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사측이 임명동의제를 무력화하고 5개 국장 임명 강행을 예고하자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동의조차 받지 못할 편향적 인물로 뉴스와 주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사측이 국장 임명을 강행하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영일 KBS 노사협력주간은 25일 오전 언론노조 KBS본부에 “임명동의제에 따른 5개 국장 임명은 방송법 위반이라 시행할 수 없고, 이번 단협이행가처분 각하를 계기로 5개 국장을 임명할 예정이니 의견을 달라”는 서신을 전달했다.

사측은 ▲통합뉴스룸국장에 최재현 기자 ▲시사제작국장에 박진현 기자 ▲시사교양1국장에 최성민CP ▲시사교양2국장에 이상헌 PD ▲라디오제작국장에 이상호 라디오기획부장을 내정했다. 이르면 26일 이 같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한 보도본부 주간은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 “조만간 국장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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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어 “결정문 어디에도 임명동의제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임명이 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게 재판부가 내린 판단의 요지”라면서 “임명동의제가 방송법 위반이라거나 인사권 침해라는 판단이 어디에도 없는 데도 불구하고 이따위 말도 안 되는 서신을 보낸 것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서울남부지법은 언론노조 KBS본부가 ‘앵커, 진행자 대규모 교체와 임명 동의 없이 주요 간부 임명 시도는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제기한 단협위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임명동의제와 관련해 “그 효력 유무에 대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현재 해당 직위 등의 임명이 예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본안소송 이전에 시급하게 동의 없는 임명의 금지를 구할 필요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임명동의제를 사문화하겠다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동의조차 받지 못할 편향적 인물들로 KBS의 뉴스와 주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라며 "KBS 파괴행위 중단하고 임명동의제를 즉각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민 사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임명동의제를 실시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당연히 실시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며 국장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낙하산 박민 사장에 대해 고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언론노조 KBS본부는 국장 임명이 강행되면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26일 새벽 KBS 본관 안에서 '임명동의제 준수 촉구' 피케팅을 열고 있다.(사진=KBS본부)
언론노조 KBS본부가 26일 새벽 KBS 본관 안에서 '임명동의제 준수 촉구' 피케팅을 열고 있다.(사진=KBS본부)

취재·편집구역, 라디오구역, 시사1·2구역 등의 구성원들도 구역별 성명을 통해 임명동의제 무력화 시도를 규탄했다. KBS본부 취재·편집구역은 “임명동의제는 취재·제작의 자율성과 보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사측은 단협을 위반하고서라도 임명을 강행하는 것과 보도본부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나은 KBS 뉴스를 위한 길인지 잘 생각하길 바란다. 구성원에 대한 존중 없이 KBS 뉴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KBS본부 시사1·2구역도 “다수의 프로그램들에 진행자 교체 및 포맷 변경 등, 개편 또는 폐지 지시가 내려지고 있고, 지난주부턴 회사가 대통령 담화 프로그램을 쉬쉬하며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금 시사교양국은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이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 임명동의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본부 라디오구역은 “오랜 투쟁의 산물들이 박민 사장 체제에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며 “조합원의 소중한 권리이자 최소한의 브레이크인 임명동의제마저 무력화하려 하는가, 절차를 무시하고 국장 임명을 강행할 시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는 26일 박민 사장 출근 시간에 KBS 본관 안에서 임명동의제 준수 촉구 피케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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