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다 해촉됐던 김유진 위원이 법원 판결로 방통심의위에 복귀했다. 류 위원장이 주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한 김유진 위원 해촉은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안건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는 이유로 진행됐다.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김유진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촉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김 위원의 행위는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김 위원은 해촉 전에 활동했던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배제됐다. 지난 14일 김유진 위원과 전화 연결해 방심위원 해촉, 복귀 이야기와 방심위의 현재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 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유진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1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치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유진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1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치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 판결로 방심위에 복귀하신 지 2주가 지났는데 어떠세요?

“사법부에서는 저의 해촉이 부당하다고 인정했지만, 류희림 위원장과 여권 추천 위원들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고, 또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들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계속 무리하게 제재하고 있더라고요.

지금 야권 추천 위원이 두 명뿐이라 다수 의결로 밀어붙이는 것을 바꿀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심위가 얼마나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리고,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제재가 왜 부당한지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게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촉 집행정지 가처분, 법원에서 인용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아니요. 크게 기대 안 했습니다. 앞서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이 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다 각하 됐었거든요. 그 각하 결정의 어떤 논리에 제 변호사님들이 반박을 잘하신 듯합니다. 새롭게 준비해 주셨고, 그게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인용 결정 나왔을 때 어떠셨어요?

“저의 해촉의 부당성을 사법부가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 방심위 직원들이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맞서서 몇 달 동안 열심히 싸우고 있거든요. 이번 인용 결정이 그분들에게 작은 희망과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가족·지인을 동원해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관련 민원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해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가족·지인을 동원해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관련 민원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해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같이 해촉된 옥시찬 위원의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옥시찬 위원님의 경우 욕설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됐던 것 같아요. 근데 본안 재판이 남아 있고, 거기에서는 어떤 판결이 날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안 판결이 나도 임기 종료 이후일 텐데?

“현실적으로 옥시찬 위원님이 위원회에 복귀할 가능성은 작죠. 왜냐하면 저희 임기가 올해 7월까지거든요. 그전에 본안 판결이 날 가능성은 극히 작습니다. 그러나 해촉 자체에 정당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다퉈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촉 전에 방송심의소위에서 활동하셨는데, 복귀 후 광고심의소위와 디지털성범죄소위에 배정되셨어요. 원하신 바는 아닐 텐데?

“제가 방송소위에 복귀한다고 해도 여권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분들 뜻대로 모든 심의 결정을 밀어붙일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도 저를 굳이 방송소위에서 배제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 강의 때문에 방송소위에 참석할 수 없는 윤성옥 위원을 방송소위에 배정했어요. 결국 야권 추천 위원 단 한 명도 방송소위에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밖에 볼 수가 없는 거죠.”

그게 가능한가요?

“방심위 규정상 소위 배정은 위원장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장의 인사권처럼 행사되면 안 되거든요. 왜냐하면 방심위는 민간 독립기구이고 합의제 기구이며, 위원장은 위원들이 호선을 통해서 선출합니다. 소위 배정이 위원장의 권한이라고 해도, 그걸 일반 직원들에게 인사권 행사하듯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것은 방심위의 합의 정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볼 수 있어요.

보통은 위원들에게 소위를 어떻게 배정할 것인지 당연히 협의를 해왔어요. 그리고 방송소위나 통신소위 같은 곳은 여권 추천 위원이 세 명이면, 야권 추천 위원은 두 명이 반드시 들어가는 게 관례였어요. 그런데 지금 류희림 위원장은 이런 관례도 다 무시하고 소위 배정을 마치 장관이 인사권 행사하듯 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야권 추천 위원들이 1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치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성옥, 옥시찬, 김유진 위원. (서울=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야권 추천 위원들이 1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치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성옥, 옥시찬, 김유진 위원. (서울=연합뉴스)

그렇게 하면 합의제 기구 역할을 전혀 못 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그런 점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 위원장이 모든 사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있어요.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어땠나요?

“류희림 위원장이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의 보수적인 위원장 체제에서도 벌어지지 않았던 일들이 지금 방심위에선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견제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지금으로서는 법적인 대응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위 배정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의 전반적인 문제 그리고 청부 민원 의혹 등 류희림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절차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해촉되셨던 건데, 그 문제는 어떻게 되나요?

“경찰 수사나 국민권익위 조사는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류희림 위원장은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서 언급 자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고요. 제가 해촉되기 전에, 야권 추천 위원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발의한 안건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류희림 위원장이 그 안건을 다루지 못하게 하려고 회의를 계속 무산시켰고, 제가 돌아와서는 ‘그 안건들은 이미 폐기됐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안건으로 상정하고 싶으면 제의하라’고 얘기합니다.

안건 제의하려면 위원 3명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류희림 위원장의 이 말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저와 다른 야권 위원이 ‘정말 떳떳하다면 책임 있게, 위원장의 직권으로라도 다시 진상규명에 관한 안건들을 상정하라’고 요구했지만 당연히 무시됐습니다. 위원장은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간 끌다가 의혹을 무마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이동관
이동관 "방심위 조치 예정" 발언 이후 쏟아진 민원, 왜? (MBC 뉴스데스크 12월 25일 자 보도화면 갈무리)

여권 추천 위원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나요?

“여권 추천 위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철저하게 침묵합니다. 아니면 류희림 위원장과 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여권 추천 위원들과 개인적으로도 얘기 안 해보셨나요?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세요. 이영광 기자님처럼 이렇게 질문하는 분들은 아마도 이게 너무나 심각한 문제니까, 그래도 여권 추천 위원들이 공식 석상에서는 말 못 해도 뒤에서는 고민한다거나 혹은 부끄러워서라도 야권 추천 위원들에게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을까라고 추측하시는 것 같은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똘똘 뭉쳐서,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방어하는 데 힘을 합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위원님은 ‘청부 민원 의혹’을 언제 알게 됐나요?

“류희림 위원장의 친척이 민원을 넣었다는 소문이 위원회에 이미 많이 퍼져 있었기 때문에 소문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이후에 알게 됐습니다.”

보도를 봤을 때 어땠나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일반 시민들은 방통위와 방심위도 잘 구분 못하시는 게 당연해요. 그런데 보도를 보니, 전혀 관계가 없는 수십 명의 사람이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었고 그 내용이 매우 유사한 거예요. 이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위원장은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특정한 사안에 민원을 넣을 수 있었겠나 하는 의문이 남아요.

이런 정도의 의혹이 제기됐으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라도 위원장은 무조건 사퇴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심의의 공정성이 의심 받아서 앞으로 방심위는 어떤 심의를 해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순진했던 거죠.”

유례없는 과징금, 그 뒤엔 위원장 가족·측근 민원이? (MBC 뉴스데스크 12월 25일 자 보도화면 갈무리)
유례없는 과징금, 그 뒤엔 위원장 가족·측근 민원이? (MBC 뉴스데스크 12월 25일 자 보도화면 갈무리)

복귀하신 후 처음 참석한 11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설전이 벌어졌다고 하던데 분위기가 어땠나요?

“여전히 다수의 힘으로 모든 안건 결정을 밀어붙였습니다. 그날 2024년 방심위의 업무 계획도 안건으로 올라왔고, 윤 대통령 비속어 보도와 관련해 4건의 심의 안건도 올라왔거든요. 제가 업무 계획에 대해 매우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고, 대통령 비속어 보도에 대해서도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모든 안건을 다수결로 밀어붙여서 의결했죠.”

합의제 기구에서 다수결 처리는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다수결은 마지막에 쓰는 방법이고, 더더구나 이런 합의제 기구에서는 최대한 위원들 간의 토론과 협의를 통해서 의결하는 것이 맞죠. 과거 방심위에서는 그런 일들이 드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물론이고, 저나 윤성옥 위원 같은 야권 추천 위원들의 발언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어요.”

최근 방심위 의결과 관련해 제재 사유나 수위 모두에 비판이 커지고 있는데?

“지금 방심위가 어떤 보도나 프로그램을 제재하는지를 보면 류희림 위원장과 여권 추천 위원들이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가 드러날 것 같은데요. 일단 윤석열 정부와 김건희 여사 그리고 한동훈 위원장과 같은 여권의 인사들에게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보도의 경우 가차 없이 법정제재가 내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대통령 심기 경호를 위한 심의냐’란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 특히나 총선 이전에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보도들은 철저하게 통제하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방심위가 무리하게 제재를 남발하게 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는데요. 방송사들이 이런 제재에 불복해서 행정소송을 하게 되면 지금 내려지고 있는 제재들이 다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그렇게 되면 방심위라는 조직 자체의 권위나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겁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렇듯 방송사들의 권력 비판 보도를 통제하게 되면 위축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앞으로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이런 식의 과잉 제재가 지속되면 위축 효과로 인해 언론의 비판적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것입니다. 언론의 비판 기능 마비는 바로 민주주의의 후퇴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 그런 부분이 정말 걱정스럽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가운데)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가운데)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너무 뻔한 말 같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저처럼 위원회 내부에 있는 사람은 지금 방심위의 운영이나 심의에 대한 부당성을 지속해서 제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이후에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방송사들은 부당한 제재에 대해 불복해 소송을 하든지, 방송사 나름의 어떤 대응을 하겠죠.

그리고 시민들은 지금 방심위의 문제를 정확히는 모르시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나 지금 선거 시기라 이런 언론탄압의 문제는 심각성에 비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는 못하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언론인들이 방심위 문제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언론통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래서 반드시 류희림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고 방심위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상황이 비정상적이고 어떻게 보면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한데 저는 절망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늘 굴곡이 있었잖아요. 민주주의가 늘 진전해 온 것만은 아니에요. 중간중간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고 때로는 후퇴하기도 했지만, 우리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시키고 진전시키고 이 과정이 반복돼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지금 일시적으로 후퇴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시 바로잡을 힘이 아직 있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 방심위의 파행적인 상황들도 드러내고 다시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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