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양극화는 불가피한 사회적 현상이다. 통제할 수도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 어느 정도 적절한 수준만 유지된다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정도다.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민주주의에 심각한 도전이 된다. 극단적 이념으로 무장된 세력들이 자신의 주장을 폭력적으로 상대방에게 강요하면 민주주의 제도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국가와 사회가 카오스에 빠지게 된다.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최근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이 쉽게 확인된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함께 서울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일 것’이라는 민주당 지지자의 응답률은 69.6%로 나타났고 ‘거짓일 것’라는 응답률은 11.5%에 불과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자의 77.9%가 ‘거짓일 것’이라고 응답했고 ‘사실일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3.9%에 불과했다.

다른 질문 역시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 대표가 초등학교를 퇴학당하고 범죄로 인해 소년원에서 복역했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의 63.7%가 거짓이라고 응답했고, 사실이라고 답한 비율은 11.6%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지지자에서는 43.4%가 사실이라고 답했고 27.5%만 거짓이라고 응답했다.(케이스탯리서치 신년 여론조사는 2022년 12월 26, 27일에 걸쳐 18세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조사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7%이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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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서 언급된 두 질문은 경찰 조사, 법원 판결 등에 따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객관적 사실’보다 ‘믿고 싶은 진실’이 가져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이렇게 심화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정치적 양극화는 10여 년 전부터 심화되기 시작해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정도가 더 커졌다. 

지난해 통계개발원과 한국행정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8,336명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은 보수-진보 갈등이라고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13년에는 응답자의 39.8%가 보수-진보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는데 2020년에는 46.6%로 6.8% 증가했다. 빈곤층-중상층 갈등, 노인층-젊은 층 갈등, 남녀-종교-외국인 갈등 등은 줄어들거나 현상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보수-진보 갈등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민 두 사람 중 한 명이 보수-진보 간 갈등이 가장 심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극도로 심해진 이런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서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정보사회학적 측면에서는 네트워크의 속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배경에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깊은 관계가 있다. 2013년의 경우 이동통신은 대부분 3G 기반이었다. 2013년 하반기 기준으로 95% 이상의 가입자가 3G 모바일을 사용했다. LTE의 경우 2013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2017년 5천만 명을 돌파했다. 5G는 2019년 4월부터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서비스를 시작해 2021년 말 2천만 명을 넘어섰다. 10년 사이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3G에서 5G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속도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G에서는 2GB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32시간, 3G에서는 약 19분, 4G에서는 약 16초로 당겨지고 5G에서는 약 0.8초로 더 빨라진다.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터넷 사용 방식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3G에서는 문자와 이미지 위주로 서비스를 했지만 4G부터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가 일반화되기 시작했고 5G 환경에서는 고화질의 동영상뿐 아니라 인공지능, 클라우드,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의 서비스도 가능하다. 사실상 모든 종류의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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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가입자가 계속 늘고 동영상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보수-진보 진영의 유튜브 채널들이 급격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치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6년 말~2017년에는 상위 채널마저도 구독자 10만 명을 넘기 힘들었다. 이때까지 4G 가입자가 많았지만 동영상 서비스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 4G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2018년부터는 정치 유튜브 구독자가 10만 명 이상 수준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100만 구독자를 넘기는 유튜브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5G 기반의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면서 정치 유튜브들은 기존 공중파의 뉴스 프로그램을 압도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동영상 서비스는 텍스트와 이미지보다 사람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더 쉽게 양극화시켰다. 정치 유튜버들은 팩트에 대한 검증 없이 상대 진영에 대한 비난을 정제되지 못한 언어로 배설하기 시작했고,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를 여과 없이 수용하면서 상대 진영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게 된다. 확증편향이 인터넷 속도에 따라 가속되었고 여기에 빅데이터 기업들의 맞춤형 콘텐츠 제공 알고리즘이 정교화되면서 이제 정치 양극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 되어 가고 있다. 네트워크 속도에 올라탄 정치적 편향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성숙이 필요하다.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겠지만 다른 솔루션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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