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여성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향해 “구조적 성차별 없다 말아라, 여성의 현실 직시하라”, “성평등 추진 체계 강화하라”, “더이상 정치적 수단으로 페미니스트를 이용하지 말라”라고 촉구했다.
129개 여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11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선 기간 내내 차별과 배제의 발언을 한 윤석열 당선인은 두려워하라”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선 기간 벌어진 차별과 증오 선동에 맞서기 위해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이 진행한 온라인 서명에 29,512명이 동참했다.
"결과 잊었다"는 윤석열 당선자에게 "민심 제대로 헤아려라"
8일 ‘세계여성의날’에 윤 당선자는 SNS에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올렸으며 당선 직후인 10일 “저는 젠더·성별로 갈라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윤 당선자는 여성 표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몰려 0.73%p 차이로 당선된 결과에 대해 “결과를 보고는 다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선거 사상 가장 적은 표차이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국민의힘이 여성의 삶을 지우고 여성을 주권자로 취급하지 않은 결과, 2030 여성들이 여성 주권자의 힘을 보여줘 역대 최소 득표차로 간신히 이겼다”며 “윤석열 당선인은 이같은 민심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양이 대표는 윤 당선자에게 성차별과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법 제도 정비, 모두가 돌봄 받을 권리 마련, 성평등 전담기구 신설, 여성가족부 강화, 무고죄 강화 공약 폐지, 성별임금격차 축소 등을 요구했다. 양이 대표는 “성평등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120시간 노동이 아닌 120시간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경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상임대표는 “근소한 표 차이로 당선시킨 국민의 뜻을 헤아려 통합 이슈를 이끌어내고 현존하는 성 불평등 개선을 위해 제도적 근간을 공고히 하라”며 ‘성인지 예산제도 강화’를 촉구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세계여성의날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야기하고, 외신 인터뷰에 페미니스트라 적었다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유력 대선후보를 마주해야하는 거대한 절망을 목격했다”며 “그럼에도 80%에 가까운 투표율에 여성 유권자 표심이 가장 중요한 표심이 되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당선인과 국민의힘 선언이 5년짜리 거짓말이 아니라면 차별금지법이 새정부 출범과 함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달라”며 “더불어민주당도 진정으로 지난 대선기간을 반성한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대선국면, 윤석열 당선자가 보여준 건 차별과 혐오의 정치"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결과에 절망감을 표하는 동시에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진 백래시대응범페미네트워크 활동가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결정되던 시점,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던 시점, 무고죄 강화를 공약으로 내던 시점, 민주당이 성평등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혐오전략에 올라타던 시점, 윤석열이 당선되던 시점마다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가 강화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된 대한민국에서, 이준석의 이대남 전략이 효과 있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백범넷은 부조리의 시대를 무기력한 냉담으로 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대선국면에서 어떠한 문제의식과 부끄러움을 모른 채 여성 혐오를 일삼고 조롱하며 정치표로 계산하는 백래시를 보며 여성의 삶이 나아지게 외쳐온 노력이 무엇이었나 수없이 자문하게 했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우리 사회는 성차별이 없다고 단언한 퇴행적인 장면은 모멸감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신인아 페미니스트 디자이너소셜클럽 FDSC 회원은 “우리는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함을 삶으로 알 수밖에 없는 대통령, 홀로 아이를 낳아 길러본 대통령, 비혼으로 청약 점수가 낮은 대통령, 이사를 걱정하는 대통령, 레즈비언 대통령, 가족 간병의 괴로움을 알아본 대통령을 원한다”며 “배제 선봉에 서서 정치를 망친 윤석열의 당선은 큰 아픔”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절망은 자양분 삼아 새 시대를 바꿔가는 행동하는 사람들이기에 서로의 용기가 되어 성장하겠다”며 “주 120시간 일하는 게 아닌 120시간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윤석열 당선자는 성매매·성착취 현실을 똑바로 보라”며 “한국의 성매매 산업은 전 세계 6위, 전국 유흥주점은 26,700개로 치킨집, 중국집보다 많다. 성차별이 없는 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불법촬영 영상에 노출되고, 성 착취에 내몰리는 여성들의 공포와 불안을 피해망상이라고 하지 말라”며 “여성들의 각성이 이제 시작됐을 뿐이고 각성한 여성들은 참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순복 꿈누리여성장애인상담소 활동가는 윤 당선자의 공약인 ‘무고죄 신설’과 ‘여성가족부 폐지’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위 활동가는 “정권교체의 높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0.73%p 차이 민심의 의미가 무엇인지 대통령 당선인은 잘 헤아려야 한다”며 “기울어진 정치판의 페미니즘 균형추를 바로 잡을 것이며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의 10대 공약은 성평등과 여성의 삶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고 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로 차기 정부에서 성평등 추진 체계를 만들어갈 의지가 전혀 없음으로 표명했고, 여성을 출산과 양육의 도구로 여기는 낙후된 인식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2030 여성이 윤 당선인을 외면한 것은 혐오를 등에 업고 여성의 삶을 묵살한 결과”라며 “지금처럼 차별과 혐오를 동력 삼아 국정을 운영한다면 더 큰 외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주요 신문, 윤 당선인 '젠더공약' 재검토 요구
- 조성은 "단일화, 여성 유권자의 ‘혐오정치' 위기감 키워"
- 윤석열 당선된 날, SNS에 '호신용품 구비' 등장
- “윤석열 당선인, 2030 여성 결집 의미 깊이 새겨라"
- 워싱턴포스트 "여성의 날 '페미니스트' 표기 거부한 윤석열"
- 국민의힘, '윤석열은 페미니스트' 썼다 지웠다
- 이준석 "여성 투표 의향, 남성보다 떨어져"…사실일까
- 윤석열, 여성의날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선전
- "윤석열 공약에 여성도 노동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 윤석열, 성평등 정책에 버젓이 '여성가족부 폐지'
- "여가부 폐지, 무고죄 공약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 "성인지 예산 떼어내 핵위협 막겠다"는 윤석열
- 채용성차별철폐행동 "윤석열 TV광고, 성차별 현실 왜곡"
- 윤석열이 TV토론서 '답변 시간 아깝다'는 질문은
- 윤석열 TV광고도 성별 갈라치기 논란
- "여가부 폐지와 '오또케'가 우연인가"
- 대선 청년정책 평가, 심상정-이재명-안철수-윤석열 순
-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분노한 남자들만 유권자냐”
- 문 대통령 "차별금지법, 남은 임기동안 적극 추진할 것"
- 국민의힘-신남성연대 '언론 정화' 공모의혹
- '이대남' 비판한 청년 남성 "문제는 페미니즘이 아니다"
- 윤석열, 한겨레 성평등 질의에 나홀로 '답변거부'
- 윤석열, 또 망언 "구조적 성차별 없어"
- CNN, 2030 남성 반페미니즘 운동에 "이상한 현상"
- 윤석열 '분열의 정치' 조장하는 조선일보
- 윤석열 선대위가 내세운 '청년·여성'의 이면
- "이준석, 비참한 교제살인 앞에서 페미니즘 공격하는 몰상식"
- 윤석열, 여성청년 지웠다…'성폭력 무고죄' 공약
- '여성기자 불편하다' 국힘 대변인 펜스룰
- "윤 대통령, 정치적 위기마다 '여가부 폐지' 꺼내 들어"
- '여가부 폐지' 공약 질타했던 서울신문, 어쩌다 이렇게
- UN 회원국, 한국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 '사형제 완전 폐지' 권고
- '이대남 이대녀' 취재기자가 못다 한 이야기
-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갈등 단초"라는 이재명…"후퇴 멈춰라"
- 인권위원장 "여가부 폐지? 성평등 정책 가능할지 우려"
- 21대 국회 마지막 날로 미뤄둔 차별금지법 논의 '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