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비제작 부서로 발령된 이재석 전 KBS 기자가 “치욕을 감내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석 전 KBS 기자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퇴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 전 기자는 “(퇴사 전)시청자사업부로 발령을 받았다”면서 “관현악단하고 어린이합창단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부서로 알고 있다. 정년이 얼마 안 남거나 보도본부 바깥으로 희망하는 분들이 가는 경우는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좀 이례적”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중요한 부서이긴 하지만 19년 동안 취재랑 방송만 했던 이력이 있지 않나”라면서 “개인적으로는 치욕을 감내하기 쉽지 않았다. '치욕을 감내하고 머무를래,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래'라는 무언의 질문을 저에게 던지는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을 진행했던 이재석 전 기자는 지난달 13일 박민 사장 취임을 앞두고 하차했고, 같은 달 24일 시청자센터 시청자사업부로 발령 나자 사표를 제출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12일 정식 퇴사했다.
‘진행자 교체·프로그램 폐지 이후 KBS 유튜브 조회수가 급감했다’는 지적에 이 전 기자는 “단순히 재미가 없어졌다는 차원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 문제의식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이라며 “방송은 문제의식을 진행자나 출연자를 통해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이 그걸 보고 정보를 얻는 그런 것들이 사라져 가기 때문에 클릭을 안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기자는 “(시사)프로그램들이 있긴 하지만 소재를 다루는 방식, 문제의식 이런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기자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라는 질문에 “큰 틀에서 이야기하면, 절차적인 합리성조차 지금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기자는 “가령 임명되는 과정이 부당하든 부당하지 않든, 사장이 임명됐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국장을 임명한다”면서 "KBS가 국장이 없는 기형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절차를 밟으면 사장, 본부장, 국장후보자의 임명동의제 통과, 그 다음에 부장, 팀장, 평기자 인사가 난 뒤에 앵커도 바꾸고, 프로그램 개편을 한다”며 “본인들이 빨리하고 싶으면 한두 달 안에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조차 못 기다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이런 절차적 정당성을 밟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빨리 장악하겠다’는 욕망만 있는 것”이라며 “강렬한 욕망만 있으니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을 밟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리더십이다. 앞으로 KBS에 이런 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기자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거론하며 “약한 고리를 건드렸다”며 “역대 어느 정부도 그 부분을 건드린 정부는 없었다”고 한탄했다.
이 전 기자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했으니, 그 인터뷰의 후일담이나 인물평이나 인터뷰론이나 혹은 최근에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좀 버무려 책을 쓸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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