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행보가 ‘국민 통합’과 거리가 있다는 주요 신문의 비판이 쏟아졌다. 윤 당선자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지역·여성 안배를 사실상 거부하는 등 분열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13일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여성·남성이라고 하는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라는 방식으로는 여성이나 남성이 구체적 상황에서 겪는 범죄 내지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가 지금은 어렵다”고 했다. 또 윤 당선자는 ‘지역·여성 할당’ 인사 원칙에 대해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 통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14일 사설 <안철수 인수위원장, 여가부 폐지 공약 ‘재검토’ 이끌어내야>에서 “윤 당선인의 발언은 대선이 끝난 후 줄곧 강조해온 ‘국민통합’ 메시지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일부 ‘안티 페미니스트’ 청년 남성을 겨냥한 공약은 사회적으로 심대한 갈등을 야기했고, 분노한 2030 여성들은 대선 막판 국민의힘을 외면하고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몰렸다. 갈등을 치유해야 할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후에도 여전히 분열적 공약을 고집하다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안철수 위원장이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향신문은 “안 위원장은 과거에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맡았던 ‘실무형’ 인수위원장들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부터 ‘윤·안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한 만큼 자율권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서,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 <안철수 체제 인수위, ‘통합과 협치’의 길 닦아야>에서 “여성할당제나 지역 안배 원칙에 대해서 부정적 선입견을 버리고 통합의 지렛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대선에서 남녀 대립과 지역 구도가 심각하게 드러난 만큼 윤 당선자는 통합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언행에 더욱더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는 “0.73%p 차이의 대선 결과나 여소야대의 국회 구도를 고려하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통하지도 않을뿐더러 가장 중요한 임기 초반 국정 동력을 소진시킬 위험성도 크다”며 “무리한 선심성 공약에 대해서도 인수위가 경중과 우선순위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여가부 폐지, 논쟁만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

한국일보는 사설 <여가부 폐지 재확인한 尹 당선인, 신중한 접근을>에서 “여가부 폐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남녀 간 채용·승진·임금 등의 격차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부처 폐지를 고집하는 윤 당선인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도 여가부의 보육·가족 업무를 다른 부처로 이관했다가 해당 부처의 주변 업무로 전락하자 불과 2년 만에 되돌린 사례도 있다”며 “부처의 폐지든 업무 조정이든, 면밀한 기능 진단이 먼저다. 여가부 폐지를 반기는 2030 남성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정략적 폐지는 그가 강조한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고 소모적 논쟁만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칼럼 <새 정부가 깨야 할 유리 천장>에서 “(20대 여성 상당수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페미니즘을 비판한 국민의힘과 일부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대 퇴행의 두려움을 느낀 여성들 사이에서 차악이라도 뽑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말과 행동이 불일치한 현 정부의 위선과 도덕적 타락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면서 “그럼에도 새 정부는 한국 여성이 처한 척박한 환경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정책을 입안했으면 한다. 실질적인 양성평등 정책으로 밑바닥 일직선인 한국의 유리 천장 지수 그래프가 조금이라도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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