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최근 한국은행에서 흥미로운 보고서가 나왔다. 한지우 조사역과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이 지난 16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와 노동시장 변화’란 제목의 보고서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향후 어떤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전망이다.

이 보고서가 흥미로운 이유는 기존의 보고서와 다른 예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되는 직업의 미래 또는 미래의 직업에 관련된 보고서 모두 AI 발전과 그에 따른 직업·노동의 변화에 대해 말하고 있고 결론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AI가 주로 고소득·고학력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렇게 예측한 근거는 저자들이 활용한 직업별 ‘AI 노출 지수’와 관련이 있다. 직업별 AI 노출 지수는 현재 AI 기술로 수행 가능한 업무가 해당 직업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저자들은 특정 업무가 AI에 의해 얼마나 대체 가능한지를 측정하기 위해 직무내용 설명서와 AI 관련 특허 제목이 얼마나 중복되는지를 동사·명사 조합을 통해 분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AI 노출 지수’를 직업별로 적용해 본 결과,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 일반 의사(상위 1% 이내), 전문 의사(상위 7%), 회계사(상위 19%), 자산운용가(상위 19%), 변호사(상위 21%) 등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하여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에 AI에 의해 대체 가능성이 큰 직업들이라는 것이다.

(자료 출처= ‘BOK 이슈노트: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
(자료 출처= ‘BOK 이슈노트: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

반면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대학교수 및 강사, 상품 대여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식음료 서비스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기자 등은 AI 노출 지수가 낮게 측정되었다. 기자의 경우, 이미 많은 기사들이 AI에 의해 작성되고 있지만 이 보고서에서는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분류됐다. 

이 보고서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보고서와는 상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1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 '일자리의 미래'는 AI·머신러닝 전문가 수요가 35% 이상 증가, 핀테크 엔지니어, 비즈니스·정보보안·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일자리도 30% 이상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분야의 직종들 역시 대부분 많은 특허가 있고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AI에 의해 대체가능성이 높다고 언급된 자산운용가는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서는 유망한 직업으로 분류됐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직업군으로 예측한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식음료 서비스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등의 경우에도 다른 예측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AI로봇이 정교화되고 대중화되면서 식당에서 서빙과 조리는 물론 창고에서 물품 정리 및 분류, 배달 업무까지 빠르게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테크내비오(TechNavio)가 펴낸 보고서 ‘세계의 인공지능(AI) 로봇 시장(2023-2027년)’에는 AI로봇 시장 규모는 2023-2027년간 연평균 복합 성장률(CAGR) 29.37%로 성장을 지속한다고 나와 있다. 즉 빠르게 AI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 새 인공지능 모델 RT-2 공개 [구글 딥마인드 블로그 캡처]
구글 새 인공지능 모델 RT-2 공개 [구글 딥마인드 블로그 캡처]

이렇게 서로 다른 예측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 중 하나는 서로 다른 방법론에 기인한다. 합리적 예측을 위해 기관마다, 연구자마다 나름 정교한 분석방법을 동원한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채택한 ‘AI 노출 지수’ 외에도 계량정보분석을 통한 방법론,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른 예측 방법론(델파이법), 텍스트마이닝 네트워크 분석 등이 이용되기도 하고, 시그널과 트렌드 분석을 통해 미래사회를 예측하기도 한다. 당연히 이 모든 분석 방법은 현재의 데이터나 이미 만들어진 방법론에 의존한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는 비교적 예측이 가능하지만 먼 미래 예측은 힘들기 마련이다 

미래는 기술과 데이터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기에는 기술 결정론적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시적 트렌드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도 성직은 여전히 중요한 직업이고 사람들은 사주, 관상, 손금, 궁합 등에 일정 비용을 지출한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AI 발전과 관계없이 법적 자격이 있는 ‘의사’를 포기할 수 없다. ‘판사’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에 대한 다양한 예측은 긍정적이다. 여러 예측이 미래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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