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대검 중수부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를 만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하거나 '몰래 변론'한 적은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2011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김만배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김만배의 청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 있던 조우형을 수사선상에서 배제한 사실이 있는지 ▲검사 퇴임 후 조우형을 직접 만나거나 연락한 사실이 있는지 ▲법무법인 세종 근무 당시 조우형에게 법률적인 조력을 해줬는지 ▲조력을 해줬다면 정상적으로 선임계를 제출하고 수임료를 받고 세금을 신고했는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2011년 경 김만배 씨와 만났거나 통화했을 수 있다"면서 "조우형 씨에게 법률적 조력을 해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김만배가 김홍일 등에 청탁해 조우형에 대한 수사편의를 봐줬다는 취지의 남욱 변호사 피의자신문조서 진술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 질의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와 대장동 사건의 관계'를 묻는 무소속 박완주 의원의 질의에 "부산저축은행 수사는 엄정하고 불편부당하게 하였으며, 해당 수사와 대장동 사건은 무관하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2011년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 실무는 주임검사인 윤석열 중수2과장이 맡았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은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과 연관돼 있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 씨는 2009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1155억 원의 대장동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10억 3천만 원을 받았다. 조우형 씨는 대검 중수부 수사망을 피했으나 2015년 경찰의 재수사와 수원지검의 기소로 징역 2년 6개월, 추징금 20억 4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대장동 일당 남욱 변호사는 검찰 진술을 통해 반복적으로 '김홍일'을 거론했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는 조우형의 수사를 어떻게 도와준 것인가'라는 검찰 질문에 "김만배가 당시 중수부장이던 김홍일 검사장에게 조우형이 사건에 협조할테니 잘 좀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했다고 했다"며 "2011년 8월경 중수부장이 최재경으로 바뀌었는데 최재경 중수부장에게도 같은 취지로 부탁을 했다고 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가 윤석열 중수2과장과 직접 연락했다고 하던가'라는 검찰 질문에 "아니다"라며 "김홍일 등 윗선을 통해서 들었다고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김만배가 윤석열 중수2과장과 직접 이야기할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자신은 더 윗선과 대화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2022년 11월 15일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진술을 유지했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가 조우형의 변호사로 박영수 고검장을 추천하고, 김홍일 고검장 및 최재경 검사장, 친한 검사들에게도 일이 잘 해결되도록 부탁을 하겠다고 했다"며 "저와 김만배는 조우형이 경찰청에서 수사를 받는 동안 기다렸다가, 조사가 마치면 조우형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실제로 조우형이 수사에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조우형 본인은 특별히 처벌받지 않고 사건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한다"고 진술했다.
김 후보자에게는 조우형 씨에 대한 '몰래 변론'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2021년 11월 19일 남 변호사는 '조우형은 수원지검 특수부에 출석해서 과거 대검 중수부 조사에 협조를 해서 선처를 받았던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라는 검찰 질문에 "당시 김만배나 김홍일 변호사도 조우형에게 과거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협조를 했다고 말을 하라고 했는데, 조우형은 수원지검 특수부에 출석해서는 그런 말을 하지는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13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직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일했다. 뉴스타파는 "김홍일 변호사가 피의자 조우형에게 대검 중수부 조사 때 협조하고 선처를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라고 일종의 '진술 코치'를 해줬다는 얘기"라며 '몰래 변론'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우형 씨의 1·2심 판결문을 보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들이 등장하지만 김 후보자의 이름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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