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30일 한국여성학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가 <새 정부 성평등정책 강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비판하며 젠더폭력 피해자, 한부모 가정 등을 위해 여가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으로 존치시키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공약 이행을 위해) 가능한 몇 가지 선택지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 진단과 성평등 정책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현미 한국여성학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발제를 맡은 강이수 상지대 교수와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이 근거 없이 단순 득표를 위한 공약으로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강이수 교수는 “202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등장한 이대남 프레임보다 2022년 대선에서 젠더 갈라치기 전략으로 나온 여가부 폐지 공약이 훨씬 문제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 내부 경선 토론에서 여가부 폐지 이슈를 꺼낸 뒤 ‘여가부 폐지’ 관련 기사량이 폭증했으며 이를 통해 세력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강 교수는 “여가부 폐지 찬성 여론이 거세다고 하지만 정작 여성단체들은 반대하고 언론 사설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문화일보를 제외한 주요 신문 사설은 여가부 폐지를 신중하게 접근하거나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 교수는 “여가부 폐지론은 근거도 논리도 취약한, 전략적으로 실패한 공약”이라며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는 여가부 폐지 공약을 취소하라”고 말했다.

(출처=강이수 교수 발제문)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돌봄노동의 중요성과 여성 역할이 부각되는 시기에 필요한 건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새로운 비전으로 구조적 성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여가부 역할로 ▲정부 정책의 성평등 관점을 통합할 수 있는 총괄 기능 부여 ▲권한과 예산을 갖춘 실질적 성평등정책 전담 부서로 자리매김 ▲성평등 돌봄전환사회 실현을 위한 목표와 업무 설정 등을 제안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에게 ‘너가 진짜 피해자이냐’ 묻겠다 하고 진짜임을 인정받지 못하면 무고죄로 처벌한다며 위협하고 있다”며 “인수위의 여가부 폐지 논의를 보며 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30년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젠더폭력 피해 지원 업무가 법무부로 갈 경우를 가장 우려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강간죄 피해자 동의기준을 바꾸고자 했을 때마다 법무부가 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피해자 지원체계를 촘촘히 만들고 작은 피해라도 상담·지원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일인데, 체제보완이 아니라 무너뜨리는 방식은 공백 지대를 만드는 것이기에 문제”라며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말고 젠더폭력 피해 지원을 위한 전담부처를 포함한 여성가족부를 강화하라”고 말했다.

최형숙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여성의 ‘독박육아’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국가가 육아 부담을 덜어줘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고 여성의 자기계발과 사회적 성취를 장려하여 더 많은 사회적 효용을 가져올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는 더욱 강화되고 전문화되어 사회적 인식 변화와 돌봄정책과 가족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유관부서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여성가족부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양성평등 정책의 각 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조직과 예산을 배분받고 활용하는데, 이를 없앤다는 것은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수행한 정책사업들을 축소하거나 없애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독립부처로 성주류화 주무부서가 없는 상태에서 성인지예산제도 운영은 성평등이라는 형식과 기술만 남길 우려가 크다”며 “새 정부조직에서 여성가족부를 없앤다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정책 추진 동력이 현저하게 약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14년 전 겪은 일을 반복하는 건 참담하다”며 “노무현 정부 마지막 여성부 장관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를 겪으며 여성부 폐지 위기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자는 여성가족부 폐지의 원인으로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사회에는 구조적 성차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전 장관은 “미래사회는 돌봄의 주체인 여성을 국가 발전의 중심축으로 놓고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를 넘어 ‘성평등 가족 청소년부’로 역할을 확대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전 장관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인수위는 선거 기간 동안 내놓은 공약을 거르는 기관으로 인수위원장은 우리의 이러한 발언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부탁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여성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여성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범여성단체(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대표단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방문해 인수위원장과 한 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여성대표단은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독립부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정부 조직개편에 성평등정책 전담부서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여성이 겪고 있는 구조적 차별에 대해 당선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표단은 "여성에 대한 구조적차별 개선에 대해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중요하다"며 국민 속에 여성이 있다는 것을 가시화하기 위해 효과적 의사소통 방법으로 전담부처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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