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홍일)가 조사 권한을 남용해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행동대장'을 자임하고 있다는 전 권익위원장의 비판이 쏟아졌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은 KBS·MBC 공영방송 이사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 야권 위원에 대한 권익위 조사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적법한 절차와 보안유지에 따라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권익위가 '속도전'과 '언론플레이'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전 전 위원장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사퇴시킬 필요가 있는 공영방송 이사 등을 대상으로 권익위의 조사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 전 권익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의 사퇴압박과 표적감사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중이다. 전 전 위원장은 "권익위가 감사원처럼 윤석열 정권의 또 다른 행동대장을 자행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사정기관을 이용해 법률에 임기가 정해진 전 정권 인사들을 쫓아내는 직권남용 행위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익위가 남영진 전 KBS 이사장 해임과 정민영 전 방통심의위원 해촉 근거를 제공했다. 또 권익위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 김석환 이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 전 위원장은 남 전 이사장 해임 과정은 직권남용 소지가 높다고 비판했다. 남 전 이사장에 대한 권익위 조사는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이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방통위와 윤 대통령은 권익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남 전 이사장을 해임했다.
전 전 위원장은 "7월 13일 정권에 의해 강력한 사퇴압박에 직면해있던 남 이사장에 대해 KBS 노조 직원들은 권익위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신고했다. 권익위는 그 직후인 7월 17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사관을 KBS 이사회에 파견해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며 "제가 권익위원장으로 일해오면서 이런 사건을 많이 접해왔는데, 그동안의 절차·방식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사건 신고를 받은 권익위는 ▲신고 내용을 특정하는 데 필요한 사항 확인 ▲신고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참고인·증거자료 확보 ▲다른 기관에 동일한 내용으로 신고를 했는지 여부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여기에는 통상 1~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전 전 위원장은 "신고내용을 특정한 이후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며 "권익위가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피신고자를 즉각 조사한 절차와 과정은 청탁금지법 시행령 규정에 어긋나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했다.
전 전 위원장은 "더욱 이례적인 것은 권익위 조사 중 방통위에서 남 이사장 해임을 위한 청문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방통위는 7월 25일 절차를 진행, 8월 14일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면서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는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의해 확정된다"고 강조했다.
전 전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언제든 해임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정권에 밉보인 공직자는 누군가의 신고와 권익위 조사 착수만으로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더라도 해임될 수 있다"며 "만약 정권이 방송장악을 위해 관련 국가기관들끼리 서로 의사연결을 해서 남 이사장 해임을 추진한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권익위의 조사권한 남용이자 방통위와 대통령의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전 전 위원장은 "권익위는 이에 그치지 않고 8월 29일 정민영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에 대해 시민단체로부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를 접수받아 9월 4일 전격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며 "9월 8일 이해충돌방지혐의가 확인된다며 방통심의위와 방통위에 징계조치를 요구하고, 윤 대통령은 법 위반 확인절차와 당사자 변론을 무시한 채 인도네시아 순방 중 인사혁신처가 올린 해임안을 전자결재로 재가했다"고 했다.
전 전 위원장은 권익위가 사건 조사결과를 '긴급브리핑' 등의 형태로 언론에 알리는 것도 시행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르면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 ▲유죄판결 또는 기소유예 처분이 확정된 경우 ▲기관장이 부정청탁 예방을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정해 부정청탁 내용과 조치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
전 전 위원장은 "남 이사장 해임절차가 종료된 이후인 8월 29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대검에 수사를 요청하고 방통위에 행정처분을 위한 이첩을 한다는 취지로 언론브리핑을 실시한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권익위의 조사종료만으로는 부정청탁의 내용와 조치사항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 권익위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엄격히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전했다.
전 전 위원장은 "권익위는 그동안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조사 후 혐의가 사법절차에 의해 확정되기 전까지 법령에 따라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왔다"며 "이번처럼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로 공개하는 것은 정권이 방송장악을 위해 해임한 남 이사장에 대해 마치 범죄피의자처럼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해임이 정당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암시하려는 매우 무리하고도 이례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전 전 위원장은 "권익위는 최근 똑같은 방식으로 정권이 반드시 사퇴시키려고 하는 1순위인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했다"며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 시도에 영합하기 위해 임기가 정해진 이사에 대한 공권력 남용한다면 직권남용이 성립할 소지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 전 위원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16일 박민 KBS사장 후보자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것과 관련해 "권익위가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행동대장으로, 그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전 전 위원장은 "이제 권익위가 남 이사장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조사와 같은 잣대와 방식으로 박민 후보자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문화일보 편집국장을 마치고 휴직하는 기간인 지난 2021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일본계 아웃소싱 회사 '트랜스코스모스 코리아'의 고문을 맡았다. 박 후보자는 월 500만 원씩 총 1500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박 후보자는 면접 과정에서 회사 방문, 만찬, 오찬 등을 통해 정세분석이나 기업 이미지 등을 자문했다고 답했다.
청탁금지법 제8조(금품 등의 수수 금지)는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인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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