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심각한 정치 양극화, 미래가 더 문제다’ 시사인 인터넷판 4월 21일에 게재된 국승민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정치학과 교수 글의 제목이다. 한국 정치의 정서적 양극화와 정책 선호 양극화는 미국과 비슷하지만 비호감 당파성은 미국보다 심각하다는 내용이다. 최근 10년 간 한미 정치적 양극화 정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이 미국보다 그 정도가 심각하며, 특히 20대 유권자의 정치적 양극화 정도가 다른 세대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양극화 심화에 대한 이런 우려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데 적절한 솔루션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정치적 양극화를 포함 현재 한국 사회는 일종의 정보사회 패러독스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한 사회에 통용되는 정보나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즉, 지식의 대중화가 진행될수록 사회는 투명해지고 대중은 이전보다 합리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일반적 믿음이 배신당하고 있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정보나 지식을 얻게 되면 지식의 독과점이 와해되고, 열린사회가 되면서 민주주의 발전이 촉진될 것이라는 것이 정보사회가 보여준 미래의 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청사진과는 달리 현재 한국 사회는 정보와 지식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정치 양극화를 포함, 정보와 지식의 왜곡이 일상적인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원인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적절한 중재자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찬반의견 대립이 심하거나 주도적 여론이 아직 형성되지 못했을 때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지도층 인사가 던지는 적절한 메시지가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것이 전통적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이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지식인은 학자, 저술가, 예술가 등과 같이 전문적 분야에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들은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전문적 지식에 기초하여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들의 메시지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적어도 인터넷의 등장 이전까지 이런 사회적 기제가 적절하게 작용했고 지금과 같은 극단적 양극화는 지양될 수 있었다. 전통적 지식인은 전문적 지식과 보편적 지식을 겸비한 사람들이었다. 또는 그렇게 인정받은 존재들이었다. 전문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은 단기간에 축적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개인적으로 또는 일부 제한된 그룹을 통해 전달되었고 결과적으로 소수에게 독점될 수밖에 없었다. 지식의 정점을 진리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지식의 불가해성, 난해성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 전달 과정의 상대적 폐쇄성에 의존한다. 

오랜 기간 지식 전달은 공간과 시간 그리고 물질적 투자 등 여러 요소에 깊게 종속당했다. 이 과정에서 선택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런 선택 과정이 지식을 다른 분야와 차별되는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지식 전달의 폐쇄성이 역으로 지식을 신비롭게 포장해 지식인을 일반 대중과 차별적 위치로 격상시킨다. 그런데 이런 은밀한 전수 과정이 네트워크 시대에 들어와서는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지식은 정보와 데이터로 디코딩되고 디코딩된 지식은 네트워크 위 어디서든 유통되면서 일반 대중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일회용 오락거리가 되었다. 당연히 특정 지식인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의존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챗GPT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챗GPT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터넷과 모바일 SNS가 활성화되면서 전통적 의미의 지식인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대신 그 자리에 현대적 의미의 지식인이 등장했다. 집단지성 또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그것이다. 집단지성의 경우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와 위키위키 사이트들이 그 사례들이다. 단일 개체로는 미미하지만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집단적 능력이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 능력보다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집단지성의 개념이 인터넷을 통해 일반화되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ChatGPT처럼 인공지능이 현대적 의미의 지식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 모든 것이 불과 20~30년 사이에 일어났다. 전통적 지식인이 사라지면서 그들이 행했던 사회적 역할 또한 사라져 버렸다. 이제 특정인 또는 특정 그룹에 의한 사회갈등 조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집단지성 또는 인공지능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고 새로운 솔루션이 등장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그 기술들이 사회적 구성물이 되면서 기대와 혼란이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정보의 편향적 수용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와 가짜정보에 의한 사회적 혼란 모두 불가피한 현상들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제 지식인 대신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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