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박민 사장이 일반·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실에 대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해 감사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명백한 감사직무규정 위반”이라며 “감사실을 제 손에 넣어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더러운 야욕을 접어라”고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실의 독립성을 침해해 감사를 방해하는 박민 사장의 행태가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KBS 감사는 박민 사장이 일방적인 감사실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번 인사발령을 취소하지 않을 시 ‘감사직무규정 위반’, ‘감사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특별감사 및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민 KBS 사장이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민 KBS 사장이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민 사장은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박민 사장은 8일 감사와 상의 동의 없이 감사실장·청탁방지담당관·이해충돌방지담당관을 겸직하는 자리에 박상용 씨, 기획감사부장에 김동진 씨, 방송감사부장에 임수연 씨, 기술감사부장에 정기태 씨를 13일자로 인사발령했다.  

KBS 경영진은 13일 입장문을 내어 ▲모든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고, 감사실 직원도 예외가 아니다 ▲방송법과 정관은 감사실 소속 직원의 독립성은 보장하고 있지 않다 ▲감사와 감사실 부서장 인사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협의했다 ▲외부 법률 자문 결과 감사부서 직원의 전보는 반드시 감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경영진은 “과거에도 감사실 직원의 인사는 계속 있어 왔다”며 “감사실장의 재임기간은 현재까지 평균 1년 11개월이다. 감사의 3년 임기 동안 감사실 인력들이 교체되고 순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감사실 현 보직자들은 현 부서에서 2년 이상 재임했다”며 “수신료 분리징수 등 경영위기 상황에서 인적 쇄신을 위해 전반적으로 간부 인사를 했고, 감사실도 경영행위의 일환으로 부서장 순환 인사가 필요해 인사한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 출처=KBS
이미지 출처=KBS

이번 인사로 교체된 감사실 전 직원 A씨는 미디어스에 “경영진이 인적 쇄신을 위해 감사의 동의 없이 감사실을 쇄신한다라고 하는 것은 심각한 독립성 훼손”이라며 “말은 경영·인적 쇄신이라고 하는데, 결국 사장이 교체됐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한 일환으로 본다”고 밝혔다.

A 씨는 “사장에게 인사권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인사를 마음대로 하라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인사규정, 취업규칙, 감사직무 규정 등 여러 규정이 많은데, 부당한 인사권에 대해 제한을 두자는 취지다. 회사의 주장대로면 사장에게 인사권이 있으니 신입사원을 국장에 인사해도 된다는 것인데, 회사 규정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현재 진행 중인 일반감사, 특별감사 등에 경영진 또는 주요 간부에 대한 감사나 내사가 포함돼 있나’라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일반감사나 특별감사 내사라는 부분은 회사 경영과 관련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인사로 감사실에서 실무진을 이끄는 3명의 감사 부장이 모두 낙하산 박 사장이 임명한 인물로 꾸려지게 됐다”며 “감사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일방적이고 독단적 인사다. 지금까지 KBS 역사에서 감사실 인사를 두고 감사와 사장이 서로 다투는 상황이 벌어진 건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했다. 

KBS본부는 “감사실은 공사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하는 기관이자, 감사를 통해 드러난 위법행위 등에 대해 징계나 고발을 요구할 권한까지 가진 기관으로 독립성이 핵심 중에 핵심이다. 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단행된 이번 인사는 명백한 감사직무규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KBS 감사직무규정 9조는 ‘감사 부서 직원의 보직 및 전보는 감사의 요청에 의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같은 규정 39조는 ‘감사직무규정이 사내 타 규정에 우선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KBS본부는 “감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감사실을 제 손에 넣어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더러운 야욕을 접어라. 지금이라도 감사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인사를 철회하라”며 “만에 하나라도 낙하산 박 사장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감사실을 동원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구성원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징계를 남발한다면,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낙하산 박 사장에게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KBS 감사실은 일반감사를 비롯해 민감하고 중요도 높은 특별감사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며 “박민 사장이 무리한 인사 발령을 밀어붙인 것은 감사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 말고는 찾을 수 없다. 감사실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감사를 방해하는 박민 사장의 행태가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