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일 시행될 KBS 공동주택 TV수신료 분리징수가 유예됐다. KBS는 올해 수신료 수입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인건비를 1100억 원 깎겠다는 종합예산안을 확정했다.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이날 오후 KBS 수신료정보시스템에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유예가 공지됐다. '분리고지 시행협상 과정에서 관련 당사자간 납부대행과 관려한 법적인 쟁점이 새롭게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진=KBS)
(사진=KBS)

KBS는 한국전력과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수신료를 누가 관리하고 걷는가이다. 기존 수신료 통합징수 체계에서 공동주택의 경우 수신료는 관리비에 포함돼 납부됐다. 관리사무소가 그 일을 맡았다. 현행법상 관리사무소는 입주자의 전기료 납부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으로 관리사무소는 수신료를 거둘 의무가 없게 됐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대주관)는 수신료 분리징수 이후 임시로 징수업무에 협조해왔지만, 분리징수 전환 이후에는 손을 떼겠다는 입장이다. 

1일 아파트관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KBS는 '2월부터 수신료 징수 업무를 전담하게 됐다'며 각 아파트 단지에 개별적으로 안내를 하고 있다. KBS는 분리징수 2월 시행을 전제로 수신료 분리납부신청 세대에 한해서만 분리징수 업무를 맡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분리납부 신청을 하지 않은 세대의 전기요금 고지서와 수신료 고지서를 각각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공동주택 수신료 분리징수는 한시적 '유예' 국면을 맞게 됐다. KBS는 올해 수신료 수입 감소로 인건비 1101억 원을 깎겠다는 '2024년도 종합예산안'을 확정지었는데, 경영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KBS 경영진은 올해 수입액을 1조 2450억 원, 비용을 1조 3881억 원으로 예상했다. 올해 1431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대규모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수신료 수입 감소다. KBS 경영진은 수신료 재원이 지난해 7020억 원보다 2613억 원(37.2%) 줄어든 4307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신료 수입 감소 전망치는 비관적 계산(50% 감소)과 낙관적 계산(20% 감소)의 중간값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일단 유예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경영진이 정부의 움직임을 전혀 관측하지 못해 수신료 정책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1일 사내에 게시한 성명에 따르면, KBS는 수신료국 이름으로 작성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수신료 업무처리 절차 안내 및 협조 요청> 공문을 지난달 31일 대주관에 전달했다. 해당 공문에는 ▲분리고지 방식과 별도납부 신청 입주민에 대한 처리 방법 ▲수신료 민원인 대응 주체 등이 자세하게 명시돼 있다고 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실상 오늘부터 분리고지가 시행될 것을 예상하고 대주관에 전달한 것이다. 이말인 즉슨, 한전과의 협의 등 실무적 대응을 하고 있던 수신료국조차 분리고지 유예에 대한 정보공유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이라며 "수신료국과 분리고지 시행에 대해 협의를 하던 대주관도 이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대주관을 비롯해 수신료 지사들도 급격한 혼란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적인 내부 소통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회사가 자초한 혼란"이라며 "낙하산 박민 사장과 경영진은 무슨 생각으로 일 처리를 이렇게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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