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신문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한 윤석열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서울신문은 여가부를 둘러싸고 '이분법적 남녀 갈라치기가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정부조직 개편 브리핑을 추켜세웠다.

지난 대선 전후로 서울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페이스북 한 줄 공약이 사회에 미친 해악을 조명해왔다. 여가부를 둘러싼 논란은 있지만 그 기능과 역할은 분명하며, 윤 대통령의 한 줄 공약으로 온라인상 여성혐오가 확산됐다는 게 서울신문의 당시 지적이었다. 

서울신문 10월 7일 사설 갈무리
서울신문 10월 7일 사설 갈무리

6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며 "여성 불평등 개선에 집중했던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말했다. 정부는 여가부의 기능을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고, 여성고용기능은 노동부에 이관한다. 이 장관은 "이번 개편을 통해 여가부 기능이나 조직은 축소·쇠퇴되지 않고 오히려 사회복지보건체계와 여성가족업무가 융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7일 서울신문은 사설 <여성가족 업무, 부처 간 협업과 운용의 묘 살리길>에서 "굳이 여가부를 폐지할 이유가 없지 않냐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남녀 이분법적인 갈라치기가 시대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전근대적 프레임에 발목을 잡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경청할 만하다"면서 "이상민 장관이 브리핑에서 언급했듯 여성 불평등 개선에서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는 종합적인 사회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썼다. 여가부의 존재가 '남녀 갈라치기'를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서울신문은 "현재 청소년·가족 업무는 여가부, 인구·아동·노인 업무는 복지부로 나뉘어 있지만, 어디까지가 가족 업무이고 어디부터가 인구 업무인지 선을 긋기 힘든 데다 자칫 생애주기 정책의 일관성이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개별 불공정 이슈는 성별이 아닌 사회적 약자 보호와 종합적인 사회정책 차원에서 접근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이 장관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라고 썼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성평등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독립 부처가 복지부의 조직 중 하나로 격하되면서 성평등 정책이 후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무위원으로서 여가부 장관의 직위가 사라지기 때문에 성평등 정책에 관한 부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방대한 조직 기능으로 인해 이상민 장관이 분리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끝내 ‘성평등’ 삭제한 정부조직 개편안, 국회가 저지해야>에서 여가부가 복지부 조직으로 들어가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이상민 장관 주장에 대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경향신문은 "이런 식이라면 경제 관련 부처들은 모두 기획재정부로 통합하고 그 아래 산업통상자원본부나 중소벤처기업본부를 두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여가부가 폐지될 경우 복지부나 노동부로 이관된 여가부 업무는 기존 부처 업무에 비해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더욱이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심의·의결기구는 국무회의"라며 "여가부 장관이 국무위원으로 참여해 성평등 정책의 조율·협업을 주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가부와 그 장관의 존재가 지워지면 성평등 정책은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21년 만에 여가부 폐지, 성평등 정책 후퇴 우려>에서 "폐지만이 대안은 아니다. 제도적 성차별은 많이 사라졌지만 출산과 육아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가사 불평등과 여성의 경력 단절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여성의 사회적 성취를 가로막는 유리천장도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는 자칫 성평등 정책의 후퇴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복지부 산하 여성가족본부가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현 정권에 그럴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조직개편을 한다기보다 대선 때 효과를 본 공약을 다시 꺼내 국면 전환용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기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 줄 공약
제20대 대통령 선거기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 줄 공약

한겨레는 6일 사설에서 "정부·여당은 복지부 내부에 여성·가족 정책을 담당할 조직(본부)을 신설할 예정이므로 여가부 기능은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말장난에 가깝다"며 "세계 160개 나라가 독립 부처 형태의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를 두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여권은 여가부를 폐지하더라도 기능을 그대로 존속시키겠다고 하지만 부서가 폐지되면 기능이 약화되는 건 불문가지"라며 "부모 가정·성폭력 피해 여성 지원 등 고유 업무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5일 사설에서 OECE 평균의 3배에 이르는 남녀 임금격차, 85%에 달하는 강력범죄 피해 여성 비율 등을 거론하며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 사회통합을 이끌어도 모자랄 정부가 되레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중략)여가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이번 서울신문의 사설은 앞서 견지해 온 입장과 대조적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1월 윤석열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남겼을 때 사설 <젠더 공약이 남녀 불필요한 대립 낳아선 안 돼>에서 "이대남을 겨냥해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상황은 이해한다. 하지만 젠더 이슈를 부각시키는 것은 갈등을 줄이고 국민통합을 이뤄야 할 대선후보로서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신문은 "여가부의 기능과 역할은 분명하다"면서 "'남녀 갈라치기'가 목적이 아니라면 극단적인 대결을 피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윈윈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1월 10일 사설 <>
서울신문 1월 10일 사설 <젠더 공약이 남녀 불필요한 대립 낳아선 안 돼> 갈무리

서울신문 최여경 사회정책부장은 1월 12일 <[데스크 시각]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질 때다>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 일곱 글자로 젠더 갈등에 기름을 부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그의 아내에겐 지극히 다정하고 속깊은 남편의 모습을 보였다"면서 "공적 문제를 사적 감정으로 치환했다는 비난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대상화의 모순은 어찌 해석해야 할까"라고 따져 물었다. 

최 부장은 "여가부 폐지라는, 누군가가 좋아할 만한 답을 내놓기에 앞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 성차별은 35년 전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나"라며 "성폭력과 아동폭력, 성별 임금 격차, 성소수자의 권리, 다양한 인권 문제를 다룰 장치를 우리는 갖고 있나"라고 썼다. 

서울신문 문소영 논설위원은 2월 11일 <[서울광장] 여성들이여, 반드시 투표하자>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지배하던 시절에도 이렇게 대놓고 공개적·공식적으로 여성을 차별하지는 않았다"며 "국민의힘의 ‘여성가족부 폐지’는 특정 정부 부처를 없애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 배제라는 상징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문 논설위원은 유리천장, 가사·육아·돌봄 독박, 동일직종·직급에서의 성별 임금격차, 성별 대학진학율과 불일치하는 취업률 등을 통계적으로 거론하며 "이런데도 '구조적으로 성차별이 없다'고 단언하는가"라고 쏘아 붙였다. 그는 "지지자 결집용으로 옹졸하고 편협한 세계관을 확산한다면 미래의 리더로서 실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인 3월 11일 서울신문은 사설 <역풍 확인된 ‘여가부 폐지’, 인수위 접근 달라야>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여가부를 폐지하기보다 성평등가족부 등으로 확대 개편해 사회 통합을 이끌 방안을 고려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신문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여가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신설 등의 공약을 통해 우리사회에 '성별 갈라치기' 상처를 남겼다며 "선진국 대접을 받는 한국이지만 성평등지수는 낮은 국가로 분류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악화된 성별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으로 이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3월 31일 서울신문 이슬기 기자는 <[나와, 현장] ‘돌보는 마음’을 헤아리는 정부>에서 "여가부를 없앴을 때 가장 우려되는 일 중 하나로 '성평등 추진체계 와해'가 있다. 지난 20여 년간 여가부가 성인지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에까지 만들어 온 '체계'가 사라질까 걱정하는 것"이라며 "한 번 폐지된 체계는 다시 세우기 어렵고, 성평등 정책의 주체가 사라진 곳에서는 그 어느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점’과 ‘체계’임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겨들었으면 한다"고 썼다. 

서울신문 7월 28일  갈무리
서울신문 7월 28일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위력… 혐오댓글 폭발했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갈무리

서울신문은 지난 7월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위력… 혐오댓글 폭발했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했다. 혐오표현 분류기 헤이트스코어(HateScore)를 활용해 여가부나 여성이슈를 다룬 뉴스 2441건에 달린 인기댓글 7만 9058건을 분석한 결과, 윤 대통령 '여가부 폐지' 한줄 공약 발표 후 여성을 무작정 비난하거나 페미니스트를 혐오한다는 내용의 글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공약 발표 이전 한 달간 여혐 발언 비율 평균은 11.4%였지만 발표 이후에는 17.9%로 증가했다. 서울신문은 예시로 "한국 어리고 젊은 X들은 거르는 게 답", "꼴페미 구속! 페미니즘 정신병" 등을 들었다. 서울신문은 "최근 유력 정치인들이 여성과 장애인 등을 고립시키는 발언을 하면서도 '노골적 혐오 표현은 쓰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많은데 이런 발언이 대중의 혐오심을 자극해 공론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촉매체 역할을 한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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