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박민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청자 청원이 잇따르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임명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방송법에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 보장이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의철 전 사장의 임기는 보장되지 않았으며 박 사장에게는 '낙하산' 논란이 따라붙는다. 모두 공정성·독립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방송법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박민 KBS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민 KBS 사장 (사진=연합뉴스)

KBS는 14~15일 박 사장 사퇴 촉구, 프로그램 폐지 반대 청원에 답했다. KBS는 시청자청원제도에 따라 30일 동안 1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청원에 동의하면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직접 답변을 해야 한다. 박 사장 취임 후 1개월여 동안 1,000명의 동의를 달성한 박 사장 사퇴 촉구 청원은 8건이다. 

가장 처음 성안된 청원은 박민 사장 퇴출이다. 

"공영방송 사장이 공영방송 취지에 맞지않는 정부의 종 노릇을 취임부터 하였습니다. 취임 첫날부터 정부 비판하는 모든 라디오 진행자들을 사전 통보도 없이 퇴출시키는 불법적인 일을 행한 박민 사장은 사장직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당일 해고는 불법입니다. 중소기업에서도 이뤄지지 않는 행태를 공영방송에서 보이는게 말이 안됩니다. 이런 불법적인 행태를 한 사장은 퇴출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KBS는 "현 박민 사장은 관련 법령 및 사규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장에 임명되었으며, 사장 취임 후 관련 법령 및 사규에 따른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KBS 사장의 임기는 방송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이는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및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법적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KBS는 "즉, KBS 사장은 임기동안 관련 법령과 사규에 따른 적법한 권한의 범위 내에서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공영방송의 공적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법이 부여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며 "이에 따라 KBS 사장은 남은 임기동안 적법한 절차에 따른 업무 수행을 통해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법이 부여한 공적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KBS 시청자센터 
KBS 시청자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윤 대통령은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을 국민권익위원회의 청탁금지법 위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해임했다. 여권 우위로 재편된 KBS 이사회는 김 전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시켰고, 윤 대통령은 재가했다. 남 전 이사장과 김 전 사장은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 전 사장 해임 전 박 사장은 KBS 사장으로 오르내렸다. 문화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박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재직 시절인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에 선출됐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출신이다. 또 박 사장은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대학 후배다. 박 사장은 이 전 위원장을 '선배'나 '형'이라고 부른다. KBS 이사회의 사장 후보자 선출과정에서 결선투표 연기와 후보자 사퇴 사태가 발생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거세졌다. 

KBS는 '더라이브' 폐지에 대해 "전략적 편성 차원"이라고 답했다. '최강시사' '주진우  라이브' 폐지에 대해서는 "KBS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했다. 박 사장 취임 1개월여 동안 '더라이브' 폐지 반대 청원은 14건, '최강시사' '주진우 라이브' 폐지 반대 청원은 2건 성안됐다. KBS는 일방적인 편성 삭제와 진행자 교체 등으로 방송법·편성규약 위반 논란을 빚고 있다. 

KBS 편성본부는 '더라이브' 폐지에 대해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과 3년만에 돌아온 '개그콘서트', 그리고 10월 말에 시작해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골든 걸스' 등 킬러 콘텐츠의 초기 프로모션을 위한 전략적 편성 차원에서 '더라이브'를 지난 11월 13일부터 4주간 대체편성하고, 2TV 채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12월 수시조정을 통해 폐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KBS 편성본부는 "이는 향후 예상되는 공사의 재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앞으로 공사는 2TV의 경우 킬러 콘텐츠 위주의 편성을 통해 2TV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려 거란 전쟁', '개그콘서트', '골든 걸스' 3개 프로그램 모두 전임 경영진의 전략기획으로 편성된 프로그램이다. 

KBS 시사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 〈주진우 라이브〉 〈더 라이브〉
KBS 시사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 〈주진우 라이브〉 〈더 라이브〉

KBS 라디오센터는 '최강시사' '주진우 라이브' 폐지에 대해 "두 프로그램이 KBS와 KBS라디오의 신뢰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렸다는 점은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된다"며 다수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2월 당시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은 정당의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며 "우리가 하는 심의의 99%는 비정치적 심의인데, 밖에서는 정치 논란에 휩싸이는 게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근원적으로 방심위 구성이 6대 3이라는 정치적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근원적 굴레인 것 같다. 또 정당 민원이 제기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라고 했다.

방통심의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정당 민원은 1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 정당 민원은 1687건에 이르렀다. 2022년 정당 민원은 국민의힘 1369건, 민주당 318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9월 정당이 방송 프로그램에 제기한 방통심의위 심의신청 건수는 2032건에 달한다. 국민의힘 1324건, 민주당 708건이다. 국민의힘 민원은 MBC 811건, KBS 401건 등 양대 공영방송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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