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태일 장안대 총장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장에 임명되자마자 자진 사퇴한 배경으로 '여가부 폐지 비판 칼럼'이 거론되고 있다.
김 총장이 칼럼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젠더 갈라치기'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력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부정적 의견이 표출됐으며, 이 같은 기류를 전달 받은 김 총장이 곧바로 자리를 내려놨다는 것이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김태일 총장의 사의 표명 이유를 확인한 바 없다고 했다.
인수위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는 30일 2차 조직인선을 발표하면서 김 총장을 정치분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총장은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18 안전문화재단 이사장 ▲KBS 이사(바른미래당 추천) 등을 역임했다. 열린우리당 대구시당 위원장,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제2창당위원장 등의 정당활동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중도·개혁 성향의 정치학자다.
하지만 김 총장은 임명 당일 국민의힘 내 반발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30일 경향신문, 이데일리 등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김 총장은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으로부터 국민의힘 내부의 강한 반발기류를 전해듣고 자리를 내려놨다. 김 총장은 "인선 결과 발표 후 국민의힘 쪽에서 굉장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의견들이 빗발치듯 제기됐다고 한다"며 "김한길 위원장이 이날 오후 전화로 이러한 내용을 말하길래 그만두겠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국민의힘 당내 반발 기류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자신의 글과 활동 때문에 당 반발이 제기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에 매달 '정동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김 총장은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직을 그만둔 지난해 6월 이후 '국민통합'과 관련해 칼럼 2건을 썼다.
그중 윤 당선자를 비판한 칼럼의 제목은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진보다>(2022년 1월 13일)이다. 김 총장은 이 칼럼에서 윤 당선자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직격했다. 김 총장은 "윤 후보는 이 말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을 조장하여 특정 집단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기획"이라고 했다.
이어 김 총장은 "윤 후보의 페미니즘 비틀기는 비정(非情)이며, 특정 사회적 약자를 가상의 적으로 삼아 왕따 구도를 설정해 가는 비정(秕政)"이라고 썼다. '비정(秕政)'은 '백성을 괴롭히고 나라를 잘못되게 하는 정치'를 뜻한다. 다수 언론이 '여가부 폐지 비판 칼럼'을 김 총장 사의 표명 이유로 추정하는 이유다.
하지만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31일 관련 질문에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김 총장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내부 비판에 의해 사의를 표했다'는 질문에 "어떤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게 됐는지 파악한 바 없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여가부 관련해 많은 분들의 문의가 있는데,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며 "여성인권을 존중하고 여성의 안전을 정부가 잘 지켜드려야 한다는 점에서 기능 재편이든 체제를 정립하든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출범 이후 여가부 폐지 방침을 수차례 확인해왔다.
지난 25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인수위 국민통합위는 정치개혁과 경제 양극화 해소 등을 최우선과제로 논의하는 동시에 성별·계층·지역·세대 등을 4대 이슈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민통합위가 실무위원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성갈등 봉합, 지역·계층·세대 간 갈등 통합을 주요과제로 꼽아 제안하자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먼저 나온 얘기가 '성갈등 봉합'에 관한 내용이라고 한다.
한편, 대선이 종료된 지난 10일 김 총장은 경향신문 칼럼 <국민통합, 잘돼야 할 텐데>에서 "분명한 것이 있다면, 국민통합이란 하나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민주적으로 공존하는 상태로 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며 "갈등 해소의 제도화가 국민통합에 중요하다. 다양한 가치, 이익을 반영하고 수렴할 수 있는 정치적 대표체제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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