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생성형 AI가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가 다시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생성형 AI 이전에도 AI가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있었지만 일회성 이슈로 끝나버린 경향이 있다. 문제의식은 유효했지만, 생성형 AI 이전 AI 창작물의 경우 전문가들의 협업 결과에 의한 생산물이라서 작품수가 많지도 않았고 작품의 내용, 제목 등이 널리 알려진 까닭에 창작물을 특정할 수 있었다. 이미 누가 만들었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작권의 ‘남용’과 같은 사회적, 법적 논쟁은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세계 최초의 초현실적 로봇 예술가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AI 미술 로봇 아이다(Ai-Da)가 자화상을 그린 경우다. 2019년 등장한 아이다는 영국 로봇기업 엔지니어드아츠(Engineered Arts)와 협업하여 에이단 멜러 (Aidan Meller)라는 갤러리 운영자가 디자인했고 로봇손은 옥스퍼드 AI 연구진들과 리즈에 있는 학생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아이디의 작품은 공식적으로 런던 디자인 박물관에서 전시되었고 전시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은 초상화를 그린 아이다에게도 과연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아이다가 던진 문제의식은 저작권을 포함, 정체성 문제에 이르기까지 AI 시대에 창작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DALL·E 2 Explained (오픈AI 유튜브 갈무리)
DALL·E 2 Explained (오픈AI 유튜브 갈무리)

그러나 아이다가 사회적, 미학적, 법률적인 주요 논쟁적 이슈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담론의 수준은 이념적 논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아직은 일반 시민의 수준까지 내려온 것은 아니었다. AI의 '저작권' 문제가 더 이상 특정 상황에서 발생한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일반인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결과를 능동적으로 생성해 내는 생성형 AI가 범용화되면서 이제 창작의 주체가 누구인지 규명하는 일이 어렵게 되었고, 저작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의제가 되어 다시 등장했다. 

예를 들어보자. ChatGPT처럼 일반인들이 쉽게 사용하는 이미지 생성 AI가 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로봇 캐릭터 월-E와 스페인의 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이름을 섞어만든 DALL-E는 오픈 AI가 개발한 자연어 서술로부터 이미지를 생성하는 생성형 AI다. DALL-E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텍스트로 희망 이미지를 요청하면 DALL-E가 즉시 만들어준다. ChatGPT처럼 요구 사항이 구체적이면 더 세련된 이미지가 나온다. 출력된 이미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물들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누구나 DALL-E 를 이용할 수 있고 이용자들은 누구나 품질 좋은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DALL-E와 같은 이미지 생산 AI가 일상화되면서 이제 다시 저작권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었다. 사람이 만들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글과 이미지 모두 저작권 보호를 위해 특정 저자가 표기되어 있지만, 생성형 AI가 생산한 글과 이미지의 경우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인도나 캐나다의 경우 AI가 공동 저작권자로 등록된 사례가 있지만 아직 AI에게 저작권을 인정된 사례는 없다. 아직까지는 AI의 역할을 보조적 도움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점차 전향적 결정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로 그린 '진주 목걸이를 한 소녀' (사진=오픈AI)
달리로 그린 '진주 목걸이를 한 소녀' (사진=오픈AI)

최근 미국 저작권청(USCO)은 인공지능 생성작품도 저작권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다. 최종 완성품에 사람의 창의적 노력이 포함됐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DALL-E에게 몇 가지 명령을 통하여 얻은 이미지에게는 저작권을 줄 수 없고 DALL-E가 만든 이미지들에 인간의 창의적인 노력을 더해 나온 결과물에는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DALL-E가 만든 이미지들의 일부 수정, 재배치 등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이 드러난다면 저작권을 인정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일부 진전은 있지만 여전히 AI를 보조적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생성 AI 작품의 저작권 인정 여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근대 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다. 당연히 많은 사회적 논쟁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처음 발생한 사안이기도 하다. 예술과 창작물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예술 작품은 자신과 외부와의 관계를 미학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들이었다. 이 재해석의 주체는 인간뿐이었다. 의식이 있는 인간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의식 자체도 진화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스펙트럼은 좀 더 넓어질 수 있다. AI가 자기 학습을 통해 타인 또는 세상을 재해석하면서 계속 다른 결과물을 생성한다면 우리는 그 결과물을 평가하는 데 굳이 인색할 필요가 없다. 개방적 수용이 오히려 예술에 대한 우리의 기존 의식을 전복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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