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워싱턴포스트(WP)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페미니스트' 인터뷰 표기 거부 논란을 보도했다. 영국 BBC·가디언 등은 한국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에만 매달려 여성 인권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 WP는 <한국 후보, 인터뷰 틀어진 후 세계 여성의 날에 '페미니스트' 표기 거부>(South Korean candidate disavows ‘feminist’ label on International Women’s Day after interview goes awry)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다.

워싱턴포스트 8일 <한국 후보, 인터뷰 틀어진 후 세계 여성의 날에 '페미니스트' 표기 거부> 기사 갈무리

WP는 "한국의 보수성향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은 화요일(8일) 워싱턴포스트 서면 인터뷰 발언이 한국 언론에서 퍼지자 자신을 페미니스라고 묘사한 것을 철회했다"며 "윤 후보의 답변이 입소문 나자 선거운동본부는 답변 제공의 '행정 오류'를 거론하며 보내려던 '원문'을 한국 취재진에게 회람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어 WP는 윤 후보가 보내온 서면 인터뷰 답변 원문을 기사에 실었다. 윤 후보는 WP에 "저는 페미니즘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양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한 형태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 나가려는 운동이다. 그런 점에서 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7일자 WP 서면 인터뷰 기사 내용 중 윤 후보의 "저는 페미니스트" 답변을 부정해 논란을 빚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기자들에게 'WP 서면인터뷰' 문서를 공유해 내용을 바로잡으려 했다. 이 문서에는 "저는 페미니스트"라는 답변이 없었다. 그러나 미셸 예희 리 WP 도쿄·서울지국장이 트위터를 통해 윤 후보 서면 인터뷰 원문을 다시 공개하면서 '거짓말'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WP에 기사 수정을 요청했지만 WP는 오히려 '페미니스트' 표기 거부 논란을 있는 그대로 보도한 셈이다.

WP는 "윤 후보 답변과 치열한 선거운동 경쟁은 대선을 앞두고 젠더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윤 후보와 진보성향 이재명 후보는 부동층으로 꼽히고, 젠더로 갈라진 20대 유권자를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투표 전날, 세계 여성의 날 윤 후보의 답변은 즉각 눈길을 끌었다"며 "앞서 '성별에 따른 구조적 차별'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윤 후보 지지자들은 윤 후보의 성평등에 대한 입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대자들은 윤 후보가 말실수를 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미셸 예희 리 WP 도쿄·서울지국장은 8일 트위터를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서면 인터뷰 원문을 공개했다.

WP는 한 반(反)페미니스트 운동가가 '윤 후보는 2030 남성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팔로워들을 확신시켰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윤 후보님, 페미니즘은 볼드모트가 아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WP는 '볼드모트'란 해리포터 악당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말하기 두려워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WP는 이날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 자료를 인용했다. 노동에서의 여성 역할과 영향력을 조사해 집계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10년째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38개 나라 가운데 29개 나라가 조사 대상이었는데, 한국은 29위로 꼴찌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성이 여전히 가족이나 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본과 한국은 하위 2자리를 채웠다"고 했다.

한편, 영국 BBC와 가디언은 한국 대선에서 유력 후보 2명이 '이대남' 표심에만 매달려 여성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BC는 8일 "젊은 여성의 고통이 이번 선거에서 전면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고 했고, 가디언은 7일 "두 후보가 '젊은 남성 유권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페이스북)

두 매체는 이번 한국 대선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전면에 등장했다며 대표적 사례로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꼽았다. 가디언은 윤 후보의 이 같은 공약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를 '하버드대 출신 남성 인권 옹호가'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이 대표가 여성 정책을 '역차별'로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디언은 이 후보에 대해서도 여가부 폐지는 반대하지만 부처 이름에서 '여성'을 떼려 한다는 점, '페미니즘 편향성'을 이유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 약속을 취소한 점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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