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인요한 혁신위를 둘러싼 호들갑도 시들해졌는지 이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총선 역할론으로 떠들썩하다. 대통령실이 후임 법무부 장관 인사 검증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당장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개각에 포함되는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그러나 지역구 출마든 비례대표든, 출마는 하지 않더라도 상징적 역할을 맡는 것이든 총선 때 뭔가를 한다는 것은 분명해진 것 같다. 한동훈 장관 본인도 그런 상황을 어느 정도 감안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언론이 전하는 바를 보면 여당은 일단 ‘한동훈 뉴스’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이득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인요한 뉴스’가 혁신무용론에 불을 지피고 공천을 둘러싼 당 내분을 부채질하는 효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준석 뉴스’가 원심력을 강화하는 구도를 일거에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한동훈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에서 맞붙는 구도까지 상정하는 다소 성급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는데, 이런 움직임은 이 문제를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보이게 만들고 싶은 여당 주류의 수요를 정확히 충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언론이 전하는 바를 보면 한동훈 장관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엇갈린 시선이 있는 듯하다. 야당에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중도층을 잡을 수 있는 카드라는 시각과, 정치 경력이 없는 검사 출신이라는 한계와 지나친 대통령과의 일체화에 결국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동훈 뉴스’가 당장 여당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지, 또는 한동훈 장관의 총선 출마가 득인지 실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방식의 정치가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따지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은 도대체 어떤 정치적 비전이 있기에 정계 진출을 하려고 하는가? 적어도 지금까지의 행보나 언행을 통해 그것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정치권 진입을 공식화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것을 묻는 것은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으나, 한동훈 장관 정도의 체급을 가진 인사가 장관직을 수행하였다면 어떤 단서라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은 ‘윤석열 코드’를 공유하는 말 그대로 황태자 같은 느낌에 불과하다.

한동훈 장관이 최근 대구를 방문해 내놓은 발언을 보자. 한동훈 장관은 대구 시민들을 존경한다면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한국전쟁 당시 ‘적’에게 도시를 내주지 않았다는 점, 둘째는 산업화를 이끈 도시라는 점, 셋째는 더위를 이기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그렇다 치더라도 첫째와 둘째는 정치적 색깔이 매우 분명하다. 한국전쟁 운운하는 것은 반공주의 코드, 산업화 얘기는 박정희-이병철 코드다. ‘TK’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전통적 보수의 세계관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대구경북의 정치는 꼭 이런 방식으로 소비돼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대구에도 다른 자랑거리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치맥 축제 얘기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6.25나 박정희 얘기만 하는 건 오히려 대구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데, 어쨌든 이런 태도는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며 반공소년처럼 굴다가 대구경북 지지율이 떨어지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 말하는 걸로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과 정확히 겹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동훈 장관의 언행에서 주목할 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남 탓’ 코드도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은 장관급 인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법무부가 정당해산심판청구를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반론한 게 그렇다. 물론 야당이 탄핵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유권자가 투표로 평가할 정치적 행위이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 정당에 대한 해산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탄압에 가깝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장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연 한동훈 장관이 이런 차이를 모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차이가 있다는 걸 알지만, ‘당신들이 했으니 이제 나도 해도 되는 거냐’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을 우선하는 거다. 이런 식의 논리는 이 정권에서 끝도 없이 재생산된다. 전 정권은 했으면서 왜 우리는 안 된다고 하느냐, 민주당은 했으면서 국민의힘은 왜 안 되느냐, 민변은 되는데 검사는 왜 안 되느냐 등등.

전 정권에서 지금의 여당은 당시 정부의 장관들에 대해 장관의 직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여러 번 반발했다. 한동훈 장관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함께 이 정권에서 그러한 의심을 받는 대표적 인사 중 하나이다. 가령 ‘사사오입’ 발언이다.

탄핵안 철회를 위해 국회 본회의 동의가 필요한지 아닌지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일이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이 한쪽 논리에 대해 “사사오입”이라고 평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반대편 손을 들어준다면 정부 주무부처와 사법부의 입장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걸 누가 어떻게 수습하는가? 당연히 중립적으로 신중하게 했어야 할 것을 그렇지 않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정치적인 포지셔닝이 우선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비판을 한다면, 앞의 사례를 볼 때 ‘전 정권 장관들도 그러지 않았는가’라고 할 태세다.

그렇기 때문에, 이쯤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거다. 윤석열 대통령과 똑같은 방식의 정치관을 가진 인물이 대한민국 정치에 한 명 더 등장하는 것이 좋은 일인가? 그러한 사람이 한 명 더 등장하는 것이 과연 여당에게 축복인가? 어떻게 봐도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다.

한국 정치를 위한 답은 둘 중 하나다. 한동훈 장관이 지금부터라도 완전히 바뀐 모습을 보여주든가, 아니면 정계 입문을 포기하든가.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이쯤되면 포기도 쉬운 일은 아니기에 여러모로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무슨 각오라도 보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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