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민 사장 체제의 KBS가 올해 인건비를 1101억 원 줄이는 예산안을 확정했다. '인건비 1000억 삭감안'은 국민의힘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마저 "가능한 얘기냐"며 고개를 젓게 만든 바 있다. 

KBS 경영진은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공적재원 감소 폭을 2600억 원 규모로 산정하면서도 공적재원 회복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 사장의 목표가 KBS를 서서히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KBS)
(사진=KBS)

31일 KBS 이사회는 '2024년도 종합예산안'을 의결했다. 야권 이사들에 따르면, 경영진은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임금을 500억 원 이상 삭감하는 등 인건비를 총 1101억 원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KBS 경영진은 올해 수입액을 1조 2450억 원, 비용을 1조 3881억 원으로 예상했다. 올해 1431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대규모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수신료 수입 감소다. KBS 경영진은 수신료 재원이 지난해 7020억 원보다 2613억 원(37.2%) 줄어든 4307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신료 수입 감소 전망치는 비관적 계산(50% 감소)과 낙관적 계산(20% 감소)의 중간값이다. 

야권 이사 5인(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은 이날 성명을 내어 "KBS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적자 규모다. 박민 사장은 공영방송을 서서히 고사시키기로 작정한 것인가"라며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시행령 개정과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대규모 수입 감소가 원인이라고 쳐도, 사실상 속수무책인 박민 사장과 경영진에 실망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야권 이사들은 경영진의 대책이 비용을 줄이는 '축소 경영'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회사가 제시한 경영의 제1원칙은 '축소, 축소, 축소'다. 프로그램 제작비와 인건비 등 모든 영역에서 비용을 줄이는 축소 경영을 외치고 있다"며 "사람이 제1의 경쟁력인 방송사에서 위기의 책임이 구성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올해 KBS는 가뭄에 하늘만 쳐다보듯 수신료 징수 상황에 목을 매는 '천수답 경영'이 불가피해졌다. 공적재원을 회복할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도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수신료 수입 대규모 축소가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KBS 경영진에게 '공적재원 회복'은 입에 떠올려선 안 되는 금기어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박민 사장의 '인건비 1000억 삭감안'을 보고받고 "과연 1년 만에 1000억 원이라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장제원 위원장은 "제가 좀 당황스럽다.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아무리 수신료가 없더라도 1000억 원의 인건비를 감소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한 얘기인가"라고 했다. 장제원 위원장은 "사장은 잘 생각해야 한다. 이게 다 생활인들인데, 1000억 원 인건비를 삭감한다는 게, 글쎄"라고 했다. 하지만 KBS는 "파괴적 수준의 재탄생"을 거론하며 인력·인건비를 축소하는 고강도 대책을 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위원장은 박민 KBS 사장의 '인건비 1000억 삭감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야권 이사들은 경영위기를 헤쳐나가겠다면서 사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는 경영진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민 사장은 최근 노사 단체협약 사항인 '임명동의제'를 거치지 않고 보도·시사·교양·라디오 부문 국장 5인을 임명해 사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BS는 소속부서 구성원 과반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인사를 철회해야 하는 임명동의제를 주요 국장에게 적용해왔다. 또한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주요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교체가 '방송법·편성규약 위반 논란'으로 번지면서 논란이 지속되는 중이다. 

KBS 야권 이사들은 "KBS 기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국장단 임명동의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무려 88.2%에 달했다"며 "구성원들 의견이 이런데도 경영진은 단체협약을 무시한 채 국장 임명을 강행했으니, 이 국장들이 무슨 수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경영진은 구성원들에게 무슨 수로 헌신과 노력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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