급식시설‧기구(10년 이상) 및 지하 조리시설 개선 지속 추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적절한 배기 환경이 미비된 공간에서 오븐 없이 볶거나 튀기는 조리 작업을 하루 2~3회 하는 과정에서 급식종사자들은 적어도 2~3시간 조리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전국 모든 급식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최근 5년 간 급식실 노동자 중 1년 내 퇴사자 비율이 최대 25%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입사 후 6개월 안에 퇴사하는 노동자가 빠른 추세로 늘고 있는데 신규 채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개의 솔루션이 등장했다. 하나는 급식로봇을 활용한 급식 노동자의 근무 환경 개선이다. 다른 하나는 조리사를 더 충원해 조리시간, 즉 발암물질 조리흄에서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조리법 개선, 환기시설 개선 등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간부는 급식로봇 활용이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학교 급식실 노동환경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21년부터 학교 급식실 폐암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사회 이슈화가 되었을 뿐 그전부터 현장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교육부가 이 이슈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보도자료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 보도자료 안에 현대화 급식기구로 점진적 교체가 있었고, 이 현대식 급식기구 안에 조리로봇 즉 급식로봇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노조의 주장대로 급식로봇이 근본적 솔루션이 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급식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이고 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추진해야 된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 제공)

급식로봇은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 하반기부터 도입되는 급식로봇은 일부 학교에 적용되는 일종의 시범 사업이지만 급식실에서 활용될 조리로봇은 이미 여러 식당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조리로봇이 2년 전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는 대당 1억 5천만 원 정도여서 구매하거나 임대하기가 힘들었지만, 그동안 여러 회사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소비도 늘면서 현재는 가격이 3천만 원 정도로 낮아졌고 현재 월 렌털료는 평균 백만 원 수준이다. 성능은 더 좋아졌다. 로봇 한 대당 시간당 300인분 식사를 조리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 정도 가격과 성능이면 사람 대신 로봇 렌털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

예산 문제 등으로 급식 종사자 증원과 시설 개선이 힘들었던 학교가 이제는 두 가지 솔루션을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게 되었다. 시설 개선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겠지만 급식 종사자 증원은 급식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결원 종사자 충원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태에서 급식로봇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은 급식로봇 도입 및 확대다. 도입이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조리 인력이 축소되고 사람의 노동력은 최종적으로 메뉴 설계 및 로봇 관리 등으로 축소된다. 결국 급식실 근무 인원은 최소한으로 조정되고 대부분 업무는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근무 환경에서 시작된 문제가 로봇 도입을 촉진시키고 노동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바람직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한 일이고 불가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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